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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ne mistake?

"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는 전업주부 열풍을 찬양하는 사회분위기와, 경제적 자립을 포기하는 위험성에 대해 침묵하는 언론과 일부 사회평론가들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했다"는 저자의 머리말이 사실, 이 책의 모든 것을 웅변한다고 할 수 있다.

베타 프리단의 <The feminine mystique 여성의 신비>를 읽고 자란 중산층 엘리트 페미니스트인 저자에게 작금 미국의 상황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실제로, 저자가 들고 있는 사례나 주장하는 바를 듣고 있으면, 이 책이 60-70년대에 쓰인게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여자도 바깥에 나가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구구절절 하고 있어야 하다니... ㅜ.ㅜ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홈에 대하여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홈에 대하여
레슬리 베네츠
웅진윙스, 2011

 

저자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아직 젊은) 중산층 엘리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다.  대부분의 노동계급 여성들은 노동시장을 떠나 돌아갈 스위트 홈이란 있지도 않거니와, 노동시장이란 것이 자아성취나 안정적 기반마련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에게 노동시장과 가정은 선택가능한 참/거짓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리고 꼭 하층계급이 아니더라도,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여성들의 고용질과 노동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한국사회에서 나름 나쁘지 않은 (?) 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하는 나의 여자 친구들마저 (자신들은 죽지 못해 일하는데)  "자아성취한다며 일하는 여자들이 제일 어이없다"고 울부짖는 마당이니 말이다... ㅡ.ㅡ  전업주부로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전업주부는 뭐 집에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나???) 이야기가 완전히 농담만은 아니다.

 

이 책은 미국중산층 엘리트 여성들의 전업주부 열풍을 심도깊게 설명하지 않는다 (못한다?). 다만, (후배) 여성들이 막연한 스위트홈에 대한 환상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도 안타까운 일인지 사례를 통해 설명하며, 그러지 말라고 조언한다. 남편만 의지하고 살다가 이혼이나 사별한 뒤 다시 노동시장에 돌아가는 것이 (심지어 전문직/관리직에서조차) 얼마나 어려운지, 사회보장은 얼마나 취약한지, 자녀와 남편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기껏해야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말이다....

학식 높은 주부들이 정성껏 가꾸어놓은 스위트 홈이란 게  보기만큼 스위트하지도 않거니와, 자본주의 정글에서 경제적 자립없는 개인의 삶이란 너무도 위험하고 취약하다는 것이다. 육아/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지만, 그래도 그 시기는 길어야 10년이니 어떻게든 버텨보라는 건데, 글쎄,어떻게???? ㅡ.ㅡ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궁금증'을 해결하는 단서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조건 속에서 직장에 다니는데도, 그녀들은 왜 일을 포기하는 걸까요"와 비슷한 궁금증이다..

 

지금 하고 있는 알바 마감에 쫓겨서 길게 쓸 수는 없다만,

전업주부 찬양열풍과 회귀현상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중국이 최근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그 이면에는 전업주부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계층의) 소득수준의 상승 (즉, 소득 양극화)과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시장적 교육체계와 강고한 학벌주의가 자리한다고 생각한다. 즉, 일단 두 사람이 벌지 않아도 될만큼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물적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모든 것이 시장에 내맡겨진 교육체계에서 '자녀관리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에, 전업주부(와 그 가족들)에게는 노동시장 직접 참여보다 자녀에 대한 투자가 가져오는 편익이 더 크다고도 할 수 있다. 미국, 중국, 한국의 공통점이라면 승자독식의 치열한 경쟁구조와 자녀 혼자 헤쳐나갈 수 없는 복잡한 교육시장에서의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오늘을 일단 여기까지......

책 반납기한이 닥쳐서 일단 체크만 해놓구, 조만간 몇 가지 고민의 지점들을 정리해봐야겠다.

요즘은 알바 때문에 완전히 눈알이 빠질 지경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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