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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sula Le Guin에게 처음로 Hugo & Nebular award 를 동시에 안겨준 소설
(나중에 The dispossessed 로 다시 2관왕을 차지하면서 Sci-Fi계에서 처음으로 두 작품이 동시에 2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다나 뭐래나....)
뭐 줄거리는 간단.
Winter 행성에 파견된 은하연합 Ekumenecum 사절이 갖은 오해와 위험을 극복하고 천신만고 끝에 수교 맺기에 성공한다는 이야기.
이 소설에는 몇 가지 놀라운 미덕이 존재하는데.
우선, 그 풍부한 서사와 글쓰기..... Winter 행성의 잔인하리만큼 압도하는 자연 환경과, 주인공 Genry AI과 Estravan 이 경험하는 극한에 대한 묘사는 어메이징.... 일부 서평에 Tollkin의 반지 시리즈에 비견할만한다고 한 것이 전혀 손색 없을 지경...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과 전복적 사고 (이거야말로 Sci-Fi의 정수 아닌가) 또한 최고였다. Winter 행성의 인간들은 androgynous (암수동체)... 따라서, 우리가 흔히 "남성적, 혹은 여성적"이라고 정형화하는 특징들을 고루 가지고 있으며, 월력에 따라 (마치 여성의 월경주기처럼) 생식 주기가 움직인다. 그래서, 아빠로 보이는 저 사람이 옛날에는 엄마 (ㅡ.ㅡ)였고, (여왕도 왕비도 아닌) 왕이 임신을 하기도 한다. 중간에 잠깐 이야기가 나오지만 작가는 동양의 "음양론"에서 영감을 받아 이러한 상상을 하게 된 거 같다. 극 중에서는, 아마도 과거 인간이 우주개척을 하던 시절 (인류는 모두 지구에서 기원했다고 가정), 유전자 조작 실험을 통해 이러한 형태의 개체가 생성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80여 개의 유인 행성 중 이런 곳이 아무데도 없고, 도대체 자연스런 진화의 결과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부분이기에....
그러나!!!!!
역시, 모든 글에는 시대적 맥락이 중요한 법...
이런 빼어남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칠 않았으니....
양성인간의 세계를 그리면서 정형화된 남/녀의 역할, "인간본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 생활 (생식 주기인 kemmer 가 아닌 때)에는 잠깐씩 모호하게 내비치는 여성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체들이 "he"로 지칭되었고, 왕위는 "son"에게 계승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나한테는 이들이 "유약함과 섬세함이라는 여성성"(이건 사실일까?)도 가진 남성들의 이야기로 비춰졌을 뿐이다. 아마, 작가가 지금 시대에 이 소설을 썼다면(63년 원작임), 좀더 예민한 시각으로 이를 그려내지 않았을까 싶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허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다른 문제....
은하연합의 우주선이 굳이 성단 끝에 위치한 이 얼음행성까지 행차한 이유는 "수교"를 맺기 위해서다. 자유 무역과, 지식과 문화의 교류와, 인간 계발의 증진....... 그 어떤 사심어린 이해도 없이, 단지 전 은하계 인류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그리고, 이런 숭고한 대의에 감화를 받아 현지인인 Estravan 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Genry의 임무 수행을 도와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멀리는 신대륙 점령과 제국주의 침탈에서부터, 작금의 신자유주의 광풍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수사가 너무도 유사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게 아닌데..... ㅜ.ㅜ
어쨌든..
읽을 때는 재밌었지만, 나의 Sci-Fi 취향에는 그다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빼어난 글쓰기를 통해 과학/기술이 훌륭한 메타포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나는 좀더 논리와 기술적 세부 (technical details)에 집착하는 취향힌 것 같다.
Light is the left hand of darkness
and darkness is the right hand of light
Two are one, life and death, lying
together like lovers in kemmer,
like hands joined together,
like the end and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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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sc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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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흐흐.. 저랑은 읽는 방식이 다르시네요. 전 오히려 디테일보다는(물론 읽는 중에는 그 디테일이 계속 흥미를 이끌어줘야 하지만) 전체 이야기에 더 중심을 두는 편인데.. 그래서 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전체가 괜찮다면 상관없다가 되는 편이거든요. 그래도 번역본에는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대부분의 주체들이 "he"로 지칭되었고, 왕위는 "son"에게'라는 부분은 좀 심각한 문제네요. 읽다가 에이.. 이게 뭐야.. 하면서 그만 둘 수도 있는.. 역시 가능하면 '원서'를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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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성격의 글이 별로 제 취향이 아닌거 같아요. 어차피 소설이란게 다 판타지인데, 도대체 뭔 소리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좀더 논증하고, 과학이론/기술들의 세부 묘사를 많이 하는 소설이 더 잘 맞는 거 같아요.부가 정보
NeoSc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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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도저히 판타지류가 아니래서 르 귄의 진짜 판타지들은 아예 시도조차 못하고 있어요. 반지의 제왕은 옛날 '반지전쟁'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세번인가 시도했다가 지금까지 못 읽었고.. 얼마전 헌책방 같다가 한권으로 묶어서 4-5달라에 팔길래 한권 사다놓긴 했지만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무협지'같은 중국의 판타지들도 그다지.. 근데 희안하게 영화로 보면 재밌긴 하더라구요. 후후..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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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반지전쟁" 시리즈를 읽었었는데, 수 년이 지나 영화 1,2,3부를 다 보구 나서야 내용이 제대로 이해가 되더라는.. ㅡ.ㅡ 기이한 각종 고유명사들이 문제 아닐까 싶어요? 무협지나 무협 만화들은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오는거 보면... ㅎㅎㅎ부가 정보
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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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책이없어서 인용은 못하겠는데..바람의 열두방향에 보면 he와 she의 문제에 대해서 르귄의 사과?하는 내용의 서문이있었던거 같아요.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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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 찾아서 이야기해줘요! 이 책에서 s/he 문제는 혹시 1인칭 주인공 시점 (Genry)에 따라 그려졌기 때문에, 그 주인공의 평소 관념을 반영한게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었는데.. 웬지 그건 아닌 거 같았거든요. 사실, 소설가가 자기 소설책에 서문 쓰는 거 별로 못 봤는데, [어둠의 왼손]에서도 Sci-Fi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에세이처럼 펼쳐놨더라구요? 좀 의아했어요...부가 정보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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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귄이 "he"와 "son"을 사용한건 "mankind"나 보통 성이 불분명한 인물에 대해 말할때 "he"를 쓰기 때문이라고 했네요. 그래도 "he"를 사용한건 실수였다고 말했고..음 인류는 지구에서 기원했다는 설정이 아니라 Hain-Davenant에서 왔다는 설정입니다^^ 어둠에 왼손에서는 "planting one of the Hainish Normal group"정도로 힌트되지만 르귄의 Hainish Cycle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선 명확하게 나옵니다.
이 책을 굉장히 감명깊게 읽고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다 방문했는데요, 처음 뵌 분께 태클거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Ekumen과 Ai가 Gethen이랑 맺으려 한 수교가 도대체 어떻게 제국주의와 유사한건지 도통 이해가 안가네요. 번역본으로 읽으셨다면 번역본이 이상한가... 바로 그 제국주의적인 성격, 강압적이고 위협이 되는 사절단이 아니기 위해 Ai 한명만 간것 아닙니까? 제국주의 나라들이 그랬던 것 처럼 언제 Ai가 Karhide나 Orgoryen한테 당신들 꼭 우리랑 수교 맺어야 한다 안그럼 쳐들어오겠다 그러던가요? 양쪽의 공동적 협상, 나라들의 주권을 지키는것이 내내 강조됩니다. Law of Cultural Embargo같은 법안도 나오고요. 제국주의는 완전히 강국들의 경제적 이득을 위한 거였지만 말씀하셨듯이 Ekumen은 <자유 무역과, 지식과 문화의 교류와, 인간 계발의 증진>을 위해 존재합니다. 정부도 아니고 정치적인 단체도 아니고요. Estraven이 Ai한테 왜 혼자왔느냐, 더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수교가 좀 더 쉽지 않았겠느냐 물어볼때 Ai는 "that I could myself pose no threat, change no balance: not an invasion, but a mere messanger-boy...alone, i cannot change your world, i must be changed by it. [The Ekumen's] doctrine is just the reverse of the doctrine that the end justifies the means" 라고 대답합니다. 수만명을 죽인 그 역겨운 제국주의와 너무 이상주의적이긴 해도 이렇게 괜찮은 발상이 어느면에서 유사한지 수긍이 안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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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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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댓글이 늦었네요.. 또 오시려나.. ㅡ.ㅡ s/he에 대해서는 나중에 르귄이 다른 에세이에서 이렇게 성별을 구분하고 기본 성이 he 로 지칭되는 영어에 대해 한탄을 한 적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인 인칭문제를 떠나 여전히 여성/남성의 전형적인 성격을 오가는 부분은 여전히 아쉬운데, 뭐 당대의 여성주의의 세계관이 반영되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작가를 나무랄 일은 아닌거죠. . 지구에서 온게 아니었나요? 제가 다른 시리즈는 안 읽어서리... 그리고 제국주의의 향기(?)가 난다고 이야기한 것은, 당연히 이 책이 그런 맥락에서 쓰인것이 아님은 알지만 아름다운 서사와 정서적인 부분을 홀라당 들어내고 큰 플롯만 딱 보면 여전히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예요. 제국주의 침략사라는 것이 처음부터 수만명이 냅다 침략하는게 아니라, 선교를 하자 문화교류를 하자... 우리는 민간인이다, 그저 교역자들에 불과하다... 이러면서 시작된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까요... 어쩌면 제가 이런 부분에 더 민감해서 그런 느낌을 가졌을 수도 있겠죠. 저는 오히려 나중에 르귄이 다른 에세이에서 이건 한 인간의 fidelity 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 설명을 듣고서야 Estravan의 무모한 열정이 이해되었더랍니다...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