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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투쟁속보

지난 7월29일 1차교섭을 시작으로 매주 교섭일정을 가졌으니 지난주까지 7차교섭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는 교섭이 제대로 풀리지도 못했지만 변변히 속보를 낼 만한  쟁점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건설노동자의 고용관계가 명확치 못하는데서 나서는 변함없는 소리는 있었지만, 그런건 우리 건설노조에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노동관계 당사자가 아니며, 고용을 한적이 없는데 교섭을 요구하는 건설노동조합이 미친놈들 아냐라는 뒷소리와 건설노동자의 고용관계가 명확치 않은데 어찌 우리 건설업체가 노동조합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줄 수 있겠냐는 비아냥이었다.

이건 사용자측만이 아니라 건설노동자의 고용구조를 모르는 학자나 생각이 모자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전문건설업체의 답변은 건설노동자의 사용주가 자기들이 아니라 했다.

전문업체에 고용된 노무사들은 쥐새끼마냥 노동관계 당사자가 아님을 강조했고, 조합원 명단을 내놓지 않으면 즉, 조합원 유무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단체교섭은 자기들은 할 수도 있지만,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건설노동자의 어려운 조건, 전쟁터같은 노동조건을 십분 이해하지만 노동조합과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댔다.

 

토목건축협의회와 전문건설업체의 단체교섭이 시작된지 40 여일이 지나서야 투쟁속보를 내놓았다.

말 그대로 투쟁속보는 속보성 기사를 담아야 하는데 40일만에 정리된 투쟁속보를 두고 누가 투쟁속보로 바라볼 지 난감하기도 하고 보는 이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게 건설노동조합의 현실이고, 건설노조 현재의 조건인 것을...

 

 

엊그제 9월8일 아랫 동네 부산에서는 건설노동조합의 새로운 형태의 집회를 볼 수 있었다.

건설노동조합은 지역산별의 성격을 띠는 노동조합이다.

건설노동자의 현장이동성과 하루하루의 현장 움직임을 따라잡기 위한 형태로 지역산별을 지향하게 되는 조건을 갖고 있다.

9월8일 이날 부산에서는 부산지역건설노동조합, 부산인테리어목공노동조합, 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부산경남지부, 덤프연대 부산지부가 함께한 건설노동자 조직 전체가 모인 공동집회가 열렸다.

 

집회제목은 "전문건설업체 단체협약쟁취와 노동3권 사수를 위한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였다. 이름에 걸맞게 건설노조 4개 조직이 힘차게 참여하였고, 오랫만에 업종, 직종을 떠나 부산의 건설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게 뭔 의미있다고....? 라는 의문을 갖는 동지들도 있을테지만, 우리 건설노동자의 역사는 이렇게 쓰여지고 있었다.

그것도 단숨에 지역산별의 공고함을 생각하게 하였고, 노동조합의 발전방향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에 대해서도 집회 참석자들은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역노조, 지역산별, 직종노조, 업종노조, 단일노조 등 우리 건설노동조합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시기여서 인지 무척 기분 좋은 집회로 여겨졌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빛바랜 투쟁속보를 내려니 아주 개운치 못한 어혈을 양어깨에 감싼 느낌이다.

 

아래 그림은 오늘 오후에야 만들어낸 투쟁속보1호이다.

교섭40여일만에 발행된 투쟁속보1호....

 

 

앞면은 어찌어찌 그동안 진행된 몇가지 중요사항을 써넣으니 완성이 되었다.

문제는 뒷면에 무엇을 쓸까가 아주 난감했다는 것이다.

감로건설에 대한 투쟁과 고발진행.

안산, 안양, 수원노동사무소, 부산노동청, 대구노동청에서의 항의방문과 집회 소식

별로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보림토건과 진행키로 한 실무교섭 등등....

 

 

뒷면에는 다소 거칠고 한심할 수도 있는 그간의 교섭과정을 넣었다.

몇월 며칠에 아무개와 통화....

오죽 교섭이 풀리지 않으면 이런 내용까지 넣었을까..... 아주 마구마구 괴롭다.

 

그래도 한가닥 새로운 희망을 넣을 수 있어 위안이 된다.

현장에서 스스로 조직하고 현장투쟁 역량을 배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현장투쟁실천단 수련회의 일정...

지난 4월 중순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하여

저항하고 투쟁하며 조직하라! 는 주제로 진행된 80여명이 참여한 골조직종 수련회.

6월의 습식공종 수련회, 8월에 진행된 전기,설비,일반 직종 수련회를 통해 조직된 현장노동자를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기획된 현장투쟁실천단.....

아직은 몇명이 참여할지 파악조차 할 수 없지만....어쨌든 기분 째지는 일이다.

빛바랜 투쟁속보를 만들면서 째지는 기분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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