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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vs. nurture

열심히 일하다가 문득 떠오른 잡생각.... (항상 바쁠때면 ㅎㅎㅎ)

 

에피소드 1.

 

어제 Indianapolis Wishard Memorial hospital의 견학 중에 간호부장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사 인력과 비의사 (특히 간호사) 사이의 의사 소통, 협력 증진을 위한 특별한 방안이 있냐는 질문을 잠깐 했었다. 이건 병원 운영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한편으로 임상 서비스의 질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자연스럽게 남자-의사/여자-간호사라는 젠더 권력의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지금이야 안 그렇지만, 5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이 간호부장 왈, 자기가 병동에서 일할 때는 (남자) 의사와 단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된다는 간호사들 사이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단다. 성희롱, 성폭력이 워낙 난무했던지라... 

 

병원에서 일할 때, 여자 간호사들에 대한 남자 의사들 - 특히 교수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성폭력적 발언과 행동들에 대해서 익히 경험했던지라 시공간을 넘어서는 그 '일반성'에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에피소드 2.

 

물론, 여자 '의사'라고 해서  성희롱의 경험이 없었던 건 아니다.

동해시에 파견 가 있던 시절, 

아침에 드레싱 겸, 회진을 돌러 다인실 남자 환자 병실에 들어갔는데,

내 담당이 아닌 아저씨 환자 하나가 아주 큰 소리로,

'의사 선생님 오셨으니 내 하나 물어봅시다. 내가 아침에 잘 서지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으하하하.... 그걸 저 선생님이 어찌 알겠어?"

왁자지껄 + 집중되는 아저씨들의 시선....

 

나의 심드렁한 표정과 대답: "그래요? 주치의 선생님한테 전해드릴께요"

이어서, 싸~ 한 분위기...  

여기서 당황하면 안 된다는 거의 동물적 본능과 임상수련 동안 체득한 '환자와의 거리두기' 덕분에 가능했던 반사 + 훈련의 성과였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더 세게 나가지 못한게 후회스럽고, 다시 되풀이하지 않고 싶은 기억...

소위 의사-환자라는 권력관계마저 뛰어넘는 젠더 권력이란...

 

에피소드 3.

 

지금 읽는 소설 (The Left Hand of Darkness) 에 보면 양성인간들( 말하자면, Hermaphrodite) 들이 사는 행성이 등장하는데, 조사단의 보고서는 이들이 유전공학 실험의 산물일 것으로 추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럼 왜 굳이 이런 실험을 했느냐? 아마도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남성의 공격성을 벗어나기 위해...

 

그런데.... 테스토스테론이, 호르몬이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나?

무슨 짐승들도 아니구말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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