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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보고 있어

당신의 고양이님의 [어떤 변명] 에 관련된 글.

navi님의 [그렇고 그런 얘기] 에 관련된 글.

트랙팩님의 [나에게 (진보)블로그란 ?] 에 관련된 글.

   

  실은 며칠전에 별 생각 없이 클릭, 클릭- 두번의 클릭을 통해 뜻하지 않게 아는 이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래, 역시 이 바닥(?)은 좁았어. 나는 그 사람과 같은 field에 있다는 그 자체도, 그리고 그렇다면 그 사람이 이미 내 블로그를 봤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지하게 싫었다. 네이버처럼 '서로 이웃' 제도라도 있어야 하는가, 아님 다시 미니홈피로 도망가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로.

 

  나에게 블로그는 어떤 공간일까.  요사이 안만나던 사람들을 평소보다 자주 만나면서, 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했던건 내 운동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어쩌면 조직적으로 풀수 없는 넋두리들을 하려고 만든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용도로는 쓰지 않지만 그래도  누가(특히 나를 오프에서 아는 이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생각도 다양, 나이대도 다양, 성별도 다양한) 그 이들이 글을 쓰는 내내 유령처럼 내 모니터 옆에 앉아서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__- 그러면 navi님의 말처럼 자체검열을 시작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받아들일까 저렇게 받아들일까 막 고민하다보면 결국 글은 다 찢겨져서, 내 글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들은 과감히 접어두기로 했다. 다만 아는 이들은 '그냥' 보지 말고 덧글이라도 달아주던가 오프에서 만났을 때 생각이라도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같은 블로거들의 경우엔 대부분 내게 덧글을 달아준 이들의 블로그를 습관처럼 가보고 이름을 기억해두려 조금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해서 왕래가 잦아진 이들도 있다. 블로거들끼리 오프모임을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하지만, 또 한편 생각해보면 글은 글대로 읽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내가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는 아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거름장치들이 있어서, 그들이 특정 성별, 특정 조직, 특정 운동을 하는 사람 일수도 있다면 내가 그들의 글을 '순수하게' 읽을 수 없을까봐 겁도 난다. (소심한 나는 다른 이들의 거름장치가 두려워, 내 신상정보-이를테면 내 소속,  '현재의' 성정체성 등등-가 드러나는 일들을 거의 쓰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글'과 실제 '캐릭터'가 매치가 안될까봐 겁도 난다. 확실히 온라인에서만 가질 수 있는 소통의 여유가 있다고나 할까. 암튼 얼마전에 어떤 블로거의 성별을 알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실은 내가 가정하고 있던 것과 달라서 상당히 놀랐다. 또 내 거름장치때문인건지 퍽퍽퍽 자학을 해보았지만, 그건 반대로 내가 글은 글로 받아들일 뿐 글쓰는 이들의 성별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일수도 있을거란 누군가의 말을 위안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글쓰기능력을 부러워하는 당고님의 블로그를 보다가 든 생각은 왜 연애이야기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하는 점인데. 만약 여기가 네이버를 비롯한 다른 블로그거나 미니홈피라면 안그랬을텐데, 여기가 '진보'넷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문제 아닌가? 당고님은 아니라고 했지만 "연애이야기는 '시시껄렁'하다-정치 혹은 진보와 무관하다- 그래서,여기 있는 사람들(?) 혹은 누군가 내글을 보고 있을 사람들은 이해못할꺼야" 라고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들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던건 아닐런지. 이건 잠깐 다른 얘기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항상 '조직적 소통'을 강조하지만, 그 '조직적'인 대상에는 항상 연애는 빠지는 것 같다. 실은 연애 얘기해서 좋을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연애기간에는 모든 일들을 두배로 완벽하게 해야만 할테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것도 연애때문' '저것도 연애때문'이라는 무수한 태클들이 날아올 껄. 암튼 굳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연애든 무엇이든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역들을 피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부분들을 그저 소소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 만약 연애가 사적인 문제일뿐이라면  블로그는 사적인 공간인가, 공적인 공간인가? 말도 안되는 질문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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