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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영화제

Human Right Watch 국제 영화제에 갔었는데...

 

보고 싶었던 영화 하나는 매진되서 놓치고,

또 역시 보고 싶었던 두 편은, 관람에 성공했으나 그닥 맘에 들지 않았음

 

http://www.hrw.org/iff/2005/traveling/titles.html#11

 

1. 놓친 영화 : State of Fear

테러 (무장 게릴라 조직 빛나는 길 Shining Path) 소탕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페루에서의 잔혹한 국가폭력을 다루고 있다고 함. 줄거리만 놓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해방 전후 좌/우에 의해 (특히 우익에 의해) 자행되었던 민간인 학살과 민주주의 탄압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고, 현재 시점에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으로 자행되고 있는 미국의 해괴한 행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수작이라 들었음..... 

미국 와서 표가 매진되어 못 본 영화는 이번이 두 번째... "다윈의 악몽"에 이어...

 

2. 진짜 맘에 안 든 영화 : Private

팔레스타인 점령 지구 중산층 가정을, 이스라엘 군인들이 무차별 점거하면서 벌어지는 이스라엘 군인/팔레스타인 가족, 아버지/나머지 식구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음. 여태껏 보아온 팔레스타인 관련 책자, 만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잘 사는 집 ㅡ.ㅡ 

근데.. 플롯이 너무 작위적, 헐리우드 스타일이라 진짜 공감이라고는 조금도 하기 어렵더라. 이스라엘 군인들이 초소로 쓰겠다고 떡하니 집안 2층을 점거하고 가족들을 1층에 가두어버렸는데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아버지 ("버티는게 이기는 거다" "지금 우리가 집을 떠나 이 상황을 피해버리면 나중에 아이들이 비난할 거다" "지금 떠나버리면, 이스라엘인들을 영원히 미워하게 될거다"???) + 이스라엘 군인들이 뭐하는지 궁금해서 2층 벽장에 숨어 이들을 구경하는 철딱서니 없는 고등학생 딸 (심지어 나중에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까지 하는 어처구니 없는 비약) + 우연히 손에 넣은 수류탄을 온실에 설치하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접근하기를 기다리면서 쓸데없이 갈등상황을 연출하는 아들 + 말도 안 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투정....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공감 안 되는 것도 참 오랜만이지.... 지난 번 Paradise Now 보면서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던 극한의 정서 경험에 비한다면, 정말 짜증이 화르륵......

 

3. 좀 어설픈 영화 : Mardi Gras - Made in China

뉴올리언즈의 유명한 카니발 축제인 마디그라에서 사용되는 구슬 목걸이를 통해 세계화 시대의 자본주의 생산 체계와 전지구적 차원의 불평등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 근데.. 너무 도식적이라 도무지 몰입이 안 되더라는... ㅡ.ㅡ

흥청망청 미친 듯이 즐기고 있는 마디 그라 현장 사람들한테 중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장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무슨 생각이 드냐고 물어보는 건 무슨 악취미? 농촌 출신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홍콩 출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중국 자본가의 대조적인 시각, 삶의 환경을 보여주는 건 너무 식상하지 않나?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이 어린 이 여성 노동자들이 하루 14시간 넘게, 3천번의 반복 동작을 통해 만들어 낸 그 구슬 목걸이들이, 지구 반대편 광란의 축제에서, 젊은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내는 댓가로 주어지는 선물이며, 아침 나절이면 갈 곳 없는 쓰레기가 되어 온 길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 (일부는 재활용되어 이라크에 선물로 ㅡ.ㅡ).... 자신들이 죽도록 고생해 만들 상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고 망연자실해 하는 중국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

아마도... 여기 비친 중국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익숙한 광경인데다, 노동자들의 입으로 재현되는 지나친 직접 화법이 맘에 안 들었던 거 같다. 그래도 영화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까지 치는 걸 보면, 여기 사람들이 느끼는 건 좀 달랐던 걸까?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도덕심에 호소하는 게 (너가 아무렇지도 않게 두르고 있는 그 목걸이가 사실은 중국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착취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있니?) 불편하기는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최소한 개인적인 죄책감이라도 불러 일으키는게 중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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