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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를 헤매다

터울림의 교통사고의 후유증은 길다.
따끈따끈 편집해주던 원낭자의 부상으로 꼬실이형 동생인 문정언니에게 부탁해서 밤샘 작업을 했다. 아...언니도 마감 걸려서 정신없었는데..어찌나 미안하고 고마운지 말로 표현이 안된다.
내가 워낙 새벽 2~4시경이 쥐약이라서 꼬박꼬박 졸다가 언니가 물어보면 대답하고...계속 그랬다. 세수도 해보고, 커피를 먹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6시가 넘으니까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을지로로 향했다. 필름 출력을 기다리는데 1시간, 그걸 들고 을지로 인쇄골목을 찾아갔는데...왠걸..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인쇄소들 사이에서 정말 길을 잃어버렸다. 간판들도 쬐그만 것들이 대부분이고..
날씨는 끝장나게 덥지, 햇볕은 내리쬐고, 땀은 삐질삐질....
까뮈의 이방인인가? 햇볕이 뜨거워서 총을 쐈다고 그랬나? 하여튼 딱 그심정이었다. 한놈만 걸려봐라...방향 감각도 없어지고, 여기가 맞는지 어떤지 몰라서 인쇄소로 전화를 몇통이나 걸다가 결국에는 아저씨가 마중을 나왔다. (핸드폰 밧데리도 나가서 공중전화를 찾아다녀야 했다.)
황당한 것은 맨처음 전화를 했던 슈퍼 옆이었던 것이다.
을지로 인쇄골목, 정신없고 분주한 거리..난 거기에 갈때마다 정말 사람들이 너무 바쁘다는 느낌에 마음이 막 쫓긴다. 종이를 들고, 실어서 움직이는 사람들, 한손에 출력한 필름을 들고 바삐 뛰어가는 사람들, 잉크와 종이에서 나는 묘한 냄새, 우중충한 길과 간판과 건물 색깔(시꺼멓다).
사무실에 도착하니까 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새...한나절을 을지로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아~~원낭자는 대단해..매일매일 그거리에 가서 맡기고 찾아오고, 처리하고..등등..인쇄소도 하나의 공장이라서 기계를 만지는 일들은 거의다 남자들이 하고 있는데 그 틈바귀에서 조금만 밀리면 엄청 바가지를 쓰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 악다구니도 부려야 하고, 깡다구도 있어야 한다.
원낭자..을지로에 가면 당신이 생각나누만...얼른 병원에서 퇴원해야지.
그리고 푹쉬다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사진공부도 계속 하고..

<200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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