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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독일, 일본.. 어쩌다보니 다른 나라 이야기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르네상스, 2004

 

 

두고두고 되새길만한 몇몇 문장들을 옮겨 놓는다.

 

* 가난에 대해...

 

 

모든 사람을 큰 잔치에 초대해놓고 수많은 사람들의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리는 이 세상은 균등한 동시에 불평등하다. 세상이 강요하는 습관과 생각은 균등하지만 세상이 가져다주는 기회는 불평등하다

 

20년전 혹은 30년 전만 해도 가난은 불의의 산물이었다. 좌파는 그것을 고발했고 중도파는 인정했으며 우파는 아주 드물게 부정했다. 세월은 너무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지금 가난은 무능력에 대한 정당한 벌이다. 가난한 자에겐 연민이 일어나지만 더 이상 가난이 의분을 유발하지 않는다

 

가난은 너무 작은 담요라서, 각자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기에 바쁘다

가난한 사람은 화려함을 좋아한다. 지식인만이 가난을 보는 것을 즐긴다


브라질 주교 엘테르 카마라의 유명한 이야기... (출처를 첨 알았음..)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왜 먹을 것이 없냐고 물어보네면 , 날 빨갱이라고 해요

 

 

세상에는 갈수록 실업자가 늘어난다. 그리고 갈수록 사람이 남아돈다. 세상의 주인은 쓸모도 없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무엇을 할 것안가?

 

 

* 법과 역사, 불의.....

 

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파리같은 작은 곤충은 잡지만, 커다란 짐승의 진로를 방해하지 못한다

 

1995년 우르과이 몬테비디오 윤리학과 교수모집 공고가 났는데, 월급이 무려 백 달러 ㅜ.ㅜ

 

그 정도 돈으로 부패하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윤리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도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지금 까지 실제 역사를 만든 것은 법앞의 불평등이지만, 곡식적인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이다


과거를 기억함은 과거의 저주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고, 현재의 발목을 붙잡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함정에 빠지지않고 자유롭게 길을 가게 하기 위해서이다

 

* 진실과 투쟁

 

마르코스 부사령관의 분신이라 일컬어졌던 비에호 안토니오 왈

 

인간은 자신이 느끼는 세공포심만큼 작고, 자신이 선택한 적군만큼 크다

 

진실은 진실을 찾아나서는 떠남에 있지, 항구에 정박되어 있진않다. 진실을 모색하는 것보다 더한 진실은 없다.

 

 

남미 역사를 다룬 저자들의 특별한 재능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유례없는 정복과 약탈의 역사 때문인지, 한국과 유독 닮아 있는 근현대사 때문인지 라틴 아메리카 역사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렇게도 가슴이 저린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  끊임없이 저항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그들의 역사에 대한 흠모와 존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티에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노예제도가 철폐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엄청 울컥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브라질 노예들이 탈출하여 밀림 속에 세운 자유공간 팔마레스 공화국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한 번 울컥.....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군사원정대의 30여 차례 공역에 저항하며 한 세기를 넘겼다니 ㅠㅠ (1605-1694)  백년이면, 빠리 꼬뮌보다 민중전선 아옌대 정부보다, 그리고 지구상에 '공식적으로' 실존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모든 역사들보다도 더 긴 시간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북미 지역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새삼 놀라게 된다.  정복자들이 생각했던 인디언들의 문제점에는 자살, 소유권 부정, 자주 몸 씻기, 동성애 방조와 처녀의 순결에 개의치 않기, 아이들 때리지않고 자유롭게 놓아두기, 정해진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배고플 때만 먹기 등이 있었다고.... 이거 오늘 날 탈물질주의를 추구하는 서구 엘리트들이 동경하는 삶 그대로 아닌감??? 

 

책은 통렬하고 날카롭게, 독자로 하여금 익숙한 것을 뒤집어 볼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해보면, 제국주의는 "세계화"로, 기회주의는 "실용주의"로, 배신은 "현실주의"로 포장된 현실의 껍데기 이면을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세상은 불의와 부정의를 가르치는 학교이지만, 그렇다고 갈레아노가 이 책에서 한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마무리는 이러하다....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안제 살든, 한 사람은 그 속에 다른 많은 사람을 포함한다. 다른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조차 금지하면서, 우리들 중에서도 거정 발어먹을 놈들에게 무대 전면네 나서라고 날마다 얘기하는 자가 10년도 채못가고 쓰러지는 권력이다. 비록 우리가 잘못 만들어졌어도 아직 다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현실을 변화시키고, 우리 자신도 변화하는 모습이야말로 우주의 역사 속에서 눈 한 번 깜빡일 정도의 이 짧은 순간을, 두 개의 빙하 사이에서 덧없이 짧은 한 순간의 온기를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다.

 

잘못 만들어졌어도, 아직 다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 덧없이 짧은 온기의 순간을 가치있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 이만큼 소박하면서도 용기를 주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 토머스 게이건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부키, 2011

 

미국의 노동변호사가 미국이 유럽, 특히 독일사회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은 책....

 

저자는 노동 비용이 높아서 미국 기업이 힘들다는 말은 다 헛소리라고 비판한다. 오늘날, 노동비용이 높은 독일의 제조업은 살아남고 오히려 노동비용 낮추는 것을 필사의 과제로 삼았던 미국과 영국은 제조업이 다 쫄딱 망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단지 산업구조의 문제를 넘어서, 실물이 있는 제조업 기반이 사라지면 민주주의도 사멸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야 모르겠지만, 실체없는 서비스금융자본주의가 카드로 지은 집 같다고 역시 걱정해온 나로서는 깊게 공감하는 부분....

 

저자는 독일이 맛이 갔다고 미국인들이 흔히 이야기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독일 사민주의를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 ㅡ 직장평의회, 노사공동결정, 지역별 임금결정 제도에 대해서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사실, 직장평의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동안에는, 노조가 없는 곳에 평의회가 구성되거나, 혹은 평의회와 노조가 같은 기능을 한다고, 즉 노조 대의원이 평의원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저자가 소개한 사례들을 보고 나니, 내용 측면에서나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 차원에서나 굉장히 중요한 제도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독일의 사민주의를 떠받치는 이러한 제도들이 제조업 기반의 조직 노동이라, 공공 부문이나 미숙련/서비스/ 여성 노동자 조직화는 매우 취약하다는 현실 진단에는 나도 모르게 장탄식을.... ㅠㅠ

 

내가 독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건강보험 제도의 역사 쪼금, 프라이부르그 같은 유명한 친환경 도시 프로젝트, 그리고 역시 맥주.... 특히 쾰른 맥주 맛있지.... ㅡ.ㅡ

책을 읽고 나니 독일의 자치/협력 구조가 몹시나 궁금해졌다. 혹시나 보건의료 영역에도 이런 게 있을까???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

 

저자는 미국인 독자들에게 그토록 미국인들이 맹신하고 유럽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선택의 자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유럽은 공공재를 더 많이 선택할 수 있고, 소비하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소비할 시간이 있다는 점 말이다. 그토록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며 미국적 자유주의를 높이 평가했던 프리드만이야말로 종신 교수로서 유럽 사민주의자처럼 이런 선택의 자유를 다 누리고 살았다는 이야기에 빵 터졌다...

 

저자는 본인이 사민주의자가 절대 아니고, 그냥 애국자일 뿐아라면서 미국에서도 제발 사민주의가 강화되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민주의자가 뭐 어때서 이렇게 구구절절 평범한 애국자임을 강조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미국도 하도 당파색이 강하다보니 (유럽인 보기엔 웃기겠지만 ㅋ) 독자들에게 '순수성'을 어필하기 위해 이러는거 같기는 하다. 순수는 개뿔.... 이라고 비웃기에는 한국 상황도 대체로 안습이라, 그냥 찜찜함으로 남겨둘란다...

 

천하제일 미국 따라가기에 바쁜 한국에서도, 이런 종류의 비판적인 사례 학습이 많이많이 필요한 듯 싶다...

 

# 후지와라 토모미. <폭주노인>

 

폭주노인 - 그들은 왜 위험하고 잔인한 폭력노인이 되었을까
폭주노인 - 그들은 왜 위험하고 잔인한 폭력노인이 되었을까
후지와라 토모미
좋은책만들기, 2014

 

너무나 빠르게 고령사회로 치달아가고 있는 한국에서 노인들이 각종 사회병폐의 희생자이자, 혹은 드물지 않게 가해자로 활약하는 현상을 보면서, 선배 국가 일본 상황은 어떤가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는디.....

 

한 마디로 충격...

 

이런 글은 그냥 자기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쓰지 왜 책까지 낸 것이며, 한국의 출판사는 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번역한 것인지.... 거대미스테리를 남겨준 책....

노인들이 왜 위험하고 잔인한 폭력을 저지르는지, 왜 '폭주'하고 있는지... 하나도 답이 없잖여...

계량적 분석이고 심층적인 사례 분석이고 아무 것도 없고, 그냥 저자의 느낌적 느낌으로 책 한 권을 채웠다는 사실에 내가 폭주할 뻔했다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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