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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아주 늦게 결혼하셨다.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서처럼 36살에 24살 꽃띠 엄마를 만나
첫눈에 반해 아주 '저돌적으로' 대쉬해 결혼에 골인하셨다.
엄마는 지금의 내나이에 나를 낳았고
아빠는 워낙 아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늦게 얻은 딸인 나를 참 이뻐하셨다 한다.
주방장이신 아빠는 내가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을 보고싶어서 자꾸 화장실 핑계로 나오시기도 하셨고
가게 앞 슈퍼 아줌마에게 나중에 계산할 테니 내가 달라는 것 다 그냥 가져가게 두라고 으름장을 놓으시기도 하셨단다.
그렇게 컬링경기에서의 선수들처럼,
내 앞길을 '모두 비켜라!'하고 닦아주셨다..
요새 아빠는 속이 상하다.
내가 매일 늦게 들어오는 것도 속이 상하고
도대체 뭐하고 다니는지 신경이 쓰이며
졸업식날 멋지게 사진기 메고 사진찍어줘야하는데 왜 아직 졸업을 안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얼른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을 가야(--;) 맘이 놓일텐데 그런 생각은 눈꼽만치도 안하니 답답하고
자꾸 품안에서 나가는 것 같아 애가 닳는다.
아빠....
나는 이제 아빠가 반한 그녀보다 나이가 많답니다.
나는 아빠가 나를 온전히 믿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아빠는 내가 아직도 어린애로만 보이세요??
아빠는 그리 늙었는데,
나는 어찌 아직도 5살짜리 '바나나킥'을 좋아하고, 주방 한켠에 앉아 짜장면 면발을 쪽쪽거리고 빨아먹는 어린아이라고 믿으세요..?
아빠도 이제 올해 말이면 거나하게 환갑잔치를 하실 테지요.
나는 슬슬 아빠에게서 멀어질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참, 아빠가 생각하는 '독립'과 내가 생각하는 '독립'에는 아마도
아빠와 내나이만큼의 차이가 있는 듯 해요.
그러니 기대마세요. 그때도 멋진 신랑감은 못데려가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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