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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화제 - 계속된다.

* 이 글은 진보네님의 [트랙 팩 03 : 노동영화제] 에 관련된 글입니다.

작년 초에, 정독도서관 맞은편의 아트시네마 (구 아트선재센터) 에서 인권영화제를 본적 있엇다. 당시만해도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나는 한편의 낮선영화를 맞이하고는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다. 그 낮선 영화에는 피부색이 다른 노동자들이 나와서 우리나라 시내 한복판에서 '단속추방' 이라고 쓰여진 천을 찢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서의 설명을 통해 그들이 이주노동자 라는것을 알았지만, 왜 그들이 고용허가제를 반대하는지, 노동허가제 라는것이 무엇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다. 고용허가제면 충분한거 아니었던가? 오늘 같은 장소에서 열린 노동영화제에 다녀왔다. 그동안 신경을 많이 못 쓰고,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미뤄뒀었는데 이제서야 퇴근후에 가보게 된거다. 전적으로 나의 개으름과 무신경의 탓이다. '계속된다' 라는 제목의 영화는 정말 이주노동자들의 투쟁과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년 반 남짓한 시간을 지난 다음에야 다시 스크린속에서 볼수 있었던 이주노동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싸울수 밖에없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게 있어 이 영화는 지난번 인권영화제에서 본 영화의 속편이라고 해도 지나칠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무대위에 올라와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이주노동자들중 상당수는 지금 우리나라에 없다. 인권영화제에서 만난 그들은 당시 내게 있어서 낯선 무엇이었고, 동정의 대상이었다. 그때 내가 흘린 눈물은 그들이 불쌍해서 흘린 눈물이었다. 당시만해도 내가 가지고 있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은 '돈 벌러온 고생하는 외국인' 단지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1년 반 이 넘는 시간중에 나는 '다함께' 에 가입했고, 그들과 함께 행동하고 공부하면서 내 인식은 바뀌어갔다. 내게있어 더 이상 그들은 불쌍한 거지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 자본주의 사회를 떠받드는 사람들이면서, 동시에 그 사회를 바꿀수있는 힘을 가진 '노동자' 였음을 깨달았다. 내가 그것을 깨닫기 한참전에 이미 이주노동자들은 당당한 노동자로서 살고 있었음도 동시에. 당시 무대에 올라와 인사하던 사람들중에 비두씨가 있었다. 그는 작년 10월 이용식 열사가 분신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폭력적 연행에 잡혀서 추방당했다. 경찰차에 억지로 태워지기전 그는 '나도 인권 있다. 내 인권, 내 인권을 말하는데 왜 입을 막냐' 고 외쳤다. 당연히 경찰들은 그를 땅바닥에 찍어누르고, 수갑을 채우고, 폭력을 가했다. 그는 추방당했지만 올해 1월에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해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폭로했다. 올해 2월에는 이주노동자 지부장이었던 샤말 타파씨가 대학로에서 '묻지마 연행' 을 당했다. 당시 출입국 관리소측은 항의집회를 막기위해서 연행이 끝난 다음에야 어디로 연행되었는지 가르켜 주었다. 그는 외국인 보호소라는 이름의 감옥안에서 강제추방에 반대하고 살인적 단속추방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을 벌였고, 우리는 우리 모두가 샤말타파가 될것이라고 그렇게 외치며 행진했다. 얼핏 기억하는 그들 말고도, 정권의 강제추방에 절망하고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작년 인권영화제에서 마주친 그들은 한국인 노동자들과, 특히 민주노총의 열악한 상황인식 때문에 절망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을 같은 노동자로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같이 싸워줄것을 호소했었다. 그런문제들은 올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민주노총의 관료들은 이주노동자의, 일반 조합원들의 요구가 있기 전에는 결코 나서서 이 싸움을 조직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꺼번에 괄목상대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점점 더 많은 한국인노동자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던것도 사실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자들은 피부색을 차별하지 않는다는것을 깨달아 가게 된것이다. 이제서야 우리들은 부족하지만 조금씩이나마,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은 만 일년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그들의 삶은 계속되어왔고, 정권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사람' 이 되어 숨어 지내야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그 기간동안에 자신들의 요구뿐만 아니라 반전운동에, 한국노동자들의 투쟁에 열정적으로 결합해왔다. 우리가 깨닫기 전부터, 그들은 노동자는 하나라는것을 몸소 실천해왔다. 그렇게 우리의 투쟁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파병정책 때문에 받게 된 테러에 대한 위협을 무슬림을 위시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정권이 있는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싸움에 함께 할것이다. 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투쟁에 계속되는한 지금 내가 일년 몇달만에 속편 을 본것처럼, 내년쯤에 또 다른 속편 을 보게 될것이다. 그러나 그냥 보기만 하는 입장은 아니어야 할것이다. 나는 그 영화에 당당한 출연자로서 등장해야 한다. 아직은 부족하기만 하지만, 나의 활동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자본은 피부색을 구별하며 탄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가해지는 탄압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우리는 함께 싸워야 한다. 이제 더이상 그 눈물은 그들만을 위한것은 될수 없는 것이다. stop crackdown. we are one. 함께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그 무엇도 얻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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