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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읽을만한 책: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체인지링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오에 겐자부로 / 서은혜
출판사 : 청어람미디어
2006.10.13 / 372쪽 / 9,800원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의 문학적 생애를 정리하는 3부작을 쓰기로 했다. 그 1부작이 『체인지링』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처남인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작품에서는 ‘고로’라는 이름)의 자살에서 촉발된 상념들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거기에 그림책 화가 모리스 센닥의 삽화가 중첩되어 있다.
체인지링은 유럽 민간 전승에서 따온 주제인데, 아름다운 아기가 태어나면 괴물같은 작은 요정이 나타나 그 아기를 자신의 흉측한 아기와 바꿔치기해 버린다고 한다. 그 흉측한 아기가 체인지링이다. 저자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어쩌면 늙어가는 사람들 전부가 체인지링은 아닐까? 사랑스러운 유년의 모습 대신 앉아 있는 늙은 육체?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던 처남 이타미는 잃어버린 예쁜 아기를 다시 데려오고 싶어하는 것처럼 투신자살해 버린다. 센닥의 그림책에서 아기를 구하러 가는 엄마는 거꾸로 창문을 통해 떨어진다. 그렇게 해야만 나를 수 있다. 거꾸로 중력 속으로 꼬나박히기. 이 몸짓은 긍정적 부정이다. 등 돌린 육체의 육체 부정과 떨어지는 행위의 중력의 수용. 그래야만 중력의 복판을 통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데카르트의 코기토를 따라 ‘고기토’라고 명명된다. 약간 우스꽝스러운 이 이름은 그러나 이해할만 하다. 사유 외의 어떤 다른 방법으로 생이라는 이 아득한 부조리를 통과할 것인가? 또는 야쿠자 식의 막무가내의 이기적인 자아팽창을? 주인공 고기토는 야쿠자에게 얻어맞아 통풍을 앓고 있다. 고기토는 야쿠자-육체적 폭력의 맞은편에 있다. 그러므로 고기토-고로는 창가에서 등 돌리고 서서 아래로 떨어지는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추천위원 : 김정란(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조선 왕릉의 비밀(1,2)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한성희
출판사 : 솔지미디어
2006.09.22 / 330쪽 / 15,000원
조선왕조에 대하여 왕조를 재건하자는 복벽주의(復辟主義)로 오해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특히 왕이나 왕실문화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와 가장 가까운 왕조가 조선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겨나기도 했겠지만 조선왕조 문화는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시대의 국가 최고통치자인 왕들이 살아생전 살던 집인 양택(陽宅)이 왕궁이라면, 죽어서 영면하는 집인 음택(陰宅)은 왕릉이다. 왕릉은 왕궁 못지않게 그 시대의 문화를 집약적으로 실증하는 문화재이다. 그러나 그동안 왕릉에 대한 연구는 왕궁에 비해 미진한 편이었다. 학계의 연구뿐 아니라 그 왕릉이 있는 지자체들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 여기자가 집념과 땀으로 쓴 이 책은 소중한 결실이다. 저자는 공순영릉 문화관광해설사로 여가 활동을 하다가 왕릉에 미쳐 서울 부근 40개의 왕릉과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회묘,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소령원 등 사연 많은 묘원들을 발로 뛰고 답사하여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책을 썼다. 일반인에게는 무덤을 다섯 자(약 1.5m)까지만 파도록 규정해 놓고 왕릉은 열 자(약 3m)로 하여 땅속의 생기를 받아들이게 했다든가, 연산군이 독살되었을 것이라 추리하는 등 재미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곳에서 만난 여러 가지 사물과 인간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국장 관련 의궤까지 조사하여 왕과 왕비의 장례 절차를 밝히려 애쓴 점도 인정되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오류는 앞으로 저자가 지속적으로 검증하리라 믿는다.
(각330, 336쪽 / 각15,000원)
추천위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키케로의 의무론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 허승일
출판사 : 서광사
2006.10.30 / 430쪽 / 23,000원
“서양의 논어”라 불릴 정도로 서양인의 윤리 교육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온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권위 있는 고전목록에 추천된 바 있다. 이 책은 원래 만년의 키케로(B.C. 106 ~ 43)가 그리스로 유학을 떠나 철학을 공부하고 있던 아들에게 보낸 편지였다. 저작 의도 자체가 청소년 세대에게 올바른 인생관을 심어주고자 하는 교육학적 관심에 있었고, 실제로 서양의 전통적인 귀족 교육과 엘리트 교육에서 교과서가 되었다.
당시 키케로는 철학자이자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지만 카이시르의 절대 왕권에 도전하여 공화정 체제의 부활을 꿈꾸었던 원로 정치인이기도 했다. 행동하는 지식으로서 원숙한 경지에 도달한 실천적 혜안이 당대 로마의 미래에 대한 염려와 어우러진 간곡한 어조의 문장은 읽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도덕적 규범에 대한 이론적인 사색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삶에서 누구나 마주치기 마련인 구체적 상황을 전제로 한 도덕적 성찰이 주조를 이루기 때문에 철학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문인이 쓴 수필이나 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재미와 교훈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책으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중 독자 일반에게도 권하고 싶다.
추천위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10.9 한반도와 핵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전현준 외
출판사 : 이룸
2006.11.05 / 336쪽 / 15,700원
“미국현대사는 9.11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9.11 테러 이후 미국현대사를 설명하면서 많이들 이야기하는 표현이다. 그만큼 9.11 테러는 미국현대사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줬다. 이같은 표현을 빌려온다면 “한국현대사, 아니 현대 한반도사는 10.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할 수 있다. 2006년 10월 9일에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은 이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이와 같은 역사적 중요성과 관련해 북한과 한반도 관련 국제 정세 전문가 15인이 저술한 이 책은 시의적절하고 강력히 추천할 만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왜 북한이 핵실험을 했으며 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질서와 남북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북한 핵실험이 한민족 공멸과 동아시아의 재앙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어내 북한 핵실험 후 핵폭풍에 휩싸인 한반도의 공멸사태를 막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진전시키는 데 기여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출판 사상 기록에 남을 ‘최단기간’에 원고를 쓰고 책을 만들어낸 열정이다. 그렇다고 졸속으로 만든 책이 아니라 풍부한 지식에, 비전문가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한 문체로 집필함으로써 수준 높으면서도 대중적인 좋은 책을 만들어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북한을 비판하는 비분강개조의 선언문 같은 저술이나, 역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역편향을 벗어나 다양한 이념을 가진 필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의 지식을 동원하여 가능하면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핵사태와 이후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부록으로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주요 성명 등 일차자료들을 포함한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추천위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버냉키 파워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가토 이즈루 외 / 우성주
출판사 : 달과소
2006.10.23 / 320쪽 / 15,000원
세계 경제는 19세기 중반부터 제1차 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금본위제도를 매개로 ‘제1차 지구화(globalization)’를 경험하였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중심에는 영국이 있었다. 제1차 대전 이후 1950년대까지는 지구화가 후퇴하였으나 1960년대 이후 케네디 라운드(Kennedy Round)를 시작으로 ‘제2차 지구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수출 주도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는 OECD 가입과 1990년대 말의 외환 위기를 계기로 개방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구화에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구화의 중심에 위치한 미국 경제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는 누가 이끄는가. 말할 것도 없이 시장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둘만 꼽자면 한 사람은 대통령이고 또 한 사람은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의장이다.
이 책은 금년에 새 의장으로 취임한 B. 버냉키 박사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 그리고 미국 중앙은행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두 일본인이 넓게는 미국 경제 전반, 좁게는 미국 금융을 연구한 결과다. 쉬운 말로, 그리고 다이내믹한 필치로 쓰인 이 책을 금융 문제에 관심을 갖은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 예상되는 버냉키의 금융 정책, 미국의 자산 버블과 금융 정책의 관계, 연방준비제도와 금융 시장의 관계,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 등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신전(사람들은 연방준비제도를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의 비밀이 밝혀질 것을 기대해도 좋다.
추천위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로컬푸드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브라이언 핼웨일 / 김종덕 외
출판사 : 시울
2006.10.26 / 272쪽 / 12,000원
‘로컬푸드’. 번역하자면 ‘현지 음식’이나 ‘토착 음식’쯤 되겠는데, 얼핏 생각하면 글줄 쓰는 식자들이 먹을 것을 논하는 일이 선비답지 못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세끼에 간식, 게다가 이따금 마시는 차나 물까지 포함하면 우리는 얼마나 음식과 가까이 살아가고 있는가? 이렇듯 우리 실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음식이 뜯어보면 심각한 위험투성이요 문제투성이라는 것이 『로컬푸드』의 핵심 주제이다.
송어가 뛰노는 인근 계곡에 놀러간 노르웨이 농부. 주문한 전통 ‘송어감자요리’의 송어가 칠레 양식장에서 냉동 상태로 운송된 것이었다는 사연은 이솝우화 못지않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데, 이 책에는 제국주의적 먹이사슬에 의한 타율적 먹거리를 예시하는 이같은 에피소드가 연이어 등장한다.
생태정치학적 분석에 해당하는 책 전반부에서는 농업 세계화의 위험성, 텃밭식물인 상추의 국제적 이동 경로, 소도시까지 깊이 침투한 월마트의 위세, 수익저하로 인한 가족농의 소멸 등이 다루어지며, 대응 전략에 관한 후반부에는 도시민에게 일자리나 수익을 제공하는 도시농업, 초대형 마켓를 대체할 수 있을 농민장터, 새로운 소통망에 의거한 지역농업 발전 방안, 그리고 미각의 회복, 종의 복원, 지역음식의 부활을 꾀하는 슬로푸드 운동이 소개된다.
이론과 실천이 잘 접목된 이 책의 부가적 장점은 외국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 저자의 작품같이 친숙하게 읽힌다는 점이다. 이러한 “『로컬푸드』의 로컬화”는 다년간 농업문제 연구에 천착해 온 역자들이 내공에 의한 결과로 이해된다. 더구나 소재 자체가 우리 일상과 직결된 것인 만큼, 먹고사는 누구에게든 주어진 음식을 다시 생각하게 할 이 책은 명절 선물용으로도 적합할 듯하다.
추천위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거울 속의 원숭이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이언 태터솔 / 정은영
출판사 : 해나무
2006.11.10 / 232쪽 / 11,000원
우리처럼 과거에 천착(穿鑿)하기도 쉽지 않다. 훌쩍 지나가버린 과거가 우리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해도 상관이 없다. 아무리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는 굳이 과거를 파헤쳐내야만 한다. 역사는 절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과학에서도 우리는 과거에 대한 강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원숭이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말이다.
오늘날 진화론은 확고부동한 과학적 진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반세기 전에 밝혀진 DNA의 정체가 무엇보다 확실한 근거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실마리가 완벽하게 풀린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인류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에 대해 우리가 알아낸 것보다 알아내지 못한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완전한 과학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더 가까운 수준이다. 자연에 남겨진 고대 인류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이 그만큼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적어도 우리가 자연선택의 거대한 물결에 의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현생 인류로 단순하게 변해온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인류의 진화를 지배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배하게 될 자연선택이 그렇게 정교하고 성공적인 전략은 아니었다. 수많은 실패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아주 희미한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경우도 많았다는 뜻이다. 아예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경우는 더 많았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우리의 미래가 그리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추천위원 :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페기 구겐하임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메리 V. 디어본 / 최일성
출판사 : 을유문화사
2006.10.25 / 512쪽 / 25,000원
예술서 출간이 활발해지면서 작가와 작품의 주변상황을 둘러싼 흥미 위주의 서적도 꽤 많이 등장한다. 이런 종류의 책들도 나름대로 기여하는 바가 있으니 예술 혹은 미술의 언저리를 친숙하게 느끼게 해 준다는 순기능이 그것이다.
20세기 현대 미술사를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로 페기 구겐하임이 있다. 엄청난 재산 상속을 배경으로 오늘의 구겐하임 미술관 컬렉션을 만든 컬렉터이자 분방한 사생활로 생존시 문화계 화제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이다. 그녀의 컬렉션 목록에는 현대미술의 주요작이 두루 망라되며, 사랑을 나눈 인물로는 마르셀 뒤샹, 이브 탕기, 사뮈엘 베케트, 막스 에른스트 등 거장의 이름이 펼쳐진다.
이 책은 페기의 생애를 철저하게 해부한 평전이자 20세기 초 ․ 중엽 구미 예술계의 인적 동향을 그린 인물 지형도라고 할 수 있다. 페기의 흥미로운 사생활을 넘어 유럽이라는 미술 본고장의 에너지가 미국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페기 및 그 주변 인물이 보여준 열정, 분방함, 그리고 우연과 필연의 불꽃 튀는 사건이 그려진다. 흥미롭지만 결코 가볍게 읽히지 않는, 독자에게 많은 사전지식을 요구하는 평전이다.
추천위원 : 김갑수(문화평론가)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황대권
출판사 : 열림원
2006.10.31 / 232쪽 / 9,000원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의 중심을 살고 있다. 아니, 자본이 왕(王)인 세상의 전사로 살고 있다는 편이 더 적확하다. 강남을 선망하고 일류대학에 인생을 걸고 대기업을 고집하는 우리는 무심하게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생명의 꽃을 피우는 야생초적인 삶을 비웃으며 아파트와 자동차로 상징되는 도시적인 삶만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장미가 비웃는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자본의 이름으로, 경쟁의 이름으로 우리를 한 방향으로 몰이해해온 세상이 얼마나 이상하고도 질리는 세상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은 얼마나 복잡화되고 그만큼 획일화되었는지, 생태는 얼마나 다양성을 잃고 시름시름해졌는지, 인간은 얼마나 산란해졌는지 한숨이 다 나온다. 답은 분명하다. 자본주의적인 속도와 맹목적 경쟁에 딴지를 걸고 내가 어디 서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나’는 바람을 타고 흘러서도 어디든 힘 있게 박혀 샛노란 생명의 꽃을 피울 줄 아는 민들레인줄도 모르고, 누군가 보호해주는 손길 없이는 삶이 없다고 믿어 장미 노릇을 하는 불안한 존재는 아닌지...
추천위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우리 민족문화 상징 100 - 1편
추천월 : 2006년 12월
저 / 역자 : 김찬곤 글
출판사 : 한솔교육
2006.10.27 / 200쪽 / 12,000원
‘나’라는 존재는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은 존재가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와 역사 속에서 생성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나’란 ‘너’와는 어떻게 다르며, ‘나’는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 어린이 가운데는 ‘피자’는 익히 알아도 ‘빈대떡’은 잘 모르고, ‘영어’ 발음은 억양까지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국어’는 틀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어린이가 많다. 잘못된 국제화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런 즈음에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한 ‘우리 민족문화 상징 100가지’를 소재로 만든 『우리 민족문화 상징 100』은 단연 눈에 띄는 책이다. 이 책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006년 11월 현재 출간된 것은 1권뿐이다. 1권의 차례를 보면, 어른인 필자로서도 흥미를 갖게 읽고 싶게끔 잘 짜여 있다. 민족상징으로는 ‘무궁화’가, 강역 및 자연 상징으로는 ‘독도, 백도대간, 백두산, 금강산, 동해, 대동여지도, 갯벌, 거북선’이, 역사 상징으로는 ‘고인돌, 경주(서라벌), 단군, 길거리 응원’이, 사회 및 생활 상징으로는 ‘강릉단오제, 두레, 돌하르방, 김치, 떡, 고추장, 된장과 청국장, 냉면, 동의보감’이, 신앙 및 사고 상징으로는 ‘미륵, 굿, 도깨비, 금줄’이, 언어 및 예술 상징으로는 ‘고구려 고분벽화, 고려청자, 막사발, 거문고’를 다루고 있는데, 쉽고 재미있게 쓴 글과 정확하고 감칠맛 나는 사진을 곁들여 독자가 흥미를 갖고 읽게끔 편집되어 있다. 또 한글 닿소리 순으로 되어 있어 어린이를 위한 민족문화 상징사전의 역할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어려운 내용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쓴 글에도 있겠지만, 사진을 많이 넣은 풍부한 볼거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내용에 걸맞은 정확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담았는데 사진을 보면 책이 읽고 싶어진다. ‘금강산’ 사진을 보니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금강산에 맘껏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길거리응원’ 사진을 보니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힘찬 함성소리가 귀에 쟁쟁했다. 흔하게 여기던 ‘김치’가 세계 5대 건강 음식에 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온갖 김치가 나온 사진을 보니 입에 군침이 절로 돌았다. ‘나’를 둘러싼 우리 민족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게끔 어린이들이 가까이 두고 자주 펴서 읽기를 권한다.
추천위원 : 엄혜숙 / 이상교(아동 도서 연구가 /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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