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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가슴 떨릴 만큼 멋진 풍경이 문득 시야에 들어왔다.

누군가 저 아래 고라니가 있다고 했고,

고라니가 사라질 때까지 난 고라니만 봤다.

 

고라니가 또랑으로 내려서 풀더미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수몰선 밑으로 드러난 넓은 풀밭이 갑자기 나타났다.

 

고라니는 왼쪽 위 나무사이에 머물다 또랑으로 사라졌다. 

 

수몰선 밑으로 드러난 넓은 풀밭/ 호수 옆 드러난 흰속살 만큼 물은 수몰선 밑으로 내려갔고, 우리가 들어간 카페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그곳은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력한 끌림이 있었다.

 

 

그곳에 가고싶다는 욕망은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일행으로부터 양해를 얻었고,

마시던 카프리 병을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수몰선이 시작되는 곳은 몇년 묵은 밭처럼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풀밭이 되어 넓게 펼쳐진 풍경은 발걸음을 떼기 힘들게 했다.

풍경에 취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맥주를 마셨다.

 

풍경에 취해 술병을 든 채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풀소리/ 일행이 망원렌즈로 찍었다.

 


호수에 가까이 갈수록, 마치 지중해에서 사하라를 간다면 그럴 것처럼, 풍경은 초원으로/ 사막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몰되기 전 또랑은 또다시 드러나 똘똘똘 예쁜 물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었다.

 


갈대는 이미 작년키 만큼이나 자라 있었고...

 


숙주를 찾지 못한 기생식물 새삼은 가는 줄기조차 양분을 채우지 못해 바닥에 누렇게 널부러저 있다. 



물가가 가까워질수록 풀들의 키는 작아졌고,

종류는 단순해졌다.

마치 사막이 가까운 초원이나,

비가 온 뒤 돋아난 키작은 풀들이 뒤덮인 사막처럼 보였다.

 

꽃밭을 이룬 넓은 풀밭

 

넓은 메꽃밭

좀더 키작은 메꽃밭

 

 

표면이 부식돼 부스러지고 있는 다리와 집자리의 콘크리트 시설물들은

댐이 생기기 전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으로

마치 고대 유물처럼, 거짓말처럼, 풀섶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호수 밑에서 드러난 옛 다리


 

풀밭 사이로 드러난 옛 집터/ 작년에 자랐을 말라비틀어진 망초대 대궁은 마치 고사목지대의 속살을 드러낸 나무등걸들 처럼 듬성듬성 서있다.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정말 사막가까운 초원처럼 풍경이 바뀐다.

 

여기는 거의 사막같은가? 또랑은 호수가 가까워지면서 속으로 스미어 자취를 감춘다.
 

한때는 당당한 위풍을 자랑했을 것 같은 나무등걸이 썩은 말뚝처럼 군데군데 서있다.



한 사람, 고라니 한 마리, 물새 세 마리/ 발자국의 주인공들이다. 사람과 고라니는 이곳에 왜 왔을까? 나처럼 풍경에 끌려 홀린듯 왔을까?



카페로 다시 돌아와 내려다본 풍경/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을까? 그곳에...

 

* 덧붙임> 지난 6월 6일 대청소 주변 문의문화재단지에 갔다가 들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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