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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유림(儒林)

최인호의 「유림(儒林)」 1, 2, 3권을 읽었다.

조금 읽기 시작하면서 책을 산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지난 7월 12일 「FTA 반대 범국민대회」가 정리되고 있을 즈음, 이왕 종로에 나온 김에 영풍문고에 들렸다. 책들을 들러보는데 그놈의 「유림(儒林)」이 눈에 띄었다.

‘3권 간행 기념 30% 세일’


으잉. 30% 씩이나. 더욱이 내가 한번 도전해보고자 하는 주제와도 관계가 있으니 컨닝하는 셈치고 사자!


1권을 시작하면서 잘못된 용어의 사용 등이 눈에 띄었다. 조금 더 읽어가면서 동서양을 넘나들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넘나들고 있지만, 수없이 많은 내용들이 인용되지만, 박식하다는 느낌이나 일관된 흐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오지랖이 넓고 이것저것 쓸 데 없이 참견하는 뺑덕어멈 같다’는 느낌이다. 문장도 최인호답지 않게 거슬리는 곳도 많고...


난 내 수준과 관계없이 글 읽는 게 까다로운 편이다. 글이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 때면 심지어 읽다가 중간에 내던지기도 했다. 솔직한 글. 그 사람의 마음이 묻어나는 글. 이런 게 좋다.

이번 최인호의 유림을 읽으면서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 떠올랐다. 시집에 나오는 ‘노동의 새벽’은 절창이다. 그러나 시집을 찬찬히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이 사람이 얼마나 멋진(노동자의 냄새가 풍기는) 글을 쓰기 위해 억지를 쓰는가가 느껴진다. 모르겠다. 나만의 느낌인지는. 그러나 난 그렇게 느낀다. 그런데 최인호는 박노해보다 한술 더 뜨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이유를 상세히 쓰고 싶지도 않다.


설렁설렁 읽었다. 관련된 사람이나 외국의 철학자들의 글을 인용할 때는 아예 건너 띄고...


3권을 다 읽고 나니 머리가 멍멍하다. 좋은 책을 읽고, 감화되고, 정화되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잡문(雜文)에 오염된 느낌이랄까...


뭔가 머리를 정화시킬 필요가 있겠다. 난 정찬의 신작 소설집 「희고 둥근 달」을 샀다.

문장이 미려(美麗)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먼 파도소리가 시간의 물결 위로 가느다란 주름을 만들고 있었다.’


오히려 평소 내 스타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미려하다. 그래도 뭔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인호는 앞으로 유림 4, 5, 6권을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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