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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은 생명이 지다

  • 등록일
    2010/10/05 09:54
  • 수정일
    2010/10/05 09:54

강아지 두마리가 생기고 나서

햄스터들에게 많이 소홀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 마음의 소홀함을 깨닫고 의무감으로라도 저녁이면 꼭꼭

밥챙기고 물챙기고 채소 챙겨주고,

잘 살아있는지 떠들어보기도 하였는데,

시름시름 앓던 금동이가 오늘 아침에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그 녀석의 볼에 직경 약 5미리 정도의 상처가 생긴것이 몇 달 전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상처로 여겼건만 점점 자라나 혹이 되더니 없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혹은 점점 자라나 한쪽 볼을 완전히 점령하였다.

살도 점점 빠지더니 작은 뼈들이 다 만져질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일요일까지 녀석은 먹이를 주면 필사적으로 내 손으로 달려왔다.

자신의 생명에 대한 의무를 다하려는 듯.

어젯밤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슬슬 햄스터들을 보는데,

녀석이 먹이통에 꼼짝않고 엎드려있다.

아 시간이 왔구나, 직감이 왔다.

 

한 주먹도 안되는 털뭉치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느다란 숨을 쉬고 있다.

손가락으로 건드려도 그때만 살짝 반응할 뿐, 다시 눈은 게슴츠레 해지고 몸은 축 늘어진다.

혹시나 해서 방금 찐 고구마를 조금 떼어 먹이통에 넣어준다.

부드럽고 달콤한 고구마의 식감이 다시 이녀석을 조금더 살아있게 할지도 모른다는 부질없는 생각이...

그리고 약 10분간 가만히 그녀석의 숨을 지켜보았다.

 

죽음 직전의 그 숨,

멈추는가 싶으면 다시 살아나는 숨

어떤 미련으로

어떤 습관으로

어떤 의지로

놓지 못하는지.

 

그렇게 한 생명이 잠시 끊질기게 머물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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