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20/01

1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20/01/05
    2019년 마지막 책읽기
    hongsili
  2. 2020/01/05
    이상하게 맞이한 새해
    hongsili

2019년 마지막 책읽기

사실 밀린 책 메모가 에버노트 한 가득이지만, 저걸 언제 다 옮겨 정리하냐..

우선 눈에 밟히는 마지막 메모이자 최근 메모

 

고통에 반대하며 - 타자를 향한 시선
고통에 반대하며 - 타자를 향한 시선
프리모 레비
북인더갭, 2016

 

 


부제이자 원래 제목은 '타자를 향한 시선'임.
지난 연말, 을씨년스러운 독일에서 뉘렌베르크의 전범 재판소와 나치 전당대회 장소, 그리고 바이마르 부켄발트의 수용소를 오가는 길에 읽는 프리모 레비의 글이란...

이미 책을 골라 가방에 넣는 순간부터 무거움과 기대가 한가득....


이미 다 지난 후, 말하자면 이것이 인간인가, 휴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주기율표를 거치며 격정과 무거움을 다 떠나보낸 후 햇살이 잘 드는 한적한 이탈리아 토리노 (사실은 가본적 없는) 어느 모퉁이  오래된 카페 안에 앉아 할배랑 하릴 없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


아주 조금씩 살짝 묻어나는 작가 인생의 바로 그 시기의 고통의 경험이 묻어나되,
내가 아니라 다른 인간, 동물, 식물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소소한 관찰과 생을 향한 연대의 작은 서사들로 넘처남. 눈물을 왈칵 쏟을 법한 구절들은 없지만 (사실 할배 이런거 싫어함 ㅋㅋ) 마음이 먹먹해옴은 어쩔 수 없음.

" 동물들은 진정 존중받아야 한다. 동물들이 선하다거나 우리에게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안에 새겨진 그리고 모든 종교와 모든 제정법이 인정하는 규칙이 우리 스스로는 물론, 고통을 감지할 수 있는 어떠한 피조물에게도 고통을 야기하지 말라고 명령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가사의하다, 우리의 고통만 빼고' 평신도가 확신을 갖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우선은 이것부터다. 고통 (그리고 고통을 가하는것)은 스스로에게나 타자에게 더 큰 고통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상받아아야만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이 책으로 프리모 레비를 처음 접했다면 이게 다 뭐람? 했을 것 같음... 표면 그대로라면 이토록 싱겁고 따분한 이야기가 없어보임 ㅡ.ㅡ  이 책은 레비 할배의 연대기에 익숙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
옆에 두고 가끔씩 꺼내읽어야 하는 이야기들이라고나 할까...

아득함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비정한 이과 작가 할배 같으니라구 ㅋㅋ
 

그동안의 작업에서와 달리 글쓰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함...너무 구구절절 공감!

".. 글쓰기는 진짜 직업이 아니다. 아니, 적어도 내 견해로는 직업이어서는 안 된다. 글쓰기는 창조적인 활동이므로 일정이나 마감, 고객과 상사에 대한 책무 등을 견디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생산', 아니 오히려 변형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독자가 될 '고객'이 이해하기 쉽고 좋아할 만한 형태로 변형한다. 그러므로 경험은 원료다. 원료가 부족한 작가는 헛되이 일하는 것과 같다..."

하도 마감에 쫓기는 글들만 많이 써대서 창의력과 재료가 모두 고갈된 나를 알아보고 쓴 구절 같다구 ㅜ.ㅜ

명료하고 '독자에게' 책임감 있는 글쓰기 강조한 것도 너무 와닿음

"완벽하게 명료한 글쓰기가 완전하게 의식하는 작가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에고와 이드, 정신과 육체, 더 나아가 핵산, 전통, 호르몬, 과거와 현재의 경험과 트라우마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도플갱어를, 말이 없고 정체도 불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행동에 함께 책임을 지며, 우리가 쓰는 모든 글에도 함께 책임을 지는 형제를 데려가야 하는 운명이다... 사실 나는 '그를 위해' 쓴다. 비평가를 위해 쓰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것도 아니다. 독자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는 부당하게 굴욕감을 느낄 것이고, 나는 계약 위반이라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통곡은 과도한 수단이다. 눈물로는 개인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나, 언어로 본다면 무력하고 투박할 따름이다. 정의상 언어라고 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무언의 감정 표출은 명확한 언어적 표현이 아니며, 소음은 말소리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형언할 수없는 것, 실재하지 않는 것, 동물 울음소리의 한계에서 울리는' 텍스트들을 찬사하는 것에 진저리가 난다...... 우리들 산 자는 고독하지 않으므로 마치 우리가 고독한 것처럼 써서는 안된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책임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쓴 것에 대해 한 단어 한 단어 책임져야 하고, 모든 단어가 반드시 제 목표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나도 감정과잉과 자기연민 극도로 싫어하지...ㅋ

그런데..... 살아있는 한 우리는 책임이 있다고 쓴 할배는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을 떠났고... 사후에 이런 글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어쩐지 스스로의 삶을 종결시킬 권리와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영감님과 내가 공유하는 글쓰기 비법 한 가지.. '서랍속 휴식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이상하게 맞이한 새해

흔히 1월 첫 주면 작심삼일이라도 실천하기 위해 대부분의 이들이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애쓰는 기간이건만....  어우 아침에 숙취로 몸부림치면서 이게 무슨 괴이한 새해맞이인가 인생에 회의가.....

그저께 부산 광안리 해변에는 오가는 사람이 열 명도 안 되고

어제 저녁 강남에도 초저녁부터 술 먹는 사람 우리 일행밖에 없더라구... 

상식에 너무 벗어나잖아 ㅡ.ㅡ

 

1월 2일 아침부터 울산에 내려가 예상치 못한 뺑뺑이에 인터뷰 두 건 진행하고 전복삼계탕 주지육림.

저녁 늦게 부산으로 이동해서 반가운 얼굴 역학박사 3명과 조우하여 쓸데없이 HAV 걱정하며 텅빈 광안리 조개구이 집과 맥주집에서 주지육림.

어제 아침에는 고기듬뿍 설렁탕으로 해장하고 초저녁에 다시 강남에서 주지육림 ..

그나마 희석식 소주 안 마셔서 예후가 양호한 편.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는 지난 이틀동안, 한 달 아저씨 쿼터를 다 채웠다 ㅋㅋ

모두들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할만큼 훌륭한 아저씨들이었고, 다들 너무 반갑고 너무 즐거웠지만 아저씨는 아저씨 ...  뭐랄까 아저씨 디톡스가 필요한 느낌적 느낌...  

이상하지, 이제는 이 아저씨들이랑 여자 친구들이랑 성별 구분도 잘 안가는데 ㅋㅋㅋ

 

하여간 올해는 결심한 대로 생활글, 작은 글 좀 많이 써보려고 포스팅하지만,

거창한 새해 계획을 늘어놓을줄 알았지 숙취의 괴로움을 쓰게 될 줄 이틀 전만 해도 상상 못했다구.

그래도 작년처럼 정신줄 놓고 살면서 인생책에 빈 페이지가 남겨두지는 말자는 생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