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

체구도 작고,

하루만 밤새도 골골대고,

원래도 그리 튼튼하지 않지만,

그래도, 여태 버텨왔는데. 

지난 여름이후 어딘가 망가져도 단단히 망가진 모양이다.

2달전에, 배앓이를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는데, 그 배앓이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거슬러가면 여름부터 시작한 배앓이다.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더니 가을이 지나자 거의 매일 설사였고, 설사가 좀 멎고 나서는 변비와 설사의 반복이 지금까지 계속된다. 여름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대충 먹고 대충 잤더니 몸이 단단히 삐졌나보다. 다음주에나 병원에 갈 수 있겠는데, 은근히 걱정도 된다. 이미 한 번 왕창 망가져서 운신을 못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몸이 말을 안들으면 겁이 덜컥난다.

 

잘먹고, 잘싸고, 잘자면 건강하다고들 하는데나는 지금 셋 중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벌써 배앓이가 오래되어 잘 싸지를 못하고, 잘 못싸니 먹는 것도 겁나고,오랫동안 앓았던 불면증에 대한 공포로

매일매일 잠자리 들 때마다, 오늘 잠을 못자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떤다.

(불면은 신에게 맡기는 수 밖에 없다는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매일 기도를 하다 잠이 든다.)

아, 어젠가, 그젠가 부터는 가만히 앉아있으면 몸이 위아래로 요동친다. 울렁울렁, 이런 현기증은 또 처음이야.

 

어느 면으로 보나, 몸이 제상태가 아니다. 기질적인 문제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기능적인 문제라고 해도 답이 없다. 오히려 그게 더 무서울지도.. 몸과 마음이 모두 황폐해졌을 때, 시선이 나에게로만 향해있었고, 그럴수록 더 피폐해갔다.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건, 시선을 나에게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을 때 부터다. 그 뒤로, 망가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았고, 오히려 꽤 살만해졌다. 근데 이것도 약발이 다했는지 작년 여름부터 몸이 말을 안듣는거다.. 하지만, 너를 보듬고 애지중지 하고 있을 수 없어.. 그러면 필경 더 아플테니까.. 겪었잖아.. 기능적인 문제라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혹시 시험 끝나면, 다 없어지려나........?

 

아, 애물단지. 내가 멍청한건가..

2010/01/11 14:16 2010/01/11 14:16

지나간다주정

어제 밤에, 한 친구랑 잠깐 채팅을 했었다.

그리고 아까 문자가 왔는데,

자기가 술마시면서 채팅을 했었는데, 주정을 부린 것 같단다.

;;;;;

난 나름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 이럴수가.

목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고, 얼굴이 안보이니 어떤 상태인지도 알 수 없고!!!

 

술을 못마시고, 안마시다 보니

술자리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사람들의 최후모습을 보게 되곤 한다.

주변에 특별히 술주정이 심한 사람은 없는데,

걔중 한친구가 예외여서, 참 애를 많이 먹였었다.

디게 하기 힘든 것들을 시키거나, 학교를 몇번이나 가로질러 돌아다닌다거나..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며 주정을 하니,

무슨일 생길까봐 계속 쫓아다녀야 하고-

그런데 그렇게 주정부리는 사람이 은근히 부러웠다.

술을 왜 최고의 음료라고 찬양하는지 알 수 없는 내가 좀 불쌍하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지도 않고, 몸이 괴롭기만 하고- 정줄 놓기 전에 병원 실려간다.

음, 그러니까, 난 살면서 한번도 정신줄을 놓아본적이 없다.

극한 분노 속에서도 상황을 계산하며 화를 낸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계산 없어보이나 본데, 계산이 틀렸을지언정, 내 딴에는 계산을 하고 있는거다.

 

나도 정줄을 놓아보고 싶은데...

아무튼, 그래서 주정 부리는 사람들에게 화 안낸다.

사람들은 그렇게 까지 챙길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꼭 챙긴다기 보다는, 그냥 내가 할 수 없는 걸 하는 사람들이라, 좀 경이롭다고 해야하나.. 그렇다.

2010/01/10 18:50 2010/01/10 18:50

엄마와 이사를 했는데, 낡은 주공아파트 5층 - 좋은 일로 이사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띄엄띄엄 떠오르는데..

학교에 가려면 통학버스를 타야하는데.. 버스를 타지 않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는데..

음.. 5층 올라가는 계단 중간쯤에 다른 통로가 있었나..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가서 문진표에 쓰고, 엄마가 먼저 검사받으로 내려가고 - 검진하는 건 다른 층인 것 같다.

나도 다 쓰고, 책을 두권 집어들고 내려가기 위해 문을 나서는데, 한권은 원래 내 책이었고, 다른 한권은 아니었다.

원래 내책은.. 음.. 어떤 책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고

다른 한 권은 금강경과 관련된 책이었다.

통로를 지나가다 소변을 보려다가 금강경 관련된 책을 떨어트리고,

그 근처 물에 책을 씻는다.

물은 졸졸졸 어디선가 계속 나오고 있었고, 그, 돌로 된, 그걸 뭐라부르나.. 약수물 떨어져 받아지는 그런 돌.

거기서 물을 떠다 책을 계속 씻는다.

어느새 실내였나, 여기저기 물이 나오는 곳이 많았다. 곳곳에 물이 담아져있고.

조금 움직여 다른 곳의 물로도 씼고.

책이 젖어서 구글구글 해졌다.

실내지만, 매우 넓고, 물도 나오고, 작은 관목같은 나무도 있고

사찰로 보일 만한 건 없었는데, 사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갔다.

꽤 안락한 분위기.

그러다 장소가 바뀐건지 이어진건지.

또 집회를 하고 있다.

난 맨 뒤쪽에 있다. 여전히 책을 들고 있다.

물에 젖은 책을 바람을 쏘이며 말리고 있었다.

넓은 잔디밭 같은 곳이었고, 소풍나온 기분으로 앉아있기도 서있기도.

그러다 집회가 끝날무렵,

양손에 책을 한권씩 들고 말리고 있는데 책이 뜯어져 낱장들이 바람에 하늘로 날아간다.

어어, 잡아야 하는데.. 막 뛰어다니면서 잡으려 하는데 이미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다.

날아간 페이지들 중 눈에 보인 건 악보였는데, 민중가요 악보였을거다.

내 노래책.. 엄청 안타까웠다. (.. 진짜 안타까웠다. 내 소중한 악보... 금강경에 관련된 책이 왜 악보집으로 바뀌었는지는 모른다. 그냥 꿈이니까...)

누가 한페이지는 잡아서 줬는데 나머지는 못잡았다.

집회가 정리되느라 소란스러운데, 그 와중에 누구는 주인이 자리를 비운채 놓아둔 가방에서 파일을 빼간다.

그 파일은 본적이 있는 건데, 그것도 악보집이다. 파일을 빼가는 일행 중 한 명이 이거 주인 있는 거라고 말하지만, 이미 파일을 뺀 사람은 괜찮다며 천연덕스럽게 들고 간다. 난 저게 도둑질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음.. 오히려 내가 가져갈걸.. 이런 생각한 것 같다.

그러다 행진이 시작되는데, 시작하자 마자 도로로 올라가 뛰기 시작한다.

난 맨 뒤에 떨어져 있었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뛰는데 쫓아가기가 쉽지 않다. 몸이 맘처럼 안움직인다..

내가 도로에 나서기 전에 이미 전경부대가 도착했다. 도로로 나가봐야 잡힐 거 같아서 그냥 인도로 뛴다.

 

그러고 더 생각이 안나네..

 

마지막 장면은.. 음.. 음.. 꿈속에서는 목표도 모르겠고, 무조건 뛰는 거다. 왜 뛰는지 모르고 뛴다. 실제 이렇게 뛴 적이 몇 번 있는데, 이런 이미지들이 꿈에 드러난건가..;; 근데 왜 매번 뒤에서 뛰니.. 무섭게..

2010/01/10 09:39 2010/01/10 09:39

지나간다담론

담론과 현실이 분리되는 것인가?

물질적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담론을 분석하는 것이 아닌가?

 

어떠한 주체가 탄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는 무엇이 있는가?

실업자가 있다고 해서 이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건 아니잖아 - 저 분 좀 주장이 과한듯.

 

 

 

1. 자신을 돌보라는 메시지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게 아닙니다. 그건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 논리에요.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떻게 자본의 품에 안기게 되는지 궁금하면 산본마쓰를 구글에서 검색해 보고 나오는 책을 읽으세요. 그리고 산본마쓰 책을 읽으면,지금 말씀하시는 이야기는 이미 그람시부터 고민한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될 겁니다. 제가 공부를 안해서 푸코 따위에 관심없다고 한 줄 아세요?
 

2010/01/10 08:58 2010/01/10 08:58

지나간다용산 장례식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빈둥거렸다.

용산을 떠올리고 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게으름 피우고 있었다.

뒤늦게 장례식 기사를 보고 가슴이 미어져, 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럴 거면 용산을 다녀올 걸 그랬다..

2010/01/09 19:45 2010/01/09 19:45

지나간다다음 주 부터 할 것

신변

- 내시경 해봐야겠고, 치과도 가야겠고, 온몸이 골병이라..

- 이사준비도 해야하고

- 이사준비 전에 집을 알아봐야 하고

- 진보넷 블로그 스킨 건들다 만거 마저 손대고

- 아. 하루종일 지붕뚫고 하이킥 보기

 

그리고

- 합숙 준비해야 하고

- 캠프 다녀오고

- 1년 계획 짜고

- 사무실 정리하고

- 후원금 모으로 다니고

- 공부도 해야지

2010/01/09 09:55 2010/01/09 09:55

지나간다선물

 

 

시험응원 선물을 받았다.

뜻밖의 선물들에 기분이 좋아졌다.

앜앜 거리면서 열어봤다.

 

나의 무위도식 생활을 안다면, 저런 선물따위 안챙겨줄텐데..

그리고 저 선물 내년에 또 받지 않으려면 지금 이러고 있음 안되는데..

 

 

 

내가 별로 준 게 없는데 무언가 받게 될 때 참 민망하다.

설사 내가 줬다고 해도 받는건 역시 민망하게 느껴지는데,

물건이든 도움이든 받는 것 자체에 미숙하다.

받고 나서 어떻게 답례 해야할지도 잘 모르고,

상대방이 댓가를 바라지 않고 준거라 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차라리 돈이든, 내 노력이든 무언가와 교환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

그래서 다른 이의 도움도 잘 받지 않으려 하고,

시간이 배 이상 걸려도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려 끙끙댄다.

다른 이에게 조금도 폐를 끼쳐선 안된다는 강박이 있다.

또 그래서, 다른 사람의 부탁은 대부분 거절하지 못한다.

내가 거절하는 게 그 사람에게 폐끼치는 기분이 들어서.

나에게 많이 무리되는 일이라도, 그걸 거절하는 것 보다 그냥 무리를 하는 편이 마음에 편하다.

이런 유난을 떨어봤자, 난 이미 다른 누군가의 것을 입고 먹고 쓰고 있는데.. 혼자 사는 게 아닌건데..

 

어쨋든 저런 선물은 고맙게 받아야겠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주는 것 없이도, 의외로 많은 걸 받아왔다.

그 사람들에게 고마움 한 번 제대로 표시못한 것 같다.

참 미안하다.

 

//

나에게 써준 편지들의 내용은 한편 부담스러운데,

날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

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좀 만만하게 봐주면 좋겠는데....

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고, 그 시선을 쉽게 내면화한다.

그래서 그 기대에 부응하려 자기검열을 많이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 자기검열을 원래 내모습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악순환이다.

또 생각해보면,

과대평가와 겹쳐있는 게, 내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나이나 학번에서 이미 윗사람이 되어 있다는 조건이다..

아무리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는 공간 안에도, 그런 관계는 쉽게 만들어지고, 잘 깨지지 않는다.

당장 나부터가, 나보다 윗 학번에게 만만하게 대하는 게 어렵다.

말을 놓자고 제안하는 건 좀 더 평등한 관계를 위한 방편일 뿐이지,

서로 말을 놓는다고, 서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내가 나이에 상관없이 대부분 존대를 쓰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존대말로 거의 매번 질타하고 명령하는 언어를 사용한다.(아, 부끄러워)

 

x의 편지가 재밌고 좋았는데,

전례를 만들어 보란다. ㅎㅎ

그 친구는 날 좀 만만하게 대해줘서 좋다. 아마, INTP여서일거야.

 

선물에 관한 기억으로 떠오르는 게 고3 수능인데,

D-day 숫자에 맞춰 같은 번호 친구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해주는 관습(?)이 있었다.

난 그런 것 따위 하지 않겠어, 라며 난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을게 - 라고 말했다.

내 번호가 1번이었는데, 그러니까 시험 하루 전날이 내 번호인거다.

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원래 시험 전날엔 학교도 안나가니, 당연히 받을 게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수능보기 전전날, 뜻밖에 너무 많은 초콜릿을 선물받았다.

예상치 못한 선물들에 많이 당황했었다.

그 때 함께 자취하던 룸메이트에게도 선물하지 않았었는데, 그 친구는 나를  챙겨줬었다.

나도 선물하고, 받았으면 안 미안했을텐데, 후회가 몰려왔다.

2010/01/09 01:30 2010/01/09 01:30

지나간다근황

속이 지랄나서 당췌 가라앉지도 않고 괴롭다. 설마 평생 이러겠어...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 중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불안해야 하는데, 불안해 하지도 않고.

 

요새 잘 씻고 빨래도 잘한다. 이럴 때 말고 평상시에 좀 그래야 하는데..

 

1주일 뒤부터 해야할 일들이 쌓여 가고 있다.

 

발굴 중 - spiritualized, 미앤유앤에브리원...

 

박민규씨 이상문학상 받았구나.

 

 

 

 

Sigur Ros & Mogwai - Luvstory

http://www.esnips.com//nsdoc/c97b4126-a697-4eda-b535-3a18bf480fc8

2010/01/07 23:53 2010/01/07 23:53

간간이 쫓기는 꿈을 꾸더니, 오늘은 제대로 시험에 직면하는 꿈이었다.

 

원래도 어려워하던 한 과목은, 막판에 다시 훑어보지 않은 채 시험을 치뤘다.

분명히 공부했던 것들이고, 시험보기 직전에 한번만 훑어봤으면 생각났을 거 같아 안타까웠다..

다음에는 평소 그나마 자신있어하던 과목이었는데, 시험문제가 너무 잔혹했다.

이제마의 휘호에 있는 문구를 쓰라질 않나, 또 뭐가 있더라..

(이제마가 휘호를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어쩜 이렇게 깜찍한 스토리를?)

아무튼 꿈속에서는 좌절스러웠다.

거기다 문제는 주관식이었다.

 

... 이러고 농땡이 필 시간에 시험준비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인데..

오늘도 오전은 공으로 날렸네..

2010/01/06 11:22 2010/01/06 11:22

지나간다육식을 하지 않는다.

냐옹님의 [p짱은 내친구(ブタがいた敎室) ] 에 관련된 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온 삶이 누군가에게 먹히기 위해 길러지는 게 옳지 못하다

그런 축산은 자신의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 종속되는 시스템의 일부다

라는 생각에 채식이라고 이름붙이기 뭣한 채식을 하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 양식한 녀석들을 먹지 않고

산에서 살다 잡힌 멧돼지 같은 녀석들은 먹겠다고 얘기하곤 한다.

(꼭 먹지 않아도 살만한데, 수렵을 해서 먹는 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도 있는데, 아, 그럼 머리 아프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때는 '채식'이라고 하지 않고,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이게 경계가 참 모호하다.

식물을 몽땅 가둬 기르는 건 괜찮은거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고.

마당에 놓아 먹인 닭은 어찌할 것이고.

등등등.

 

어쨋든, 기업식 축산은 '다른 생명의 삶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종속시키는 것'이고,

그 기업식 축산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기업식 축산에 반대하는 이유는 많이 있겠지만, 우선 내가 육식을 하지 않는 이유에서 접근하고 생각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같은 이유에서 볼 때 육식을 하지 않는 것보다

커피나 초콜릿을 안먹는 게 더 우선이어야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축산농장에서 동물들의 삶이 빼앗기고 있는 것이겠지만,

플렌테이션 농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삶이 극한으로 빼앗기고 있으니까..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이 사회에서 내 삶을 빼앗긴 댓가를 지불하고, 또다른 누군가의 빼앗긴 삶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고,

결국 '숨쉬는 것 만으로 착취'라는 데 결론이 도달하게 되고-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생명에 대해, 윤회와 까르마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끝없이 올라가는 본질론적인/환원론적인 태도는 현실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 조심해야겠고,

내 입의 잠깐 안락을 위해 다른 존재가 사육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려는 노력, 경향으로서 생각하려 한다.

 

 

기업식축산을 반대하기 때문에 채식을 한다는 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의 농업 또한 플렌테이션이고 그것들은 기업식 축산과 별다를 것 없는 효과를 낳는다.

그런 산물들을 먹지 않겠다면, 굳이 채식을 하기 보다는 수입밀로 만든 과자 빵을 우선 끊어야 할 것이다.

그럼 유기농은 다 괜찮을까. - 카자흐스탄 유기농 밀은 자국의 식량을 생산할 땅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그 밀을 먹지 못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어떤 땅이든 우선적으로 그 땅에 사는 사람이 먹을 식량을 키워야 하는데, 공정무역거래는 커피 코코아 같은 환금작물들이 길러지도록 조장하는 것이니 그것도 소비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물론, 그런 의도로 육식을 하지 않는다 할 때에도, 그것이 어떤 완전한 시스템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현실의 모순을 지양하는 노력이라면 전적으로 동의한다.

2010/01/05 18:51 2010/01/05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