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서울 청소년 공부방이 사라진다

서울 청소년 공부방이 사라진다

[내일신문 2006-09-29 17:27]    

 

 

1년 새 30% 줄어 … 다른 주민시설에 밀리고 도시화로 문 닫아

 

서울 서부지역 A자치구는 지난 7월 20년 넘게 동네 아이들과 함께 한 청소년 공부방을 폐쇄했다.

위탁을 맡았던 단체가 갑자기 운영이 어렵다며 손을 든 것이다. 하루 평균 80명 넘게 이 공부방을 이용하던 청소년들로서는 하루 아침에 그들만의 공간이 사라져버린 셈이다.

 

서울 시내 저소득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이 사라져가고 있다. 다른 주민 편의시설에 밀려 기능전환을 하거나 도시화로 필요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문을 닫기도 했다.

위 자치구만 해도 지난해 세곳이던 청소년 공부방이 올해 들어 두 개나 줄었다. A자치구 담당자는 “몇년 전만 해도 7~8개나 됐는데 하나씩 줄더니 이제는 겨우 하나 남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30곳에 달하던 청소년 공부방이 올해 85개로 크게 줄었다. 세곳 중 한 곳 가량은 문을 닫은 셈이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서울 동부지역 B자치구의 경우처럼 다른 편의시설에 청소년 시설이 밀리는 경우가 많다. 공간이 부족한 도심에서 100여명 청소년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데다 10년 이상된 공부방은 ‘개발 여지가 남아있는’ 최적의 장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B자치구에서 저소득층 청소년이 밀집한 한 동네에 청소년 공부방 세 개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 두 개가 다른 시설로 기능을 전환했다. 하나는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 다른 하나는 보육시설로 바뀔 예정이다.

 

이 자치구에서는 또 재건축이 예정된 3개 동에 있던 청소년 공부방이 모두 문을 닫았는데 재건축이 끝난 뒤에도 다시 문을 열 가능성은 높지 않다. B자치구 관계자는 “공부방들이 모두 동사무소 공간 일부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주민자치센터가 들어서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그 안에 넣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북부 지역 C자치구에서 지난해와 올해 없어진 공부방 세곳은 도시화로 인해 역할을 잃었기 때문에 문을 닫았다는 평가다.

주택 밀집지역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데다 인근에 지역아동센터가 들어서면서 청소년 공부방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 자치구 관계자는 “청소년 공부방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며 “자치구 공부방들은 전통적인 독서실 형태가 많은데 이 경우 최신 시설을 갖춘 사설 독서실이나 학원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에 지역아동센터나 방과후시설로 흡수되는 아이들도 있다.그러나 학원이나 비싼 사립 독서실을 이용할 수 없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무작위로 사라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 시설에 대한 투자가 없는 상태에서 위탁업체가 달라진 청소년 입맛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공간 활용도가 더 높은 다른 시설을 요구할 경우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자치구만 해도 20년 넘게 보수 한번 안된 공간이라 최근 들어 청소년 이용이 줄고 ‘질 나쁜’ 아이들이 들락거린다는 주민들 민원도 민간단체가 재위탁을 포기하게 된 이유가 됐다. 공부방은 한 지역단체 사무실로 바뀐다. 이 자치구 관계자는 “해당 동과 주변 동에 청소년 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주민들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며 “공부방을 축소해서라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