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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통체계 및 요금체계 개편, 문제는 없을까?

서울시 교통체계 및 요금체계 개편, 문제는 없을까?

 

                                                                   최경순/ 전국민주버스노동조합 사무차장

 

  닫혀진 대문, 닫힌 서울시 행정

 

  오늘(6월 2일) 오전 11시 우리는 서울시청으로 기자회견을 하러 갔다.
  '우리'란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연대회의(약칭 교통연대) 준비위원회'이고, 공공연맹, 서울지하철노조, 도시철도노조, 인천지하철노조, 철도노조, 민주버스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 장애인이동권연대회의, 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 경기도지부, 인천시지부 등 많은 조직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는 전날 심재옥 서울시의원을 통해 기자실을 사용요청을 하였고, 서울의 대표적 노동조합 대표들이 모였으니 당연히 기자실을 내 주리라 생각했다. 10시 45분 지하철 시청역 역무지회 사무실에서 집결하였다. 기자들로부터 전화가 오고, 기자회견문 챙기고, 수십 명이 모이다 보니 모든 게 분주하다.
  노조의 위원장들과 간부들, 심재옥 서울시의원, 요즈음 잘 나가는 민주노동당의 대표최고위원 후보 김혜경 서울시지부장까지 우리는 줄지어 계단을 올라 시청으로 향했다.
  앞장선 이가 시청 대문 앞에서 멈췄다. 정복에 무전기를 든 뚱뚱한 사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 위에서 못 들어가게 한다. 기자회견 하겠다고 했지 않느냐. 기자회견실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대문을 열어달라. 안 된다.
  도무지 논리가 필요 없는 답변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우리가 언제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했나 하며 우르르 몰려가니 시청 대문은 힘으로 열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대문을 잠그고, 안으로 셔터를 내려놨기 때문이다.
  우리는 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입구 계단에 늘어서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정말 요금이 저렇게나 많이 올라요? 월드컵 대표 복장을 한 할머니가 묻는다. 예. 우리 집은 양천군데 어떻게 다니라고. 할아버지도 작년에 죽었는데.
  아니 시민이 들어가겠다는데 왜 막아. 지나는 시민 중 과격한 사람들은 한 마디씩 한다. 우리가 가져온 피켓을 본 시민들은 관심이 많다. 당장 지하철, 버스 요금이 오른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닫힌 대문 앞에서 우리들의 기자회견은 한·터어키 축구 친선게임 응원을 준비하는 수백명의 붉은 악마 응원대의 북소리에 묻혔지만 우리는 악착같이 회견을 끝냈다.

 

  사업자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서울시, 서울시장

 

  버스 색깔이 갑자기 바뀌고 있다. 빨강, 파랑, 초록. 서울시에서는 오는 7월 1일부터 버스운송체계를 재편하면서 노선의 특성에 따라 색을 지정했다고 한다.
  이제 채 1달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색깔이 뭘 의미하는 지 잘 모른다. 모르는 건 그것만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갈아타고 다녀야 하는 지, 요금은 어떻게 되는 지 도대체 제대로 아는 게 없다.
  그렇다고 시민들 욕하는 게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진짜 욕을 먹을 대상은 시민의 발인 버스, 지하철의 교통체계와 요금체계를 바꾸면서 정작 이용 시민들에게 홍보조차 제대로 안 한 서울시이고, 서울시장이다.
  서울시가 내세우고 있는 교통체계 와 요금체계 개편을 보면 버스 노선을 대폭 정리하여 지하철처럼 간선망을 만들고, 간선과 연결하는 지선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고, 지하철과 함께 갈아탈 때 따로 갈아타는(환승) 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참 좋다.
  문제는 요금은 오르고, 민간 사업주에게는 막대한 이윤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로 가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그놈의 '수익자 부담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은 싸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은 바싸게 하겠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요금을 올리는 건 물론이다.
  지하철의 경우 일산 대화에서 수서까지는 1,100원에서 1,800원으로, 노원에서 사당까지는 740원에서 1,600원으로 오른다.
  "대도시에서 대중교통은 도로교통혼잡완화, 환경개선 등 다양한 외부경제효과를 발생시키며, 저소득층에 대한 최소한도의 교통서비스 제공의무 (Public Service Obligation:PSO)라는 형평성의 논리가 적용된다."는 황기연 서울시정개발연구위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대도시 교통에서 수익자 부담원칙은 지극히 부당하고, 불순한 발상이다.
  먼 거리를 통근하는 사람들이 '수익자'인가 '피해자'인가. 누군들 비싼 강남 아파트에 살 줄 몰라 안 사는가.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교외로 교외로 밀려나지 않았는가. 불편하고 긴 출퇴근에 시달려야 하는 게 수익자인가 피해자인가.
  서울시에서 교통피해자인 장거리 출퇴근자를 교통 수익자로 보는 건 뭐라 변명해도 철저하게 사업자의 논리를 따르는 것일 뿐이다.

 

  사업주만 살찌우는 준공영제(?)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 기가 막힌다. 서울시는 이른바 준공영제를 실시한다 하면서 버스 요금 수입을 중앙으로 집중시키고 대신 사업주들에게 필요경비 일체인 운송원가와 운송원가의 10%를 적정 이윤으로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에게 보장해주는 금액을 요금 수입으로 채워주지 못하는 만큼은 세금과 요금 인상으로 채워주겠다는 것이다.
  지금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1일 대당 운송원가 약 377,000원, 적정 이윤 37,700원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별로네 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버스 사업주들에게 '절대' 보장 해주는 이윤이 연간 1,096억 원이다. 사업주들이 족벌체제로 사장에 전무에 상무를 다 해먹고, 월급을 얼마든지 가져가도 이는 '원가'에 속할 뿐이다.
  서울시내버스는 현재 전체로 보면 자본 잠식상태이다. 사업주들이 깡통을 찼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가엽다는 생각은 마시라. 임금체불, 노동탄압에 온갖 회사 돈 빼돌려 부동산 재벌이 된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뻔뻔한 사업주들에게 서울시는 '절대'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더 알면 화병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계속하자. 운송원가는 어떻게 나오는가. 아시다시피 서울시는 단 한 대도 시내버스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모든 데이터를 민간 사업주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업주들이 내놓은 데이터를 보면 회계의 문외한이 내가 봐도 웃긴다. 운송원가의 40%가 넘는 운전기사 인건비의 경우 대당 2.44명으로 계산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대당 1.9명이 일하고 있다. 대당 0.54명의 인건비가 부당하게 추가되어 있다. 월급이 적은 임시직, 촉탁직은 정규직으로 둔갑한 건 물론이다.
  연료의 경우 2003년도 사용량은 'ℓ'로 따져 2001년의 두 배다. 정확히는 97.3% 증가다. 물론 차량은 단 1대도 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사용량이 늘어났는지,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에서 왜 지적이 없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시 관계자는 카드로 계산된 영수증이니 어쩔 수 없다나.
  이렇게 늘어난 유류사용준으로 서울시에서는 연간 250억원에 달하는 유가보조금을 주고, 운송원가를 높여 보조금을 주고, 정부에서는 부가세 감면혜택을 준다.
  이렇게 공공서비스인 버스운송사업을 하면서 사업주들은 이익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도 서울시에서는 요금을 중앙으로 집중하는 것도, 운행 평가도, 운영 평가도 모두 이들의 조합인 사업조합에 맡기겠다고 한다.

 

  최소한의 준비라도 하고 뭐라도 시행하라.

 

  우리는 정기권 개념의 수도권 단일요금제 도입과 정부와 시, 노조와 시민이 함께 운영하는 대중교통의 완전 공영화를 주장한다.
  이것이 당장 어렵다면 서울시는 적어도 민간사업주들에게 지원할 금액이 적정한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하는 경영모델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일부 노선이라도 직접 경영하여 올바른 모델과 데이터를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수 시민단체를 참여시켜 생색낼 게 아니라 개편에 앞서 철저히 홍보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모아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문제점을 다 알 터인데도, 좋은 방법이 있음을 알 터인데도, 준비도 없이 7월 1일 시행을 위해 한낮에도 길이 막힐 정도로 곳곳의 도로를 뜯어고치며 군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렇게 집착하는 7월 1일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취임 2주기라나 어쩐다나.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2004년 11월 월간 <작은책>에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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