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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 영결식

오늘 정해진 열사 영결식이 있었다.

 

스산한 늦가을 날씨만큼이나 영결식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얼마 안 돼는 참석자, 얼마 안 돼는 깃발이

열사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결식

 

연사들의 연설도 힘이 없었다.

투쟁을 위한 분노가 아니라

더욱 가열찬 투쟁을 하겠다는 결의가 아니라

절망으로 내몰리고, 나락으로 내몰리는 우리 처지에 대한

위로의 말들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적은 대오와 적은 깃발

 

한 때 대한민국 10대 파워집단에 속했던 우리.

그러나 오늘은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가

작은 것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한다.

 

열사의 아버님은 기도로 영결사를 대신했다.

"...건설현장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겠해주세요."

"먼저간 아들을 제가 갈 때까지 하느님 곁에 있게 해주세요."

 

프레시안에 난 열사의 영정사진/ '고이 가소서'

 

누군가 나서서 진혼무를 췄다.

정태춘의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는 노래에 맞춰서.

진혼무에 어울리는 애절한 노래다.

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노래를 듯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너희들도 언젠가는 모두 죽으리니." 하는 대목이었다.

 

엄숙한 영결식장에서 웃음이라니.

참으로 뜸금없다.

설마 열사를 조소해서 였으랴.

"너희들도 모두 죽으리니"하는 대목에서 후련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휴~ '테러의 시대'가, '파시즘의 시대' 만큼이나 멀지 않았나보다.

 

철모르고 피어나는 철쭉

 

눈길을 내리니 도로 분리대 화단에 철쭉이 피어 있다.

정말 뜸금없다.

우리들이 철모르고 피어나는 저 철쭉과 같은 존재인가?

 

돌아오는 길을 일부러 중마루공원 쪽으로 잡았다.

마지막 단풍을 보고픈 유혹이 잠재되어서겠지만,

어쩐지 쓸쓸한 풍경을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입구에서 본 늦가을 중마루공원



여전히 곱게 져무는 단풍 밑으로 노숙자의 침낭과 술병 등이 어지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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