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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9.]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렇게 보고 싶던 영화를 드디어 오늘 봤다. 체 게바라의 일생에 대해서 그닥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감동, 감동.

한 가지 의문나는 점. 왜 제목이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일까? 맨 처음 타고 간 오토바이는 여행이 반도 채 끝나기 전에 망가져서 버린다. 오토바이보다는 다른 교통수단-이를테면 히치하이크, 튼튼한 두 다리-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건 완전 농간 ㅋ

젊은 의학도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와 30살 생일을 앞두고 있는 생화학자 알베르토 그라나도의 남미대륙횡단여행은,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전혀 평범할 수 없는 여행이었다. 책으로만 접하던 대륙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 젊은 게바라에게 모든 것은 충격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충격이, 사르트르가 "우리 세기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칭했던, 혁명가 체 게바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들의 여행은 젊은이들의 여행답게 유쾌했다. 하지만 대륙 전체에 드리워져 있는 불의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젊은 그들이기에 더욱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든 원주민들의 주름진 얼굴, 살던 땅에서 쫓겨와 비인간적인 불법 광산노동자로 일해야만 하게 된 공산당원, 호화로운 배 뒤에 줄로 매여진 쪽배에 따로 탄 가난한 사람들, 사람들의 편견과 빈곤 속에 격리된 나환자들, 이 모든 이들이 게바라의 젊은 감성을 자극한다.

이 영화를 본 내 최고의 수확은 명대사다. 나환자촌에서, 수술받기를 거부하는 환자를 만난 게바라. 평소 천식에 시달리는 그가 쿨럭거리자 환자가 묻는다.



환자: 왜 그러죠?

게바라: 폐가 안 좋아서요.

-잠시 적막-

게바라: 당신을 돕고 싶어요.

환자: 시간낭비에요.

게바라: 왜죠?

환자: 삶은 고통이니까요.

게바라:(잠시 침묵 후) 예, 맞아요. 정말 엿같죠.
        ...숨쉬기 위해, 매순간 싸워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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