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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과제국주의] 아펙이 내놓는 시장화 조치들


 

2) 아펙이 내놓는 시장화 조치들

 

아펙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고도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음에도 적어도 아펙이 아시아에서 시장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정책들의 박람회 구실을 했음은 분명하다.



공공부문의 사유화

 

아펙은 에너지/보건/의료 등 우리 삶과 직결돼 있는 많은 공공부문을 사유화하는 여러 정책들과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아펙 내에서는 아시아의 공기업을 사유화히기 위한 여러 방식이 끊임없이 제안되곤 했다. 아펙은 2002년 OECD와 함께 규제개혁 합동회의를 열어 "발전설비 민영화 전력 도매시장의 개혁"을 각별히 주문했다.

 

최근 아펙은 1980년대 이후 영국에서 사유화 과정의 일환으로 대거 도입된 일명 공/사협력체 방식 PPP(Private-Public-Partnership)를 효과적인 경제 정책으로 권장하고 있다. PPP는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기업의 지분을 차지함으로써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1980년대 이후 세계 전역에서 추진돼 왔다. 사유화 이후 대참사를 여러 번 일으킨 런던 철도에도 바로 이 PPP 체계가 도입됐다. 기업이 공적 서비스 부문에서 이윤 확장에만 치중한 결과, PPP 체계가 도입된 서비스 부분에서 대형사고와 요금 인상이 잇달았다.

 

다국적기업들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과 제3세계에서도 PPP 방식을 노골적으로 권유해 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학종합연구센터의 보고를 보면 아프리카에서도 셰브론 텍사코, 엑손 모빌, 쉘, 토탈피나엘프와 같은 4개의 주요 정유회사들은 공/사협력체 방식을 통해 석유 산업을 장악해 왔다. 그뿐 아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수도 라고스 지역에서 PPP 방식으로 사유화됐는데, 그 결과 6개월마다 10~15%씩 요금이 인상돼 요금을 못 내는 가정이 늘고 공장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노동조합과 대중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세계은행과 IMF가 대출조건으로 PPP를 제안하고 있다는 사실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식 기반 경제 구축의 허구

 

2005년 아펙의 핵심 7대 과제 가운데 하나인 "지식기반경제"는 또 다른 사례다. 2005년 외교통상부가 발간한 '아펙의 역점과제'에서 아펙이 지식기반경제의 혜택을 공유하자면서 제안한 주요 내용에는 "지적재산권 단속 강화를 위한 역내 협력-지적재산권 단속관련 회원국들의 능력 배양 사업 전개"가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2004년)에도 칠레 아펙 회의는 지적재산권에 관한 "포괄적 전략"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통과시켰다.

 

지식기반경제 혜택을 공유하자는 데는 또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 더 많은 생명공학 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펙의 뉴스레터를 보면 싱가포르의 게놈 연구소를 칭송하면서 유전자조가 산업의 부흥을 은근히 기대하는 대목이 적잖게 등장한다. 거기에는 임상실험 목록, 혁신적인 생명공학 제품, 생명 서비스 같은 단어들이 무역과 연결돼 있는 구절들도 가득하다.(www.apec.org)

 

아펙이 제안하는 아시아태평양 보건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기업들에는 다국적제약회사들의 목록이 가득하다. 한 마디로 말해 지식경제기반혜택은 유전자조작과 생물 해적질을 통해 다국적기업들이 누리는 이윤 잔치다. 작년 아펙회의는 "에이즈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모두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5년 아펙의 주요 핵심 의제에는 의약품접근권을 박탈하는 지적재산권 강화가 포함돼 있다. 아펙에서 조류독감을 해결할 수 있는 포로그램이 논의될 거라지만, 위선적이게도 아펙은 조류독감 백신을 소유한 로슈(Roche)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보장하는 지적재산권 강화를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옮긴이 주> 길리아드 주가 상승으로 엄청난 주식차익을 챙긴 럼스펠드 사건은 이런 아펙의 위선적 본질의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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