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민주노총 선거실황중계를 보다보니.. 온갖 민중가요가 다 나온다..

그 사람이 부른 그 노래도 나온다..

한 번은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슬금슬금 화가 나기 시작한다..

 

왜냐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던 노래였으나 그 사건 이후로 그 사람의 목소리로는 절대 듣지 않았던

그 노래가 반복해서 흘러 나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과정을 거쳐 복귀를 한건가.. 혹은 내가 사실을 잘못 알고 오해하고 있던건가?

그 사람은 사건이 터지자 소속 단체를 탈퇴했고.. 이 판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감추더니

어느 순간 슬쩍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비교적 성폭력 문제에 민감하게 원칙을 갖고 있던 그 단체에서는 탈퇴한 회원인지라

굳이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아무도 더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다..

 

2005년 겨울 일본공연을 갔을 때..

그 때는 꽃다지 뿐만 아니라 20여명의 문화활동가들이 함께 갔었다..

일본 쪽에서 콘서트와 더불어 율동의 역사를 정리한 영상을 상영하고 싶다고 했다..

있을리 만무했으므로 인천 쪽 활동가들이 급하게 제작해서 상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컷 넘어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한 인물로 인해..

상영내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말았다..

율동계에서 한 때 그 이름을 날렸던 고**라는 사람.. 성폭력 사건 가해자였던 사람..

1년여의 대책위 활동과 치료를 무위로 돌리고 이 판을 떠난 사람..

워낙 오랫동안 중심인물로 활동했던 사람이라 그 자의 얼굴이 들어간 화면 들어내기가

만만치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영상을 책임진 동지에게 지적했더니 그의 변명은

"나도 꺼림찍하긴한데 완전히 빼고 가자니 작업상의 어려움도 있고

그 사람이 일으킨 사건은 사건이고 그 사람이 이룬 업적은 업적으로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었고 설전이 오고 갔었다..

 

업적은 업적이라고?

그렇다면 그 가해자가 전국적으로 이름 휘날리며 업적을 쌓아나가고 있을 때

수년간 남몰래 죽을 힘을 다해 버텨야 했던 생존자는 무엇인가?

 

뭐가 우선인지 그토록 많은 사건을 겪었으면서도 모른단 말인가?

내가 너무 심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건가?

그 노래를 누가 계속 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람은 그 사건을 모르고 있는걸까?

혹은 알면서도

노래는 노래니까.. 틀고 있는걸까?

 

 이건 아니잖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1/27 00:39 2007/01/27 00:39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ide/trackback/84
당신의 고양이 2007/01/27 01:33 URL EDIT REPLY
이건 아니잖아-
정말 이건 아닌 듯하요...
jaroo 2007/01/27 14:29 URL EDIT REPLY
왜 맨날 그들은 그렇게 슬그머니 나타나시는지...
이드 2007/01/27 14:57 URL EDIT REPLY
더욱 문제는 우리들이 끙끙 앓기만 하고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는거.. 그래서 더욱 마음이 싸~해지네요
kongsari 2007/02/06 03:03 URL EDIT REPLY
당장에 응징하고 싶군요!
투쟁과 싸움과 반성 속에 교훈을 잃었다면, 헛한 투쟁과 싸움과 반성에 대한 과제가 남은 거 같습니다.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니고... 같기도인가????
이드 2007/02/12 13:36 URL EDIT REPLY
그러게.. 다들 뒤에서는 얘기하며 찜찜하면서 대놓고는 그냥 헛웃음 날려주시는 애매모호한 친절함을 보이는 듯.. 이름 석자도 보기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