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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펙의 환경인식과 에너지 기업의 세계화
(김어진, 녹색평론 2005년 7, 8호 참고)
최근 아펙은 교토의정서 거부를 정당화하는 기구로도 활약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 6개 국가(미국, 호주, 일본, 중국, 한국, 인도)는 온실가스 배출을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하기 위해 강제적이 아닌 자발적 감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기후협약을 체결하려 한다. 아예 6개 나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47.9%를 차지한다. 지난 4월 11일 서울 하이야트 호텔에서는 20개국 1백여 명의 정부관료와 CEO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제목은 '아펙 비즈니스와 기후변화 워크숍'이었다.
최근 매년 열리는 아펙 기후변화 국제회의를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과 호주다. 미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면서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고 2000년 이래 꾸준히 교토협약의 내용을 후퇴시키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호주도 미국과 함께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해 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 두 나라는, 아직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은 아니지만 앞으로 대상국에 포함될 아시아의 주요 나라들의 지지를 얻어 교토의정서에 반대하는 압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지난 4월 11일 '아펙과 기후변화' 국제워크숍에서 교토의정서 무용론의 핵심 주창자 앨런 옥슬리 호주 아펙 연구센터 소장(전 가트 의장)은 위선적이게도 교토의정서로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교통의정서 무용론이나 탈퇴론은 기후변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으면서도 그 책임을 회피해온 미국과 호주가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환경운동연합 성명서) 아펙은 바로 그 변명을 늘어놓는 도구다. '아펙과 기후변화' 워크숍의 주최측이었던 대한상공회의소와 외교통상부도 그 자리에서 교토협약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은 교토의정서상 제1차 공약기간 중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지는 않지만 이미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소비증가률 1위국이기에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상에 오늘 가능성이 꽤 높다. 그래서 대한상공회의소는 틈만 나면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경제에 부담을 지울 거라고 주장한다.
일본 통산성 내에서도 교토의정서 탈퇴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작년 11월 중국 정부와 인도 정부도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앨런 옥슬리는 이런 상황을 교활하게 잘도 활용했다. 그는 아예 '기후변화협약과 아펙, 한국에 미칠 영향'이라는 주제로 기잔간담회를 열어 대한 상공회의소의 입장을 적극 두둔하기까지 했다. 그는 "최근 연구 결과,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온난화와 재앙을 초래한다는 가설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명났다"(앨런 옥슬리/스티븐 맥밀런, <교토협약과 아펙 경제>, 2004년 11월, 호주 아펙 연구센터)고 말한다. 이것은 <교토협약과 아펙 경제>라는 제목의 그의 보고서에 일관되게 나와 있는 주장이다. 물론 이 주장은 교토협약에 반대하는 자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해 온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부시가 4개월 동안 은폐한 '펜타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이야기한다. 보고서는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인 혼란이 닥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지난 5백년 동안 가장 더운 해가 2003년이었다는 사실, 지난 1천년 동안 가장 더웠던 10개의 해 중에서 8개가 1990년대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태양의 활동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고 오직 인간이 내놓은 온실가스만으로 설명된다는 것이 이들 기상학자의 거의 일치된 견해다."(이필렬 <종말과 희망-'펜타곤 보고서'에 대하여>, <녹색평론> 2004년 5-6월 통권 제76호) 작년 10월 유엔이 출판한 <슬럼의 도전>이라는 제목이 도시 빈곤에 대한 최초이자 진정한 전 지구적 감사보고서는 지구온난화와 도시 빈곤 사이의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변화가 농업과 이주에 미치는 영향도 그 보고에 포함될 예정이다.(마이크 데이비스, <슬럼투성이 지구>, <창작과 비평> 2004년 가을 통권 제125호)
그럼에도 교토의정서를 거부하는 자들은 환경과 경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며 실상은 현재의 경제 성장 방식을 고수하려 한다. 앨런 옥슬리는 <월간 전경련> 2005년 4월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제와 환경은 서로 보완하며 발전해야 한다. 다만 지금의 교토의정서는 너무 환경에 기울어져 있다 보니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불을 피우는 것을 환경파괴로 규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토의정서가 아태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의 진의는 아펙 내의 주요 실행기구이자 교토의정서 반대 이견을 피력하는데서 가장 열의를 보이는 아펙 EWG(Energy Working Group)의 구성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EWG는 '에너지 관련 기업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네트워크에는 교토협약에 반대한 대표적인 기업 셸 호주와 미국의 쉐브론텍사코 등을 비롯해 미국의 유노칼, 도쿄가스, 일본의 대표적 그룹이자 이타이이타이 병의 원인인 카드뮴 방출로 유명한 미쯔이, 대만의 중유공사, 찰레의 석유기업, 한국전력공사 등이 포함돼 있다.
셸과 쉐브론은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불신하게 만들 자료를 위해 연각 수백만 달러를 쓰는 '지구기후연합'이라는 단체의 주요 회원사들이다. 이 기구는 1997년 교토회의를 앞두고 기후변화협약 반대 운도에만 1천3백만 달러를 쓴 거대 석유석탄자동차 산업들과 주요 에너지 산업 관련 기업으로 구성됐다. 이 기구의 영향력에 의해, 지난 1997년 미국 상원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반대 결의안을 95대 0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들은 시종일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토로하지만 인류를 재앙에서 구원해 줄 수 있는 재생 가능 청정에너지를 위한 비용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교토의정서를 비난하는 다국적기업들은 이산화탄소 방출 억제가 경제발전을 둔화시켜 일자리를 줄일 거라며 위선적이게도 일부 노동조합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를 위한 회의가 열리기 4년 전 지구기후연합의 회원사들은 미국에서 8만 4천 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함으로써 117%의 '이윤증가'를 누렸다.(폴 먹가, 조성만 옮김, <녹색은 적색이다> 북막스 2002년)
이산화탄소 방출 감축이 즉각 경기후퇴를 낳을 거라는 협박에 주춤거릴 이유는 없다. 온실가스 방출을 제한하는 기후변화협약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면서 새로운 대안에너지 체계를 만들면 미국에서만도 거의 8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연구자료도 있다.(김정욱 외 <에너지 혁명> 매일경제신문사, 2004년)
아펙은 교토의정서 후퇴 압력 장치만이 아니라 '핵발전소 촉진기구'이기도 하다. 작년 6월 10일 필리핀 마카띠시에서 열린 아펙 에너지관련 장관회의는 이 점을 잘 보여 주었다. 당시 회의는 '아펙의 에너지 발전에서 핵발전소의 역할'이라는 공동보고서를 채택했다. 그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의 에너지 장관들이 아펙의 석유 수입 의존 증가와 교토의정서 돌파를 위해 목소리 높여 제안한 방편은 바로 핵발전소 건설이다. 그 회의에서 모인 아펙 에너지 장관들이 모은 결의는 이랬다. "핵발전소는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는 대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펙 경제 내에서 아직 핵발전소를 안정성 문제 때문에 하나의 선택사항으로만 여기고 있지만, 선진 핵연료 기술로 핵발전소가 낳을 이익을 높일 수 있다."(www.apec.org)
그러나 OECD에 가입한 29개 국가 가운데 최근 몇년 동안 핵발전소 확대를 추진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 일본 내에서도 도쿄전력 스캔들과 도카이무라 사고 등으로 핵전력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유럽연합 15개국 가운데 14개국이 핵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거나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다.
아펙의 반환경성은 교토의정서 반대 천명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펙은 그 동안 환경 규제 조항들은 자유무역의 장벽이라고 주장해 왔다. 예를 들어, 아펙의 한 보고서는 엄청난 홍수 피해를 입은 중국 양쯔강 상류 지역의 벌목 금지를 포함한 몇몇 핵심적인 산림 보호 정책을 잠재적 비관세장벽으로 예시하고 있다.(<세계화는 어떻게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가>, 힐러리 프렌치 지음, 도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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