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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 꾸는 꿈........(선산지역답사..1)

  • 등록일
    2005/03/20 16:21
  • 수정일
    2005/03/20 16:21

상주에서 내쳐 달려서 간 곳이 구미시 선산읍.....!!

 

원래는 구미는 작은 동네고

선산은 옛부터 이름난 동네였는데

우리의 위대한 (?) 독재자 박정희의 고향이 구미라서

구미가 갑자기 개발붐에 휩싸이고......

그래서 이젠 작은 동네였던 구미가 선산을 통합하여 구미시가 되었다.

 

여하튼 그런 사연때문인지

선산읍은 거의 발전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옛 풍물 그대로 남아 있는 동네다.

 

다만 선산을 휘감아도는 낙동강일대가 온통 모래채취로 몸살을 앓는 것만 빼면......!!

 

선산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나오는 것이 죽장리 5층석탑이다.

 

 

내가 알기로는 5층 석탑중 가장 크지 않나 싶을 정도로 크고 웅장하게

야트막한 산등성이 중간에

따스한 햇살받는 위치에 딱하니 서 있다.

 

새로 지은 법당이 몇 보이기는 해도 워낙 석탑이 웅장하여

절집에 들어서며 석탑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감실에 최근에 다시 안치한 작은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데

그 앞에 재미있게도 말법집이 부처님보다 더 크게 매달려 있다.

 


 

아침 햇살이 탑위에 서성일때

아찔한 현기증 나듯 하늘향해 서있는 석탑을  쳐다보며

멍하니 몇백년을 버텨온 세월의 칸칸을 그려 보았다.

 

 

항상 석탑에서 느껴지는

그 처연덕 스러운 무뚝뚝함이란...............!!...나 같은 가벼운 인생은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항상 고개돌리게 만드는 신비함이 있다.

딱히 석탑에 대한 감상을 할 줄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탑을 마주하며 하늘한번 쳐다보면

항상 가벼운 나의 삶에 흠칫 놀라곤 한다.

아니 쉼없이 나의 곁을 뺘져 나가는 시간들에 화들짝 놀란다고나 할까 ?


원래 불교가 처음 우리나라에 전래될때만 해도

탑이라는 것이 부처님을 상징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탑이 절의 중앙에

가장 중요한 곳에 모셔지고

그 탑주위를 돌면서 많은 불자들이 자신들의 욕망들을 구했다고 한다.

 

이런 탑이 몇백년 혹은 몇천년동안

많은 사람들의 그 숨기지 못하는 욕망들을 받아들이면서

굳건히 버티다보면

아마도 탑 스스로도 함부로 몰락하거나

함부로 웃음을 보여줄 수가 없었으리라........!!

 

 

그렇게 덕지덕지 붙은 사람들의 욕망의 때를 혼자서 묵묵히 버티며

그렇게 사람들이 사라져간 공간을 자신홀로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이 탑처럼

자연의 일부가 되어 누구도 가보지 못한 초월의 궁극을 경험하며 서있을 수 있지 않을까 ?

 

지금 내 눈앞에서도 이렇게 턱하니 서서

나의 욕망들을 받아줄 듯이 서 있는 저탑은

내가 나의 집으로 돌아가

이 탑을 돌며 나의 욕망을 표출했는지도 잊어버리고 아웅다웅 살아갈지라도

그 혼자서 나 떠난 빈자리를 휑한 바람들로 채우며

그렇게 서있으리라.

 

아 ! 아마도 탑은

사람없는 공간에서

자연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마지막 문지기가 아닐지.........................!!

 

선산의 관문에

그런

자연과 동화되어버린 외로운 탑하나가

그렇게 사람들에 무관심한채 사람들의 욕망의 때를 묻힌채 서있다.

멀리서도 보이는 그 따스한 언덕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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