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꽃별이..

전국방방곡곡으로 꽃다지를 데려다주는 승합차의 이름이다..

차종이 스타!렉스여서 '별'자를 따와서 꽃다지 앞글자 '꽃'과 합성한

아주 단순 유치한 뜻을 가진 이름..^^

이 녀석이 15만 킬로를 넘으면서 할부금보다 많이 들어가는 수리비에

차를 바꿔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없는 형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일이 터지고 말았다..

거제도 공연가는 도중에 통영에서 차가 퍼져 버려서

시속 30킬로미터 미만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서는

겨우겨우 시간에 맞추어서 공연 할 수 있었다..

더이상 미룰 수 없어 땡빚을 내어 새 차를 장만하기로 했다..

 

어찌어찌 돈을 구하고 계약까지 했는데

꼬이기 시작했다..

내가 주민등록증이 없는 게 화근이 된 것이다..

특별할인받고 등록하기 위해서는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동사무소를 갔다..(인감은 인터넷에서 발급이 안된다..)

 

당당히 운전면허증을 내밀고 '인감증명서 한 통~!'을 외쳤다.

주민등록증이 아니어서 거주지에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린단다..

(뭐 그 정도쯤이야 참아줄 수 있다..)

기다리다 심심하여 인터넷으론 왜 발급이 안돼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가관이다..

"인감도장 찍힌 것이 잘 인쇄가 안되서요"

이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자기들도 인터넷으로 전송받아서 프린터기로 인쇄해서 주면서..

동사무소 프린터는 울트라캡숑 능력을 가진 것이란 말인가?

몇마디 궁시렁궁시렁 하다가 발급완료되었다는 말에 냉큼 와버렸다..

 

이로써 모두 해결되었는지 알았더니 이번엔 중고차 판 곳에서 내 인감이 또 필요하단다..

또 동사무소를 갔다.. 이번엔 지난번 발급해준 직원의 옆창구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자씨.. 강짜를 부리기 시작한다..

동 : "새 주민등록증 안만드셨네요.. 지문을 찍으셔야겠는데요"

나 : "지난주엔 운전면허증으로 신분확인하고 걍 발급해주셨는데요.. "

동 : "운전면허증은 발급기관이 달라서 안됩니다.."

나 : "아니 국가기관에서 발급한 공인된 운전면허증이 신분증으로서 가치가 없단게 말이됩니까? 그러면 애초에 안내판에 주민등록증만 신분증으로 인정한다고 쓰시던가요.. 요 앞에 안내판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을 지참하면 된다고 공지되었는데요.. 일 처리가 이렇게 일관성이 없어서 되겠어요!"

동 : "그래도 절차상 지문날인해서 확인해야합니다."

나 : "아니 육안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요? 그리고 지문날인하는 게 싫어서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몇 년을 주민등록증 안만들고 있는데 인감 한 통 발급하자고 찍을 거 같아요?!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세요.."

 

한 시간 가까이를 한 말 되풀이하면서 점점 높아지는 언성으로 옥신각신했다..

그동안 지난 주에 아무 말없이 발급해주었던 직원은 딴 짓만 하고 있고..

결국은 한 시간을 싸운 끝에 '본적' '호주의 한자명' 등등을 확인한 후에 마지못해 발급해주는

인감증명서를 받아들고 나왔다..

 

물론 나올 땐 "사실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따져봤자 별 소용없겠지요.. 상부지침이 있을테니까요.. 수고하세요^^"

분노를 애써 누른 채 인사말을 하고 나온건.. 그동안 공무원노조에 연대하며 만났던 그 노동자들 중의 저 사람도 있으려니 하는.. 뭐.. 상당히 투철한 직업의식의 발로였을까나?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들의 편의를 위하여.. 전국민을 상대로 지문을 강요하는..

아~ 대한민국~!!! ㅉㅉㅉ 별로 정이 안가는 나라야..

하지만 내가 이 땅에서 태어났다는 거.. 또 하지만 이대로는 순응하며 살아가기 싫다는 거..

그러나 절대권력에 반항! 하면서 살기엔 우린 너무 파편화되어있지 않나..

 

아흑 동아자씨랑 싸움의 와중에 그닥 필요없던 나의 항변..

"아저씨~ 저 착한 사람이거든요.. 범죄자가 되어서 지문 찍힐 일 없거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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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4 14:28 2006/10/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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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 2006/10/24 17:54 URL EDIT REPLY
저도 예전에 비슷한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요. 인감증명은 사는 동네에서는 원본 확인해서 그냥 떼 줍니다. 다른 지역이나 동에선 아마 어려운가 봐요.. 지문날인 거부자들이 좀 더 많으면 이렇게 옥신각신 안해도 될 것 같은데.. 많이 아쉬워요.
채경☆ 2006/10/25 10:29 URL EDIT REPLY
새 꽃별이 타고 어디 여행 안가나요? 꽃사람 세미 모꼬지라도 ㅋ
ㅡ.ㅡ;
ide 2006/10/25 14:30 URL EDIT REPLY
체게바라/인감증명 제 거주지에선 역시 지문날인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걍 됐다고 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채경/공연 때문에 눈코 뜰새없어.. 11월 중순 이후에나 좀 여유가 생길런지.. 그런데 그때쯤이면 단풍 다 지지않나? 새로 간 곳은 잼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