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얼마 전.. '성매매 금지법'에 근거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다..
단속 후에 성매매자들은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집회를 열었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리기 마련이다..
이번엔 꽃사람 쥐뱀이다..
'성매매자들이 청량리역앞에서 집회하는데
꽃다지 노래가 연신 울려퍼진다'는 거였다.

 

물론 그 얘기를 들은 내 첫반응은
"뭐야~!!!!" 불쾌한 것 자체였다..
그러나 '음악사용 못하도록 해야하는거 아니냐?'는 말에는
쉽게 결정내릴 수 없었다.
일단 그냥 두자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통화가 끝난 후..
나의 머리속은 점점 더 헝클어지는 실타래가 되버렸다..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갈피라도 잡아봐야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성매매에 반대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의 상품화'에 반대한다..
채널만 돌리면 헐벗고 나오는 아녀자들(요즘은 남정네들도 심하다..)에
기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매매에도 눈쌀 찌푸린다..


그런데 이런 식의 비유는 쿨~한 척하는 거고
솔직히 말하자면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성매매금지법에 항거?하는 집회에
꽃다지 노래가 쓰여진다는 건..
참.. 불쾌하고 그야말로 거시기한 것임에도
나는 왜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한걸까?

 



성매매자들을 '못쓸짓하는 것들'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그들을 '성노동자'로 봐야하지않나?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몇년 전에 '노동영화제'에서 유럽의 성매매자들이
포주에 항거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최소한 나는 그 영화를 보는 그 순간엔
'나는 노동자다'라는 그들의 주장에 동감했고
그들의 작은 승리에 응원의 박수를 보냈었다..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고 지금도
그들을 '성노동자'라고 부르는 것에 멈칫하게된다..
 
여튼 내가 인정하지 않아도
성매매를 직업으로 여기고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아직 풀리지 않는 엉킨 실타래 속에서도 분명한 건
하루아침에 그들의 밥줄을 무대책으로 박살내고 있는 현재의
마구잡이식 단속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매매금지법에 의거한 단속을 하기에 앞서..
그들이 새로운 직업을 갖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있었던가?
이 지점에서 그들의 생존권 또한 보호받아야..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날 갑자기 식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생계대책을 마련할만한 시간과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그들의 주장에 현실적으로 동의할 수 있고 ..
(그것이 순수하게 맞는다면 말이다)
우리 노래가 쓰여질 수 있다고 본다.

 

참으로 복잡해지는 현실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의외의 사람들이 부르는
우리 노래를 듣게 될 것이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우리의 입장은 어떠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이다..

 

아.. 쓰고 나니 더 실타래가 엉켜버린다..
난 단순한 게 좋은데.. 세상은 나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세상은 왜 날 방황하게 하는거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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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6 02:12 2005/10/06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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