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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날카롭게, 더욱 예민하게

사람들이 가끔 날보고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예민하냐, 혼자 열받으면 어떻하냐 등등의 비슷한 지적을 한다.
일부분은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잘 안고쳐져서 나도 내가 싫을 때가 있으니까 반성..
그렇지만 예민하냐? 민감하냐?의 말에는 그야말로 화난 표정을 짓게 된다.(두얼굴의 사나이라는 외화시리즈를 기억하는가? 주인공이 한쪽 눈썹만 찍 올리며 얼굴을 찌푸린다. 나도 똑같다.)
사안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으나, 특히 민감하게 언어와 문장을 포착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성차별적인 내용이다. 그건 뭐, 머리와 가슴과 온몸이 저절로 발견하고, 반응하게 된다. 뭐랄까, 그런 내용의 문장을 들으면 너무나 선명하게 머리와 가슴에 확 내리꽂히면서 욱신욱신 아파온다.
가끔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농담으로 그냥 넘겨 들어도 될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그냥 쌈닭이라서 즐기면서 덤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
그렇지만 한편, 온몸이 반응하는 나를 보면서 거꾸로 어떤 인간이 이렇게 반응하게 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별히 누구라고 얘기는 않겠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활동가들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식사당번이라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서 기뻤다. 그런데 마지막에 누군가가 "맛있다.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라고 툭 던졌다.
어이가 없어서, 머리 꼭대기가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바로 "예? 뭔소리요?" 주변의 사람들이 조금 긴장한 듯, 질책하듯 그 선배에게 웃음과 약간의 조소를 보냈다. 그정도 분위기 파악했고, 그말을 뱉은 선배도 미안하고 민망한 표정이이서 ,
"형이 나한테 뭔소리를 들으려고 그딴 소릴를 하는거요."라고 마무리..
이런 비슷한 내용의 문장을 사람들은 별생각없이 던진다. 대학다닐때에도 학습하면서 "미스김, 시집이나 가지"라는 말이 얼마나 성차별적인가를 말하면서 사적인 공간으로 돌아오면 "살빼서 시집이나 가라" 라는 웃기지도 말을 정말 아무생각없이 하는 모습도 신물나게 봤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단체에 들어와서 만나는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
성차별적인 문장에 대해 반격을 가하면 두가지의 반응이다.
"어이고, 그냥 농담으로 하는 건데. 뭐그리 미감하냐? 그렇게 인간관계 맺으면 곤란하다. .... 피해의식이 너무 강한거 아니냐?"
라는 똥뀐 놈이 성내고 난뒤, 오히려 여성운동에 대해서 가르치는 사람.
"..하하하...."
이렇게 그말이 잘못된 말이라는 것을 내뱉고 난뒤 알고 나서 민망하게 웃거나 반 농담식으로 미안하다 사과하는 사람.
그래도 두번째는 다행이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첫번째 인간, 지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큰소리만 뻥뻥치면서 지적한 사람을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비뚤어진 여성으로 만들어버린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쿵닥쿵닥 뛴다.
어제 그런 일이 있고 난뒤, 곰곰히 생각했다. 뭘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는 말에 구애받지 않기로.
난 더 민감하고, 더 예민하게..그 말들을 짚어내고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이라는 의식에 대해 칼날처럼 싸워야 될 것 같다.
내가 살아야 하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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