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 우선...정파는 '선택'보다는 '배제'의 기준된 듯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제5기 임원선출 선거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기호 2번 이석행-이용식 후보조를 신임 지도부로 최종 선택했다. 이석행-이용식 후보조를 당선시킨 대의원들의 선택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일각에서는 이번 민주노총 선거를 철저한 조직선거와 정파(노선 구분) 선거로 치러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투표로 나타난 대의원들의 선택에는 단순히 조직표로 이해될 수 없는 대목이 발견된다.

예상외의 결선투표 결과

△결선투표로 갈 경우 불리해 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차보다도 더 많은 득표를 한 이석행 당선자. 이번 민주노총 임원선거는 인물투표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우선 1차투표와 결선투표의 결과가 예상과는 달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의원들은 1차 투표에서 재적대의원 1,088명 가운데 951명이 투표에 참여해 87.4%의 투표율을 보였으며, 기호 1번 양경규-김창근 후보조가 272표, 기호 2번 이석행-이용식 후보조가 469표, 기호 3번 조희주-임두혁 후보조가 204표를 얻는 결과를 보였다. 과반인 476표 이상을 획득한 후보조가 없어 선거는 결선투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1차 선거결과가 나온 뒤 각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물론 일부 대의원들은 이른바 '계산'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결선투표로 이어지는 것이 1,2번 후보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한 지를 두고 분석들이 치열하게 오간 것이다.

대체로 현장에서는 결선투표가 치러지면 2번 후보는 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소폭 이상 하락할 것으로, 1번 후보는 3번 후보가 받은 표를 이어 받아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결선투표에 나선 대의원 수가 919명으로, 1차 투표에 비해 32명이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기정사실화됐다.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약한 2번 지지자들이 귀가하면서 투표에 불참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선투표의 최종 결과는 482표를 얻은 2번 후보가 431표를 얻은 1번 후보를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번 이석행-이용식 후보가 결선에서 1차 투표에서보다 오히려 더 많은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이런 이번 투표결과는 '인물투표'란 말 이외에는 좀처럼 해석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노총 5기 임원선출 선거에서 위원장-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세 후보조는 다들 '민주노총의 위기'를 거론하면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1번 양경규-김창근 후보조는 민주노총 내부의 민주성 회복을, 3번 조희주-임두혁 후보조는 노동해방 기본노선의 정립을 가장 우선 사업으로 꼽았었다. 약간의 표현은 틀리지만 1번과 3번 후보조는 전임 지도부가 취한 민주노총 운영 노선이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었으며, 일관되게 전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이로 인해 각 후보 진영에서는 "둘 중에 한 후보조가 결선에 오를 경우 손을 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공공연히 오갔다.
간략하게 말하면 1번과 3번은 '전임지도부 심판론'을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3번 지지 대의원들은 1번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결국 이번 임원선거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이석행'이란 이름이 노동운동 내에서 가지는 위치를 고려하면서, 민주노총의 위기가 특정 정파(전임 지도부)의 '노선'에 있다기 보다는 '취약한 지도력'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반명부 부위원장 선거의 '이변'

민주노총 5기 임원선출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명부 부위원장 선거에서 나타났다.

8명의 후보가 4명을 뽑는 일반명부 선거에 나섰는데, 이 중 최종 당선자는 2명에 불과했다. 민주노총은 일반명부 선거의 당선자를 '과반이상 득표자 중 다득표 순'에 의해 4명을 선출하는데, 951명의 투표수 중 과반 이상 득표를 한 이는 기호 7번 주봉희(522표) 당선자와 기호 8번 허영구(531표) 당선자에 그치고 말았다.

기호 1번 양동규 후보는 338표, 기호 2번 배강욱 후보는 426표, 기호 3번 문영만 후보는 391표, 기호 4번 진경호 후보는 427표, 기호 5번 노명우 후보는 248표, 기호 6번 김영길 후보는 454표를 받았다.

눈 여겨 볼 것은 낙선된 이들 일반명부 후보들이 전부 특정 정파의 후보였다는 점이다. 3년 전 선거에서는 특정 정파의 '싹쓸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던 정파가 완전히 몰락한 셈이다.

애초 정파는 특정한 운동노선에 대한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활동가들은 민주노조운동의 대의를 존중하는 위에서 '어떻게 하면 더 노동운동을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끝에 나온 것이 정파였다.



△당선인사하는 당선자들. 일반명부 선거에서는 당선자가 미달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는데 당선된 두 후보는 정파와 연관이 없는 이들로, 정파가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 '배제'의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들은 정파를 '선택의 기준점'이라기보다는 '배제의 기준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1인당 4표를 던질 수 있는 선거에서 대의원들은 자신과 다른 정파의 후보를 철저히 배제시킨 투표를 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정파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던 두 후보가 오히려 공동의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된 셈이다.

5기 임원선거는 대선-총선이 이어지는 정치적 격변기에 노동계를 대표하는 지도부를 뽑는 선거였다. 또 노동운동 내적으로는 이미 과반수가 넘은 비정규직을 어떻게 포괄하고,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있는 노동운동의 자존심을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는 무거운 짐을 진 지도부가 된다.

민주노총 5기 임원선거에 나타난 대의원들의 '민심'은 무엇이었을까? 대의원들은 '정파'가 아닌 '인물'을 선택했고, 자신이 속한 정파에 대해서도 과거와 같은 전적인 믿음을 보내지 않았다. 대의원들이 보여준 '의미심장한 메시지'는 새 지도부와 주요 정파의 지도자들에게 만만치 않은 숙제를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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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어이없음.

    Tracked from 2007/02/20 02:27 del.

    파견철폐님의 [정파의 위기 "확인시켜 준 민주노총 임원선거] 에 관련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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