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조삼부곡

최근 2-3주간, 

임박한 과제들을 미친 듯이 해치우느라 정신줄을 거의 놓은 폐허상태로 지냈다.

쓰나미처럼 압도해오는 그 일들의 물결이란..... ㅡ.ㅡ

 

웬지 이번 주만 어떻게 버텨내면 (!!!) 담주부터 전혀 다른 새 세상이 열릴 것 같은 이 기이한 망상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버릴 수 없는 희망....

 

이 와중에 오며가며, 잠들기 전... [사조삼부곡]의 마지막인 [의천도룡기] 8권을 다 읽었다. 

글씨가 커진 건지, 편집이 달라진 건지, 아님 번역 자체가 바뀐건지, 예전에 [영웅문]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던 고려원 문고판은 각각 6권이었던 것 같은데, 판형이 커졌음에도 각 8권씩이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를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는 없으나, 역시 '흐름'의 맛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의천도룡기] 마지막 부분에서야 밝혀지는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 도화도 (내 고향도 아닌디 이름만 보고도 웬지 향수가 울컥?), 신조협과 소용녀의 딸, 구음진경, 심지어 구음백골조(!)까지 ....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주는 감흥이 꽤나 쏠쏠했다.

 

#.

세 작품의 남 주인공 곽정 - 신조협 (양과) - 장무기 중 가장 선호하는 이를 뽑으라면 단연 신조협!

장무기의 어린 시절, 임박한 죽음을 잊지 않으며 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모습에 감흥했으나, 커가면서 웬지 자뻑....  순박하고 뚝심 있기로야 곽정을 따라올자 없으며, 어쨌든 장무기도 어린 나이에 겸양과 통찰력을 겸비한 진정한 고수가 된 것은 틀림없으나, 드라마틱한 인생 반전과 함께 정서적 몰입 면에서는 신조협이 단연 최고! (그 다음은 동사 황약사! 이분 매우 쿨하면서 낭만적이심 ㅎㅎ)

 

#.

삼부곡에 또한 수많은 여성 고수들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황용 - 소용녀 - 조민/주지약/아리/아소 등...

이 중 최고라면 단연 황용....  진짜 멋진 언니.... 그리고 소용녀도 차갑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카리스마... 이에 비해 [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행태는 진정 어이상실.... 아미파의 장문인 (주지약), 몽골 왕국의 소군주 (조민 - 민민테무르), 페르시아 명교 총단의 교주 (아소) 라는 엄청난 지위의 여인들이 장무기에게 보이는 모습은 정말 안습..... 제정신인가 싶더라니....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눈감아주려해도 오히려 이전 두 작품에서 보였던 여성 무인들에 비해서도 완전 퇴행....

손속이 잔인하기 그지 없는, 하지만 사랑에 눈먼 그녀들로  인해 남자들이 어찌나 위험에 처하는지.... ㅡ.ㅡ

 

#.

절대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결코 무공을 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닦아서는 안 된다는 귀중한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 거기다 외공이나 내공 한 가지만 쌓아도 안 되고 두 가지 모두 고르게 익혀야 하며, 기왕이면 명문정파와 사도외문의 스승들을 골고루 모시고 두루두루 배워야 하고, 정상적으로는 절대고수의 내공을 연성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계기가 반드시 있어야 함 ㅎㅎ 우연히 비급을 얻는 것은 빠지면 아쉬운, 정해진 코스랄까?

이를테면 곽정이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남제 단야왕 일등대사, 북개 홍칠공 같은 초고수는 물론 전진칠자니, 주백통 같은 당대의 고수들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대개 자신의 절기를 한평생 수련했던 대 비해, 이들을 스승삼아 오만가지 무공을 다 배워 복합 응용했기 때문....

이러한 상황은 신조협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에 '신조'의 가르침까지 받았으니 뭐...

장무기도, 무당파의 태극권, 명교의 건곤대나이 심법에, 공동파의 칠상권, 심지어 구양진경까지 익혔으니.....  약관의 나이에 소림사에서 거의 백년을 수련한 도사들보다 실력이 한 수 위인 것은 바로 이런 연원... 따라서,한 우물만 파다가는 절대 업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주신다고 할 수 있겠다 ㅎㅎ

 

 

#.

아마도 시리즈 비디오물 중에서는 이 셋 중 의천도룡도가 제일 인기 있는 듯 싶다 (본 적은 없지만).  하지만 개인적 취향으로 평가해보자면 1부 > 2부 > 3부의 순서....

그래도, 3부에서 금모사왕 사손이 금강경을 읊조리며 번뇌의 강을 건너는 모습은 나름 감동이었다.

끝이 없는 업보의 인과를 벗어나는 길은 심지어 소설 속에서도 쉽지 않은 법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