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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동천을 가다.....(상주시 옛집답사)

  • 등록일
    2005/03/19 21:09
  • 수정일
    2005/03/19 21:09

아침 여명을 받으며

봄날로 달려갔다.

 

온지 한참이나 지난 봄날을

이런 저런 핑계로 외면하다가

불현듯 코끝을 스치는 향기에 취해

형님과 함께 새벽부터 서둘러 달려 갔다.

 

그래서 아침공기 상쾌할때 도착한 곳이

상주시 우산리에 있는 우산동천이다.

 

이 곳은 우복 정경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영조가 하사한 땅인데

우복 정경세의 5대손인 정주원이 치세를 이룬 곳으로

우산동천이라 불리는 곳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아 ! 할정도로 외진 산자락에 우뚝 서있는 곳이다.

 

 

몇년전에 이곳에 들렀을때는 한창 보수공사중이었는데

그 공사가 끝났는지 멀리서도 위압감 느낄 정도로 검은 색 새 기와로 단장되어 있었다.

솔직히 옛기와의 정취를 더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렇게 이질적으로 보일정도의 새기와들이 얹혀져 있는 우복동천의 모습이

다소 낯설어 보였다....역시 손을 대면 정취가 사라지는 가 보다.

 

도로에서 아직 일들을 시작하지 않은봄 논들 사이로 난 일직선 포장농로따라

쭉 들어가면 냇가가 나오고

냇가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우산동천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솔직히 몇년전에 왔을땐 이곳 다리 밑에서 라면도 끓여먹고 수영도 했었는데

지금은 따스한 봄날이라고는 하지만 여름정취를 즐기기엔 다소 이른감이 있고

이런 나의 기분을 알아주는 듯

버들강아지가 햇살받은 냇가 주변을 흔들고 있었다.

흔들 흔들....?...헤헤헤...강아지들이란...?.....헤헤헤

 

 

여기서 잠깐 !...?...헤헤헤

 

우복 정경세에 대하여 알아보자면

퇴계의 제자인 류성룡의 수제자다. 그래서 퇴계학파의 거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원래 퇴계 이황의 제자 중에는 류성룡과 김성일이 가장 이름높다.

이들 중 류성룡은 이황의 학문을 김성일은 학통(혹은 세력??)을 물려받은것으로 평가받는다.

류성룡은 제자가 아주 드물어 우복 정경세 정도밖에 없지만

정경세가 퇴계학파 인물들중 독보적인 학문의 성과를 냄으로써

스승에게 부끄럽지 않은 성과물을 남기게 되고

김성일은 무수히 많은 제자들을 둠으로써

이후 퇴계학파나 영남학파를 성립시키는 실질적인 태두가 된다.

 

우복 정경세는 류성룡의 학문을 이어받아

주로 초야에서 학문을 익히는데 전력을 다했는데

그 중에서도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인 퇴계의 학문을

현실의 세계로 즉, 실천적 철학으로 재정립 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실제 성리학에서 퇴계의 주리론은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인 관념론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비해 경쟁관계에 있었던 율곡의 주기론은 상당히 현실적인 실천론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주리론 보다 더 현실개혁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에따라

임진왜란이후 세상을 안정시키는 실천론은

율곡의 문인 이었던 김장생, 김집 등의 예학을 중심으로 주기론에서부터 나왔다.

하지만 주리론은 당시까지도(류성룡과 김성일이 활약하던 시기)

아직까지 주리론을 바탕으로 한 실천론적 행동철학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나타난 것이 정경세이다.

정경세는 퇴계학의 심득을 바탕으로 주리론만의 독자적인 실천론(예론)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런 정경세가

평생을 뿌리박고 그의 후손들이

이러한 조상의 숨결을 간직하며 보존해온 곳이 우산동천이다.

 

 

이런 정경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우산동천에는

정경세가 학문을 수양했다는 초가집 계정과

후손들이 지은 산을 대한다는 뜻의 대산루

그리고 정경세가 후학들을 가르쳤던 곳에 세워진 우산서원

그리고 정씨들의 종가집이 있다.

 

난 개인적으로

한국의 한옥집들중에서

나중에 내가 따라 짓고 살았으면 하는 건물이 대산루이다.

 

우산동천에 몇번씩 답사를 감행하는 이유도 대산루가 있기 때문이다.

 

아 !....대산루.....산을 마주대하는 정자....?...헤헤헤

 

 

대산루는

특이하게 T자형 집이다.

일자형으로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는 집이있고

이것과 붙어서 이층으로 된 루각이 다시 일자형으로 붙어서 T자형을 이룬다.

 

 

이층 루각은 철저하게 집주인의 공간으로

루각과 한칸의 취침공간과 두칸의 책방으로 이용된 방이 있다.

이 방들을 빙둘러 난간이 있어서 난간에 앉아 책을 읽기에도 그만인 구조이다.

 

 

난 솔직히 한옥에서

이런 개인도서관 역할을 하는 공간이 계획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도 처음보며

특히 루각의 취침공간이 이층임에도 불구하고 온돌이 깔려 있는 것 또한

처음 보았다.

 

 

 

즉, 이 취침 공간은 아궁이에 불을 서서 자신의 얼굴높이에서 불을 지피는 구조이다.

신기하지 않나 ?.....헤헤

어쨋든 그 다이나믹한 구조나 그 구조의 실제 용도

그리고 정자가 위치하고 마주대하는 자연과 인간의 삶의 공간등

어디하나 나무랄때 없는 작품이 대산루이다.

 

대산루에서 마주대하는 산의 반대쪽 언덕 위에는 종가집이 있다.

대대로 정경세의 후손들이 살아온 유서깊은 종가집이다.

 

전에 왔을땐 사랑채와 안채릐 지붕보수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이젠 모두 말끔히 끝났고

당시 현장사무소였던 곳은 농기계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내가 답사를 다니면서

한옥집의 기와와 흙들을 모두 털어내고 순수하게

나무 골조만 남아있는 것을 본것은 이 우산동천에서가 처음이다.

그때 아!!..하는 감탄이란.......에휴...이후 한옥에 대한 욕심들

내가 내가 살 집을 짓고 싶은 욕구들이 날로날로 샘솟아

결국 한옥학교를 다니게 된 사연을 제공한 뜻깊은 곳이다.....?...헤헤헤

 

 



종가집은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대하는 사랑채가 남다르다.

높은 기단위에 지어진 사랑채를 보노라면

너무나 위압적인 모습에 쉽게 압도되거나

아니면 왠지 심한 거부감을 가지게만든다.

그럴만큼 높은 기단위에 벌덕 서있는 모습이다.

 

 

ㅁ자 튼 집의 형태대로 옆이 터진 채로 들어가는 안채역시

사랑채 못지 않게 높은 기단위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왜이렇게 높이 높이 서있는 것일까 ?

그건 이곳 상주의 집들에서 보이는 흔한 특징이란다.

 

이곳 우산동천뿐만 아니라

양진당, 오작당 등과 같은 민가나

상주향교같은 공공건물까지 상주지역은 온통 높은 기단

혹은 무지막지하게 우겨서 겨우겨우 만든 2층 한옥(?)의 형식을 띄고 있다.

 

이는 상주 지역을 흐르는 낙동강의 영향이란다.

낙동강은 안동과 상주사이를 큰 타원형으로 돌아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상태적으로 원의 안쪽에 위치한 안동은 물난리가 거의 없으나

이 곳 상주는 원의 반대 즉, 많은 힘을받는 부분에 위치하다보니

예로부터 상습적인 홍수피해, 침수 지역이었단다.

이에 그런 자연환경에 대한 대비로써 이렇게 높은 기단과

이상한 이층 건물들이 상주 고건축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지역적 특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산동천은

여러 부속 건물들의 나름대로의 멋과

그런 모든 멋들을 완결해주는 대산루가 있어서 언제나 답사여정의 즐거움으로 남는다.


 

우산동천하면 떠오르는 또하나의 시샘은

앞의 냇가다

깊지도 물이 많지도

그렇다고 말라버린 또랑도 아닌

그야말로 집앞의 냇가가 가진 운치, 풍취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속에서 여간내기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 !....난 언제나 저런 집 지어볼까 ?....헤헤헤....^^;;

 




참고로

이런 우뚝솓은 건물이 영 내키지 않는 분들에게

몇마디 변명아닌 변명을 말씀드리자면

원래 한옥은 바깥에서 안쪽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밖을 응시하는 건물이다.

 

따라서 대다수 어줍잖은 답사객들의 오만방자함의 원인은

그들이 한옥을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의식이 없어지고

단지 아는 문화재로, 관광상품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어찌 그 속에 살았던 혹은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삶의 온기들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제발 사랑채를 뒷배경으로 열심이 다녀간 사실에 대한 기록만 남기지 말고

잠시 시간내어 대청마루에 앉아  

앞을 여유롭게 쳐다보았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아 !...이렇구나 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런 느낌들이 곧 답사의 매력이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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