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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의 허탈감.

몇가지 갈등이 있었단 이야기는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찌되었는지는 자세히 모르고...

그치만 결과적으로는 회의에서 논의되었던 연출안은 변경되었고 그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몇년간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다.  어디서 부터 꼬이기 시작한 걸까?

결자해지라 했던가? 근데 누가 결자인지... 참...

 

메이데이가 다가오면서 올해는 어떻게 참여를 할 건지 참 많이 고민되었었다.

케케묵은(?) 메이데이 문화행동도 꺼내보고 뭔가 재밌는 거리...도 찾아보고 했는데,

물론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아주 적극적으로 뒤지고 조직하고 하진 않았다.

 

1시즈음 꽃다지 태수와 사월과 같이 대학로에 도착해 창환형의 문자를 받았다.

두리번 거리니 여기저기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띤다.  살짝 비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몇몇 사람이 문자를 보내왔다. 음... 다들 속속 도착하는군.

선봉형은 보자마자 '깃발 가져왔어?'   엥? 무슨깃발?

우리 무슨 조직이야?

선봉형 천연덕스럽게 '노문센터 깃발~'

오잉?!  해산한 조직 깃발을 어디서 찾고 있다냐?

생각해보니 메이데이 문화행동 깃발이 있었는데 2, 3년 전에 분실했다고 들은 거 같다. 치이~~

 

이래저래 사람들이 하나씩 모이고 무대 옆에 비를 피해 어영부영 서있는다.

왜 우린 늘 무대 옆을 못떠나는 거야? 무슨 맨날 관계자라고...

비가 멎고,  누구는 단체로 몇명이 같이 왔으니 대오에 들어가 앉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떨거지처럼 여기 서있지 말고 같이 들어가 앉잖다.

잠시 갈등...하다가 좀 있다가... 라고 답변.

왠지 대오 중간에 들어가 앉기도 께림칙한 느낌.

누군가 옆에서 농으로 한마디 던진다.  '저것들이 드디어 체제에 순응하기 시작했군. '

허걱!! 홱 돌려 째려본다.  민망한지 '흐흐흐'

 

집회는 참으로 지루하게 느껴졌다.

투쟁이, 집회가 관성에 젖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 내 마음이 허탈해서 더 그런건 아닌지...

사전집회가 늦게 시작했고, 또 늘어지다보니 본대회도 늘어졌다.

시간은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갑자기 드는 생각 하나.

우린 왜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걸까?

메이데이는 무슨...  가서 니 생일 술이나 먹자...는 이야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왜, 우린 이 자리에 무슨 이방인처럼 겉돌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있냐고오오~~~

상징의식? 이 끝나고 행진이 시작되려나 보다....자리를 이동했다. 술자리로...

 

우린, 아니 나는 왜???... 민주노총 메이데이 집회에 왔을까?

누구 말처럼 집에서 아이들과 혹은 주변사람들과 메이데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메이데이 음악이나 틀어놓고 메이데이 자료나 다시 꺼내 읽거나 하지 않고 말이다.

누구는 이번 문선은 완전 80년대 후반으로 퇴행한 끝장을 보여준거 아니냐고 한다.

참담하다... 근데...나는 책임이 없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나? 괴롭다.... 허탈하다...

 

내년 메이데이 때는 집에서 책이나 보고 주변사람(남편하나밖에 없는데...쩝)과

메이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100여년 전에 투쟁했던 시카고 노동자들의 정신을 기릴까? 정말?

'대중이 모인곳에서 감동을 받지 못하면 그땐 떠날때라고' 하면서

7,8년전쯤 인천본부에 사표를 던지고 떠난 동지 생각이 났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또 잊고 살다 막상 내년 메이데이 일주일 전 쯤부터 또 이모양이겠지?

뭔가 의미있던 메이데이를 지낸 사람있음... 누가 좋은 이야기 좀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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