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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옥에서]

서경식 선생의 또다른 책이다.

도서관에 신간구매로 신청하면 책 반입시 우선 예약자로 등록된다. 그리하야 '새책'을 읽는 영광을 누렸다. 지난 번 [사치열병[도 마찬가지 ㅋㅋ  

 

요즘에 주로 생활사보다는 책이나 영화 감상글을 남겨두는 편인데,

한편으로는 평소에 하고픈 이야기들을 여한 없이 하기 때문에 딱히 블로그에까지 남길 글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별로 할 말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말과 글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세상에 뭐 굳이 ㅋㅋ

은인자중, 암중모색이 필요한 시기..... 라고 하면 좀 오바질이지만 뭐 그렇다.

 

언어의 감옥에서 - 어느 재일조선인의 초상
언어의 감옥에서 - 어느 재일조선인의 초상
서경식
돌베개, 2011

 

이 책은 선생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어찌 보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만큼 예민하고 까칠한 글들...

만일 그의 글이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이런 것 때문이리라....

또 재일조선인, 민족, 국가, 화해 이야기냐?

그래도 우리 (?) 편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한테 너무 가혹하게 비판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글쓴이가 서문에서 밝혔듯 상황은 그렇지 않다.

"나는 곧 만 60세를 맞이한다. 이전에는 60세가 되어서도 살아있는 자신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심지어 60세가 되어서도 이 책에서 하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젊었을 때 나는 그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머지않아 내 발언 따위는 쓸모 없어질 거라고 막연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 "그래도 그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문제... 

저자의 말대로 "구일본군 병사도 천황 히로이토도 개인적으로 보면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

어릴 적에 임철우의 단편 [붉은 방]을 읽고 다소 충격받았었다.

고문형사의 그 평범하고 소시민적인 모습에...  세상에, 그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화끈한 한화그룹 회장이나, 위장전입을 일삼는 고위공직자 나으리들도 다 알고 보면 자식사랑이 극진할 뿐인, 그저 평범하고 좋은 사람들일 것이다....ㅡ.ㅡ

 

이 두 가지,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알고보면 좋은" 사람들, 특히나  '나름' 진보적인 일본의 리버럴 지식인들이 기묘한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화해를 강제하는 현실 속에서 글쓴이는 자꾸만, 듣기싫어해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없는 것이다.

 

죄는 개인에게 귀속되지만 책임은 집단에게 귀속될 수 있다는 한나 아렌트의 논거로부터 선생은 일본'국민' 일반의 소극적인 전쟁책임 회피, 혹은 쿨하게 전향적으로 털어버리고 싶은데 피해자들의 지나친 (!) 민족주의적 반일정서 때문에 문제 해결이 지체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의 '리버럴' 지식인들을 비판한다.

또한 "설령 피해자에게 가해성이 침투해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그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운용한 자들의 가해책임을 상대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프리모 레비의 깊이 있는 성찰을 언급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전후세대이자 소위 국제주의자로서 (이런 말을 막 쓰다니 낯부끄러워라 ㅡ.ㅡ) '민족' '민족주의'라고 하면 일단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나이지만, 냉철한 민족주의/국가주의 비판과 동반된 선생의 민족적 지향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로 환원되지 않는 국민주의적 내셔널리즘의 문제"는 그것이 꼭 한/일 관계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 내에서 훨씬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옮긴이는 서경식 교수를 통해서 널리 회자된 '디아스포라' 라는 용어가, 그 고민의 내용은 거세된 채, 해방의 '이미지'로서 낭만적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나 또한 '나라없는 사람'을 꿈꾸며 아인쉬타인의 (내가 이해도 못할) 상대성이론보다는 그의 자발적인 국적포기를 더욱 높이 사는 형편이지만, 그것이 외부의 강제, 역사라는 개인이 감당못한 소용돌이에 의해 강제되었을 때 감내해야 하는 신산한 삶에 대해서는 너무나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난민과 국민사이]도 읽어봐야겠다...

 

* 뱀발1.

주말에 섬활에 다녀오면서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읽는 중에,

문득... 음... 아우슈비츠에 직접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장 아메리도 있었고, 프리모 레비도 있었지 않나.....

참, 프리모레비에 관한 다큐영화도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

 

* 뱀발2.

서경식 선생한테 편지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당신의 책에 무척 공감했다.. 이런 낯간지러운 글 ㅋㅋ

그리고 일본인의 집단적 심리에 대한 질문도 겸사겸사.... 

이건 딱히 '일본인'이라는 특정 '국민'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인간의 집단적 행태/관계에 대한 궁금증.. ...

한국말도 이제 잘 하시는 것 같던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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