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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휴가_Buenos Aires

월급 작은 우리 연구소의 비장의 활동가 유인책... 3년 근속 시 한 달의 유급 안식월 휴가..

나는 원래 작년에 쓸 수 있었는데 미친 듯이 일이 몰려드는 바람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가고, 올해는 꼭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작년 하반기에 덜컥 예약을 해버렸다.

돈이 어마무시하게 비쌌지만, 한 달씩이나 받은 휴가로 그저 가까운 데에 다녀오기는 아쉬운지라, 뭔가 멀어서 그동안 가지 못했던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게 바로 파타고니아....

도대체 어디에서 파타고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지, 또 Punta Arenas 라는 도시의 이름은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모르겠으나, 내 무의식 어딘가에 설명 못할 로망이 자리잡고 있다가 툭 튀어나온 게다.

이러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과, 할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은 용기? (ㅜ.ㅜ)

 

물론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십수년 전에 크라운을 씌운 어금니의 극심한 통증과 예상치 못했던 신경치료, 그리고 아빠의 통풍 재발로 인한 입원...  알코올 규제 보고서 마감은 이런 일들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었지.....   치통은 너무나 견딜 수 없어서, 불구대천 원수들이나 대역죄인들은 앞으로 치통지옥에 보내야겠다는 망상에 빠져들기도 했지... ㅡ.ㅡ

그래도 어쩌나.... 떠나야지....

 

#1.

 

뱅기 두 번 갈아타고 30시간 걸려서, 서울에서 줄기차게 땅 파면 나온다는 Buenos Aires 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만신창이.... 

첫 환승지 디트로이트에서 남긴 메모 "이제 40%의 비행 완료했을 뿐인데 다 죽어감. 홍삼즙 먹고 여행이라니 ㅠㅠ"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 입국장의 엄청난 환영 인파에 깜놀... 수많은 가족들과 손님맞이 영업맨들이 손팻말을 들고 큰 소리로 인사말과 따뜻한 포옹을 쉴새 없이 주고받는.... 여긴 정말 따뜻한 나라여 ㅋㅋ

호텔에서는 다행히 이른 시간인데도 체크인을 해주어서, 일단 씻고 좀 쉬었다 나들이 시작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일단 호텔주변 맛집을 전광석화처럼 검색하여 피자집 픽업.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아 그곳 음식점도 많더구만.... 스페셜티 FILO 피자 먹었는데 겁나 맛있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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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슬슬 Santa Fe 거리를 통해 아테나 서점까지 걸어감. 아름다운 공간, 극장보존의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줌. 태양이 작렬하여 뜨거워 죽는 줄 알았으나, 가는 길 도중, 호텔에서 가까운 San Martin 공원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 시원하고 청량한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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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돌아오니 투어리더가 엘리베이터 옆에 붙여 놓은 공지사항....

이 인간은 손으로 글씨를 쓴 건가, 발로 쓴 건가.... 독해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지 뭔가... ㅡ.ㅡ.

특히 미스테리한 a의 쓰기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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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 날 점심에 투어 미팅이 예정된지라, 오전에 자유 시간....

아침 먹고 catedral metropolis 방문 ㅡ 도대체 뭐가 그리 일급정보인지 겨우겨우 번역기 돌려서 미사 시간을 알아냈는데, 정작 가보니 인터넷 정보와 다름.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마침 딱 미사 시간.... ㅡ.ㅡ 크자님 꾀임에 빠져 미사 참여. 연로하신 신부님이 강론을 엄청 길게 열정적으로 하는 바람에 한 시간 반이나 진행... 어이쿠... ㅜ.ㅜ

엄마 선물로 여기 출신 프란체스코 교황 기념품 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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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Rough Guide에서 보았던 mustard attack 당함. 하지만 우리는 현명하게 대처함 ㅋㅋ 옷에 얼룩이 남았지만 그래도 털리지는 않음. 정말 책에서처럼 뭔가 옷에 튀었음을 감지하고 돌아본 순간, 닦을 휴지를 들고 친절한 아저씨가 갑자기 거짓말처럼 나타남 ㅋㅋㅋ 우리는 물론 노땡큐하고 직진.... 역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은 아니고, 최소한 쫄딱 망하지는 않는다는 진리....

 

#3. 

 

점심을 호텔 근처 카페에서 엄청 맛난 에스프레소와 페스트리 먹고 익스플로어 그룹에 조인, 리더 Ramiro 설명 듣고 서로 인사 ㅡ 투어 그룹은 런던, 맨체스터, 요크, 시드니, 홍콩, 한국 등 다국적군으로 구성됨.

이후 로컬 가이드 안나와 함께 시내 투어. 대통령궁 ㅡ 오월 광장 ㅡ San Telmo 벼룩시장 ㅡ Boca 지구 ㅡ 신도시 거쳐 Recoleta cemetry.

 

오월 광장 어머니들의 하얀 스카프 이야기 듣고 숙연해짐. 감히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던 엄혹한 군사독재정권 시절 아기 기저귀를 상징하는 하얀 스카프를 두르고 엄마들이 ㅠㅠ

경제부를 비롯한 정부 주요 청사와 대통령 궁, 의회가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데모하기는 딱 좋다는 오월광장...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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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동하여 San Telmo 거리의 주말 벼룩시장 구경.... 시장 한 가운데에서는 즉석 공연....

 

탱고는 영화에서처럼 날렵한 선남선녀들이 아니라, 나이도 많고 후덕하신 분들이 추는게 오히려 포스가 느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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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미 불평등 심한 거야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말 심하기는 하더라니....

이주민들이 초기에 남쪽 구역에 정착했다가 북쪽으로 이주하면서 전반적으로 남쪽 구역의 동네들이 황폐화했고, Boca 지구는 전형적으로 쇠락한 동네 중 하나....

마을을 되살려보겠다는 예술가의 열정 덕에 아름다운 색채로 물든 이색 관광명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음.... 뭐랄까 빈곤을 전시한다고나 할까? 이동하는 길에 마주한 구 항구지역의 황폐함과 달동네는 초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비해 신도시는 분당이나 뉴욕 저리 가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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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leta 묘지는 생각한 것과 매우 다름. 통상적인 묘지에 비석이 세워진 곳인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영생을 누리겠다고 돈지랄들을 한 건지 ㅠㅠ

마침 전 날이 여성의 날이라 에바 페론의 묘지에는 꽃이..... (사실 일년 내내 이렇게들 꽃을 가져다 둔다고..... 페로니즘도 참 특이한 정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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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어제 봐둔 El establo에서 스테이크에 와인, 대박!!!

이렇게 맛있는 고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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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가 넘어야 식사가 시작되는 괴이한 풍습에 놀라기도 잠시...

내일은 Ushuaia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출발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사람들의 괴성에 라미로가 이번 한 번뿐이라며 막 달램.... 이렇게 희대의 사기극이 시작된 것이었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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