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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한 계급

이름하여 MB악법 때문에 한동안 나서지 않던 재야의 어르신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송국 노조를 비롯한 엘리트 노동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여당으로 군림하던 정치인들까지 투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세상이 다시 요동치는 듯 하다. 이들을 잠에서 깨웠으니 MB를 앞세운 퇴보진영이 큰 일을 저지르고 있긴 한 거 같다. 그러나 난 이들의 부활을 보며 '확연한 계급'을 느낀다. 지난 10년 이들은 어디 있었던 걸까? 87년 이후 살만해 졌다던 노동자들이 다시 비정규직이 되어 그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던 지난 10년, 집을 잃고, 생계를 잃고, 가족까지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노숙자들이 늘어만 가던 지난 10년, 청년은 물론 어린 청소년들의 미래가 암흑으로 바뀌어 가던 지난 10년, 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다가 까마득히 잊혀져 가는 지금 이렇게 팔을 흔들며 나서고 있는가? 지난 10년이 이들에게는 그럭저럭 살만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지난 10년이 이들에게는 그런대로 자유롭고, 그런대로 정의롭고, 그런대로 평화롭고, 그런대로 평등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자신들의 피나는 투쟁으로 얻어낸 그 자유, 그 정의, 그 평화, 그 평등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자기 삶에 위기를 느끼고 그 삶을 지키고자 팔 걷고 나서는 이들을 탓할 이유는 없다. 혹자는 이들의 등장을 보며'역시 나라를 위기에 구해내는 이들은 지식인들이야'라고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혹자는 '아직은 이들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혹자는 '이들의 순수성을 왜곡하지 말라' 강변할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히 배웠으며 한다. 이들이 구하고자 하는 나라는 자신들의 나라일 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키는데 필요한 역할만 할 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 앞에서만 순수할 뿐이다. 이들이 지금 자기 계급의 이해에 얼마나 충실한지 분명히 배우자! 이들과 다른 계급을 살고 있거나, 지향하거나, 옹호하는 이들은 제발 '지금은 급박할 때니 편가르지 말고 힘을 모으자'고 호소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이 위기에서 확연하게 편을 가르지 않고 MB와 퇴보진영을 이겨낸다 해도 그것은 '도로 지난 10년'이 될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배울 것이 있다. 이들이 지금 이렇게 발빠른 행보를 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잘 조직되고 잘 의식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기와 싸우던, 기회를 붙잡던 그것의 진짜 목적은 계급의 성숙에 있다. 자기 계급의 이해로 조직되고, 자기 계급의 의식으로 의식화 되어야만 종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다. MB와 이들의 싸움을 보면서 확연한 계급을 배우지 못한다면, 지금 가난한 이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전히 가난할 것이다. MB와 이들의 싸움을 보면서 자기 계급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 미래가 어두운 이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맬 것이다. 재야와 엘리트들의 부활을 보면서도 계급적 조직화, 계급적 의식화를 절실하게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지금 종노릇 하는 이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전히 종의 굴레를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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