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의 노래

2005/08/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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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자의 노래'

기관지노힘  제44호
전광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회원)

p56_비정규음반.jpg p56_비정규음반.jpg(39 KB)

전국노동자대회에 한 주 앞서 10월26일 종묘에서 비정규 확산 저지와 권리보장 쟁취를 위한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물론 이 날은 이용석동지의 분신과 이후 행진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눈물과 피로 얼룩진 더럽도록 서러운 날로 기억된다. 그런데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사전마당에서 류금신 동지의 절규하는 목소리로 '비정규직차별철폐가'를 함께 배웠던 것이다.
"~~ 가자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해방 투쟁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꼭 찾아오리라."는 그 절절한 외침은 지난한 비정규투쟁의 역사를 되짚고 앞으로의 강고한 투쟁을 결의하기에 충분했고, 처음으로 비정규노동자가 스스로의 투쟁을 노래로 부르게 되어 노동자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그간 우리는 투쟁하는 곳곳에서 '단결투쟁가, 연대투쟁가, 파업가, 철의 노동자, 불나비' 등을 부르며 강철같은 투쟁의 결의를 모아내 왔다. 또한 '노동의 새벽, 꽃다지' 등을 부르며 노동하는 우리의 삶을 되새겼고,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함께 가지 우리 이 길을, 희망의 노래'들을 부르며 함께 하는 동지가 있어 더욱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껴왔었다. 그러나 노동의 유연화라는 명분으로 생겨난 다양한 고용형태가 노동의 현실을 더욱 참혹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 비정규노동자들 스스로의 삶을 대변하고 단결을 도모할 절실한 노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파견/하청/용역/도급/특수고용 등의 비정규노동자의 현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결의를 모아낼 수 있는 노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요구를 담아 이번 '비정규노동자의 노래'라는 음반이 힘겹게 탄생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주축이 되어 사전에 가사공모도 하면서, 민중가수와 작곡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특히 파견노동자의 삶을 노래한 '노란봉투'는 방송사비정규노조 주봉희위원장님이 쓰신 시를 가사로 하여 만든 노래로 듣는 이의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귀하는 파견법에 의거 오늘부로 해고되었음을 통보합니다'라는 봉투를 받아들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창백한 형광등 불빛. 눈물이 흘러 가슴에 흘러 주먹이 불끈 떨리네. 세상아 이 썩어빠진 세상아 맘놓고 일할 권리마저 없는 세상아 이 미쳐버린 세상아 뒤집어엎을 세상아~~' 라고 한탄할 수밖에 없는 심정이 더욱 눈물겹다.
또한 이 음반에 삽입된 주봉희위원장님의 나레이션은 기간 비정규투쟁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를 충분히 가늠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이여 동지들이여 이제 하나이여야 합니다. 구호로만 남을 게 아니라, 노동자는 하나라고 자신 있게 당당하게 온몸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굴종의 세월 굴절되어 가는 역사를 후대에 물려주지 말아야합니다. 함께 하는 세상 나의 삶을 나눌 수 있는 동지가 됩시다. 투쟁!!'이라는 마지막 이야기는 각개분산하여 고군분투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 싸워야 함을 절실하게 호소하고 있다.

노래란 널리널리 퍼져 어깨 걸고 부를 때에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이미 근로복지공단비정규노조는 매일 저녁집회 때마다 이 음반을 틀고, '비정규직차별철폐가'는 율동까지 만들어 시설관리노조 서울대공원지부의 화요일 집중 투쟁에 결합하여 선을 보인 상태이다. 이 노래가 비정규직만이 절실하게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것이다. 투쟁하는 동지들이 이 음반을 듣고 함께 외쳐 부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확인된 바로는 아직 수백 여 개의 음반이 주인을 기다리며 박스에서 곤히 잠자고 있다. 어서 주문하시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02) 2637-1656, workright.jinbo.net으로.
 

2003-12-04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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