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호빗, 벵갈 호랑이, 장발장...

포스팅만 보면, 나는 세상 제일의 한량 ㅡ.ㅡ;;

 

# 호빗: 뜻밖의 여정 (피터잭슨 감독, 2012년)

 

호빗 : 뜻밖의 여정

 

차가운 셜록의 따뜻한 남자, 마틴 프리먼이 빌보 배긴스로 ㅋㅋ

원래 이렇게 스케일이 큰 이야기는 아닌 듯한데,  

어쩌다보니... 그야말로 뜻밖에 블록버스터가 된 게 아닌가 싶네 그려..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고, 귀여운 그야말로 재미난 동화...

저 멀리 원경의 산맥들은 마치 내고향 6시에서 본 듯한 뉴질랜드 풍광...

그리고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들....  

시간은 지난 반지원정대보다 60년 전이라는데 간달프는 더 늙어보여 ㅋㅋㅋ

스미스 요원 요정 휴고위빙도 주름 자글자글 ...  

갈라드리엘은 후광 때문에 피부 상태 확인 불가능 ㅋㅋ

 

근데,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라면 별 감흥이 없었을 수도...

번역이 좀 후지다는 거 빼고는 흡족할만한 영화였음...

특히 골룸과 빌보가 수수께끼 맞추며 대결하는 장면에서 "Lost" 에 대한 번역 완전 거슬림...ㅡ.ㅡ

근데 또 딱히 한국어로 적당하게 번역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듯....

다음 편들도 후딱 이어서 했으면 좋겠네...

셜록이 네크로맨서/스마우그로 나온다는데... 빌보 왓슨과 조우하는 장면이 몹시 기다려짐 ㅋㅋ

 

# 레미제라블 (탐 후퍼 감독, 2012년)

 

레미제라블

 

잘 만든 뮤지컬 영화라고 평이 좋아서 보려고는 했었는데, 여행이다 뭐다 정신없어 못보다가

대선 이후 갑자기 "힐링" 영화로 등극해있어서 이건 또 뭔 일인가 하며 보았음

음악 좋고, 연기들 잘 하고, 극도 잘 짜여져 있기는 한데........

근데 도대체 사람들이 어디에서 힐링을 받았다는 건지 당최 미스테리... ㅜ.ㅜ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은 읽어본 적이 없고,

내가 기억하는 건 장발장과 은촛대 동화책 버전.... 

그래서 원작이 아닌, 딱 이 영화에만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전형적인 헐리우드 서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영화가 아닐까 싶음...

말 그대로 "한 때의 젊은 치기"로 혁명운동에 동참했던 마리우스 (심지어 부르주아도 아니고 앙시앙레짐의 적자...) 는 화초처럼 자라 아빠의 과거도 세상 물정도 암 것도 모르는 화사한 코제트 만나

다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이전의 귀족 생활로 돌아감.

결혼식 장면에서 정말 빡쳤음 ㅜ.ㅜ

마리우스 좋아하던 에포니는 심지어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고 장렬히 전사....

하수구에서 마리우스 짊어지고 이동하는 장발장에게서 나는 울버린의 환영을 보았음.. .ㅡ.ㅡ

 

어쩌면 이 영화는 형사 자베르와 장발장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작품???

혁명은 그저 배경인 겐가?

사실... 극 초반 판틴을 몰아세우던 공장의 드센 여자들, 결국은 그녀가 머리카락을, 이빨을, 몸을 팔게 만들던 악다구니 같은 여자들과 남자들, 바리케이드를 쌓을 수 있게 가구를 던지던 서민들, 결국 나타나지 않고 혁명군을 고립 궤멸에 빠지게 했던 시민들(?).... 이들은 다 같은 소위 "민중" 아닌가 말여....

이렇게 복잡미묘한 인간상을, 한 순간은 극단적 악인들로, 또 다른 순간에는 전혀 다르게 세상을 바꿀 이들로 그리는 단선적 묘사는 후덜덜... 물론 뮤지컬이라는 특성 상 극적 대조를 이루기 위한 장치였다고 관대하게 이해해주기는 했음...  ㅡ.ㅡ

 

다시금 깨달은 것이지만, 나는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영화들과 친하지 않음... 

 

# 라이프 오브 파이 (리안 감독, 2012년)

 

라이프 오브 파이

 

말하자면, 이런 영화가 내 취향...  

한번 갈고닦아 놓은 통찰력은 장르가 바뀌어도, 기술이 바뀌어도, 맥락이 바뀌어도 여전히 그 광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줌.... 

정말, 리안 감독은 어떻게 이런 인생의 깊이를 가지게 된 게야...

나이 먹으면 저절로 되나???

그런 거라면 나도 얼릉얼릉 나이 먹고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게 인생의 함정.... ㅡ.ㅡ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상대와 고립 무원의 상황에서 공존해야 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심지어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적대자를 돌보기까지 해야 하다니...

그리고 미운 정조차 용납하지 않는 비정한 세계,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위험이 공존하는 모순덩어리의 세계, 믿고 싶은 것과 믿을 수 있는 것이 부동하는 불가해한 세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흉포한 리차드 파커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냥 다 술술 불어버릴 것만 같았지......ㅡ.ㅡ

 

그리고 이 영화 대부분의 장면들이 CG 라는 것에 다시 한 번 깜놀....

호랑이와 소년이 실제로는 한 번도 조우한 적이 없었다고!!!

기술은 기술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위해 쓰일 때, 그것이 기술인지조차 모를 때 가장 뛰어난 법 아닌가 싶음....

 

정말로,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오.. 리안 감독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