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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멋대로 미디어...

1.

 

홍실이님의 [테러가 아니라서 다행?....] 에 관련된 글. 

작년에 텍사스 정유공장 폭발 사고로 15명이 넘는 노동자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수학여행 떠났던  여고생 실종 사건이나 마이클 잭슨 어린이 성추행 사건은 분초를 다투어가면서 그리도 열심히 중계를 하더니만, 이 사건은 진짜 건조하게 사실 보도 몇 번만 하고 끝나서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주 웨스트 버지니아 주의  광산에서 폭발 사고로 또다시 12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의 언론 태도는 엄청 다르다. CNN의 경우, 지난 카트리나 현장 중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앤더슨 쿠퍼를 현지에 보내, 구조 작업의 진행, 가족들과 주민들의 표정들을 거의 실시간 생중계를 했다. 하지만, 재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구조작업이 쉽지 않았고, 결국 이틀만에 구조대가 사고 지점에 도달했을 때에는 조난된 13명 중 12명이 숨지고 나서였다. 그래서 이 한 명만 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 

 

어제 보니, 병원의 의사들이 주욱 가운 입고 앉아서 현재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20대 젊은 노동자의 각종 검사 기록은 실시간으로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남긴 메모(I love you)는 전 미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으며, 가족과 마을 이웃들이 촛불을 들고 먼저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광경은 매 뉴스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으례 그렇듯, 극적인 휴먼 드라마는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지만, 정작 광산 현장에서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이 사업장은 그동안 엄청난 규정 위반을 저질러 왔다. 우연하게 벌어진 일회성 사고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작년 텍사스 공장 재해도, 지금처럼 극적인 '인간 드라마'와, '방송할만큼 충분한' 구조시간이 있었으면, TV 에 제대로 나와줄 뻔 했지 않을까...

 

2.

미군이 이라크 마을 공습 작전 도중에 병에 걸린 아기를 발견했다.

Spina bifida 라는 일종의 신경외과적 질환인데, 출생 직후 수술해주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그냥 두면 하반신 마비를 가져올 수도 있는 그런 병이다.  

그래서.... 인정많은 미군들이 이 아기의 딱한 사정을 알렸고, 지지난 주에 드디어 미국 병원에 와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역시 또 저명한 의사가 나와서, 수술이 늦어져 완전 회복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둥 예의 그 심각한 표정을 짓고, 아기의 똘망똘망한 얼굴과 고마워하는 엄마의 인터뷰가 줄줄 이어졌더랬다.

 

바그다드 병원에 있는 또다른 어린이들, 이번에 미국에 온 아기처럼 미국의 도움으로 치료 기회를 얻기를 열심히 바라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과 그 가족의 모습을 뉴스에서 연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선행을 몹시도 자랑스러워하는 뿌듯한 리포터의 표정.....

 

제비 다리 일부러 부러뜨리고 박씨를 기대하던 놀부는, 이에 비하면 인류 5대 성인의 반열에 올려줘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미국의 공습에 의해, 그리고 물자제한 조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그 자리에서 혹은 서서히 생명을 잃어갔나. 열화 우라늄탄에 의해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거나, 오랜 금수 조치 때문에 기본적인 의약품도 없어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설사병으로 죽었다거나.... 이런 이야기는 도대체 듣도보도 못했단 말인가?

 

 

 

텔레비젼 보고 있으면, 정말 저 놈의 방송국 뽀사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은 아니지만....

아으.... 진짜 열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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