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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휴가_Punta Arenas

hongsili님의 [안식월 휴가_Ushuaia] 에 관련된 글.

 

#1.

 

새벽 다섯시에 출발하여 안데스 산맥 중 유일하게 동서로 뻗어있는 부분을 넘음.

나는 자느라고 못봤는데 크자님 전언에 의하면 한계령 같았다고.... 눈발 날리는 가파르고 어두운 길...

하지만 라미로가 깨워서 일어났을 때 여기는 아름다운 만남의 빵집 Panderia de union ㅋㅋ

맛나다고 소문난 크로와상과 옥수수빵, 라떼 먹고 다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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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나지 않을것만 같은 3번 도로를 죽어라 달려 San Sebastian 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을 통과, 이어서 비무장지대(?)를 지나 몇십분을 더 달려 드디어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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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달려 드디어 마젤란 해협!!!

적막하면서도 세찬 바람과 파도가 넘실대는 검푸른 해협 앞에 멈춰섰을 때, 참으로 기이한 감정이 뭉게뭉게....

이 거칠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길을, 어떻게 마젤란은 감히 탐험해볼 생각을 했을까???

아래 두 번째 사진은 배 안에서 찍은 것.... 물살 장난 아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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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렇게 엄청난 바람과 물살을 헤치고 또 달리고 달려 드디어 Punta Arenas...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데, 나는 이 작은 도시의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이 이름을 몰랐다면 이 여행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텐데.... 살다보면 참 작은 단서나 힌트들이 뜻하지 않은 먼 발걸음을 이끌게 만든다니까....

 

해변 근처 사보이 호텔에 짐풀고 간단히 시내를 둘러봄,

고즈넉한 항구마을 온통 마젤란의 기운이 살아숨쉬는 ㅋㅋ 오만한 마젤란 동상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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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마을에 왔으니 저녁은 당연히 생선요리와 쇼비뇽블랑!

도서관처럼 높은 선반까지 와인을 전시해놓고 사다리 타고 꺼내오는 모습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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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루는 글자 그대로 산넘고 들판을 가로질러 바다건너 기나긴 여정!
세상은 넓어라...

인간의 모험정신에 새삼 깜놀... 엣날에 여길 도대체 어떨게???

그리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과, 소실점으로 사라져버리는 도로들.. 검푸르게 일렁이는 마젤란 해협의 물결들... 그 풍광을 도저히 잊을 수 없어라....

 

 
#3.

 

아침 8시라는 비교적 준수한 시각에 출발하여 사람들 대만족 ㅋㅋ

날씨가 약간 흐린 가운데, Punta Arenas 에 최초 정박했던 유럽 선박들 중 유일하게 보존된 유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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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다시 달려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Puerto natales에 들르게 됨... 여기에서 맛난 점심먹고 선물센터에서 알파카 니트 장만 ㅋㅋ 

원래 전혀 생각지도 않은 품목인데, 오는 길에 마주친 알파카 때문에 충동 구매 ㅋㅋㅋ

하지만 여행 내내 아주 유용하게 입었다네... 따뜻하고 가벼워라....

 

이윽고 역시 포장, 비포장 도로를 번갈아 질주하여 드디어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도착...

이동하는 동안, 체인 두르고 굉음을 내며 달리는 바이크 족도 만나고 (오토바이 타려면 이 정도 되는 길에서는 타야 어디 명함 내밀 수 있을 듯!),

과나코, 독수리 (black chested eagle), 라마, 알파카, 심지어 콘도르와 조우!

이토록 신기할 수가!!! 우린 동물원이나 사파리에 온 게 아니잖아.. 그냥 도로를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고 ㅋㅋ

과나코는 이제 심지어 서로 무심한 사이가 되어버렸을 지경.. 사람들 처음에는 한 마리만 봐도 막 사진찍고 그랬는데 이제는 쳐다보지도 않음 ㅋㅋㅋ

그리고 콘도르 정말 우아하고 멋져서 넋을 빼앗길 지경... 하지만 대 반전은 몸이 무거워서 땅에서는 바보라고 함... 날기 위해서 뒤뚱뒤뚱 걸어 언덕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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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Puerto Natales 에서 결합한 로컬 가이드 크리스 잘 생겼다고 크자님이 폭풍 칭찬하심....

은근히 가이드 외모를 모니터링하고 계셨지 뭔가... ㅡ.ㅡ


잘 생겼을 뿐 아니라, 야생동물 도감 꺼내놓고 마주친 동물 하나하나 너무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완전 완전 믿음직스러움.


재밌는 이야기도 몇가지 해주었는데, 
몇년전 푸마가 산 아랫쪽으로 달려내려오며 과나코 쫓다가 과나코가 방향 급전환하는 바람에 마침 반대편으로 도망가던 가이드를 쫓아와 가슴팍을 공격해서 사망했다고..... 후덜덜
그리고 대부분 칠레 사람들한테 안데스는 항상 동쪽에 있는데 이동네만 달라서 헷갈리고 이쪽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처럼 마테 차 마신다는 소소한 이야기.... ㅋㅋ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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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말을 잃었음. 세상 가장 깊숙한 곳 비경을 보앗다고나 할까?
정말 뭐라 설명할수 없는 풍경.... 

옥색 호수 위에 걸린 무지개 따위는 이제 개나 줘버려 ㅋㅋ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황량한 아름다움의 끝판왕....

국립공원을 관통하여 숙소에 이르기까지 처음 만나는 종류의 아름다움에 다들 창밖만 뚫어지게 바라봄.... 그렇게 이곳에서의 첫날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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