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너무너무 기르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연극하는 선배가 닥스훈트와 시츄의 잡종 강쥐들을
분양한다는 소식이 들리길래 한달음에 달려갔다..
내가 기대한 녀석은 요렇게 생긴 녀석이었다.. 시츄랑 섞였다면 더 이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허나 막상 만나보니 생후 50일이나 된 그 녀석은 완젼 똥개였다.. 누렁이..
닥스훈트를 엄마로 둔 넘 치고는 다리는 지나치게 길고 귀는 너무 짧고..
어쩌랴.. '못생겨서 안가져갈래요' 할 수도 없고..
역시나 친구는 고개를 설레설레.. 실내에서 기르기엔 힘들 것같다며 이름만 지어주고 갔다..
'태양이'................... 결국 내가 기를 수밖에..
바로 요녀석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원래 주인이 됐을지도 모르는 그 친구를
가끔 보는데도 나보다 더 따르고 좋아한다는 것
서열1순위는 가끔보는 내 친구 /2순위 잘나신 본인 태양이 /3순위 밥챙겨주는 나.. 요런 서열이다..
얼굴 하나는 참 이쁘게 생기지 않았나요? 고슴도치 사랑인가?
1살 때 집에 데려갔더니..
고모님 : 어케 저렇게 없어보이냐?
올케1:형님~ ㅎㅎㅎㅎㅎㅎ 이왕이면 이쁜 녀석 기르시쥐..
올케2:...................................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귀염성은 있어보이네요
그때 마음 상해서 집에 다시는 안데려간다.. 다들 10만점씩 감점이다..
태양이의 특기는 인형물고늘어지기..
사무실에서 인형물고 허공에 떠서 안정된 자세로 5분 넘게 버텼었다..
저 토깽이 인형의 코는 접수 한시간만에 구제불능 상태가 되었다..
대략 일주일만에 토깽이는 너덜너덜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사망하셨다..
내가 누군가와 목소리 쫙 깔고 전화통화를 하거나
놀러온 사람들이 목소리 낮춰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 화장실 변기 뒷편이나..
현관으로 피신한다.. 지금은 수건 물어뜯어서 혼나고 있는 중..
표정만 진지하지 자세는 영 불량스럽다... 푹 퍼져서 방만한 포즈시다..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이렇게 예쁜 표정 짓는데 어찌 이쁘지 아니한가?
요즘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방에 들어와 오줌싸는 만행을 보여주고 계신다는;;
게다가 퇴근할 때 어찌나 오줌을 많이 지리시는지.. 안하던 짓을 하는거보면..
혹시.. 치매증상인가??? 아무래도 애정이 급격감하면서 저항하는 듯..
어려서는 너무 삐쩍 말라서 사무실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 '한접이'였다..
딱 한접시 나올거라고..;;
지금은 좀 신경써주었더니 약간 살이 올랐다.. 그래서 이젠 '두접이'..
ㅎㅎ.. 얼짱 태양군..
호곡 전신 사진이 있네 인기관리에 지장 있을거 같군..
자신있는 얼굴 클로즈업 샷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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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름시름 몸이 안좋다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게 태양이...
좋게 말해 믹스견.. 우리 똥개 태양이를 누가 키워주겠는가?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짠해진다... 그래서 얼마 전엔 친구랑 얘기하다가
내가 태양이보다 먼저 죽으면
"내 전재산을 태양이에게 물려줄게.. 그리고 너를 후견인으로 할테니
잘 보살펴다오.. 태양이 사후에는 절반은 꽃다지.. 절반은 너 가져랏"
어이~ 친구야~ 꼭 약속지키길바래.. 이거 문서 공증 받아놓아야하나?
몸꽝!! 얼짱!! 태양아~~ 못생겨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