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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고객관리

설 연휴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제각기 사는 얘기들을 풀어놨다. 교통관리공단에 있는 친구, 하나도 하기 힘든 외국어를 2개국어를 마스터하고 불어까지 도전하고 있는 친구, 의상학과를 나왔지만 치과에 취직한 친구..나처럼 단체활동하고 있는 사람. 제각각 직자얘기로 한참 할 무렵 치과에 다니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왠 치과냐?"의 질문으로 부터 보수가 더 좋다고 하면서 자신이 일하는 파트가 무엇인지 설명하였다.
그 친구는 백화점에서 픽업된 형태라서 다른 간호사들보다 훨씬 보수가 좋다고 한다.
왜? 백화점 경력이, 추천이 그럴까?
3~4층짜리 빌딩이 전부 치과인데 그중에서 고가의 치료를 요하는 층에서 근무한다. 접수부스인데 들어오는 손님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찰해서 상품명까지 적는단다. 심지어 반지의 다이아몬드, 진주알 크기까지.
그렇게 해서 손님이 치료에 관련한 상담에 들어가면 의사가 경제력과 신분을 측정해서 상품을 추천해서 더 비싼 것으로 하게끔 만든다. 상중하로 급을 나누면 상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제일 고가의 상품을 추천하고 중일때는 약간 저렴한 것(안그러면 자존심도 상하고 황당해 하기 때문에) 뭐 이런씩으로...
그리고 두번째 온 손님은 무조건 이름을 외워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000님 어서오세요!'로 맞이해야 한다. 악세사리가 바뀌었으면 이쁘네요..어디서 하셨어요..이런씩으로 대화를 끌어내서 그전 손님의 스케쥴, 이후 스케쥴까지 알아내서 기록해야 하고 다음에 또 오면 '000님 여행은 잘 다녀오셨나요' 등으로 대화를 해서 또 알아내고 기록하고...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고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리이다.
VIP, 리더스클럽홈페이지(서울대, 연고대, 이대 출신들의) 등 모두 비슷하지만 정말 끔찍하다. 사람을 대할때 그들이 갖추고 있는 상품을 통해 가격을 매기는 것. 골라내는 것도 아니라 시작부터 간추려낸 사람들을 또 급수를 매기는 것..사람사는 방법이 아니다.
내친구는 잘해내고 있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비싼 돈주고 자기를 데려왔으니 단물을 쏙 빼 먹겠다는 병원측의 의도를 알고 있다고도 한다.
사람에게 가격 매기는 사람기계가 아니고 무엇인가. 무섭다.

(2001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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