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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를 반영하는 책들

#1. 엄기호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푸른숲, 2010

 

많이 팔렸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서평등으로 상당히 많이 알려진 책이다.

도서관에도 입고 이래 항상 대출 중이라 이제서야 빌릴 수 있게 된 만큼 아주 인기가 없지는 않은 듯...

짧은 소개글들로 미루어, 이 책이 [88만원 세대]보다 한층 진전된 논의를 담은 세대론이라고 짐작했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부제대로 "20대와 함께 쓴", 즉 20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20대들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자도, 20대들도, 또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도 성장한, 그런 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려운 일거리는 조금도 하지 않으려는 세상의 개망나니, 정치적 무뇌아들로 싸잡아 비난하던 시대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양,  이제는 주류건 비주류건 청춘이란 아파야 제맛이라며 그들의 성장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듯 이야기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 ㅡ.ㅡ  갑자기 오늘날 가장 연민해야 할 대상이 마치 20대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런가???

 

그 와중에 엄기호 선생의 글은, 누구의 인식론적 특권도 내세우지 않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또 '싸잡아묶지' 않으면서 이해를 구하려 한다는 점에서 특별해보인다.

 

" '요즘 학생들은 힘든 일을 싫어한다'는 말로 누가 누구의 삶을 무례하게도 삭제하는가...."

" 이렇게 부모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면서 '행복'하게 성장이 지체 '당할'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러게나 말이다. 30대, 40대, 50대, 60대, 그 어느 세대도 단일한 하나의 범주로 묶일 수 없는데 비해, 왜 20대들은 한꺼번에 철없는 대학생, 아니면 정반대로 기성세대에게 착취당하는 불쌍한 세대로 한꺼번에 뭉뚱그려져야 하는가? 멋있는 '탈주'를 감행할 수 있는  바깥이 있는 20대도 있고, 착취당할 권리마저 빼앗긴 20대도 있는데 말이다....  고려대의 김예슬씨처럼 희망없는 학교를 떠나는 이들도 있고, 중앙대의 노영수 씨처럼 학교에 남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학교폭력을 다룬 장에서, '학교 폭력이 우정에 대한 도덕적 폭력이 아니라 경제/문화/육체 자본의 삼단합체 속에서 벌어지는 계급적 폭력'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논의를 진척시켜가면서, 학생들이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낙후한 교육'이 아니라 '교육 그 자체'라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이제 우리는, 그것이 대안적 교육이든, 민주주의적 교육이든,  교육 자체의 본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전승해야 할 것, 혹은 인간이 인간과 소통하는 문제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답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질문을 공유한 공동체"라는 저자의 지적은 매우 공감할만하다.

 

저자가 학생들과 함께 한 '9학점같은 3학점 교양수업'에서 얻은 교훈은 의미심장하다.

 

"나는 교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들이 말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출발하여 그 언어가 도달하는 곳까지 그들과 동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학생들의 사유방식이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하고 인권의 언어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간을 사유하는 방식을 드러내주고 그런 사유방식의 종착지를 같이 유추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 학생이 말한다. "인간이 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군요!"

" 나는 이것이 수업이 힘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됨이 쉽지 않음을 발견하는 것, 이보다 더 인문학적인 발견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리 맞지 않으며, 내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리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발견 (깨달음)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판단과 심판의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찰의 언어이다. 그리고 나는 내 말이 가진 무게를 깨닫도록 해주는 것이 수업이라고 믿는다."

이건, 제도권이든 비제도권이든,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리라....

 

#2. 허먼 멜빌 등 [필경사 바틀비]

필경사 바틀비 - 미국
필경사 바틀비 - 미국
허먼 멜빌 외
창비(창작과비평사), 2010

 

창비에서 나온 세계문학 시리즈 중 미국 편...

미국 근현대 단편문학의 '엑기스'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한결같이, 형식면에서 독창적이고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 면에서 이렇게 선진적일 수가 없다...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한편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 실험'이기도 하다는 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미 읽어본 익숙한 이야기도 있지만, 아닌 것들이 다수인데...  읽고 있으면 당대의 생활상, 사회상, 그리고 사람들의 고민들, 앞으로 다가올 (다가왔을)  시대의 모습들이 머리속에 와글와글....

 

1. 너새니얼 호손 - 젊은 굿맨 브라운

2. 애드거 앨런 포우 - 검은 고양이

3. 허먼 멜빌 - 필경사 바틀비

4. 마크 트웨인 - 캘레바래스 군의 명물, 뜀뛰는 개구리

5. 헨리 제임스 - 진품

6. 샬롯 퍼킨스 길먼 - 누런 벽지

7. 찰스 W. 체스넛 - 그랜디썬의 위장

8. 스티븐 크레인 - 소형 보트

9. 셔우드 앤더슨 - 달걀

10. F. 스콜 피츠제럴드 - 겨울 꿈

 

어느 하나 빠지지가 않아!!!!!

이 시리즈의 다른 나라 편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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