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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의 "장기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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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나오고 있던 이야기지만, 특히 이번 학기 들어서 독일 대학의 열악한 교육환경 문제가 계속 미디어의 의제가 되고 있다. 90년대의 경기 침체와 그 이후 신자유주의의 도입을 통해 노동시장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대학에 가는 학생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것을 예산 투입이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학생 수에 비해 교수가 모자라고, 많은 강의를 적은 액수 혹은 아예 강사료를 받지 못하고 일하는 강사나 연구원들이 떠맡고 있다. 특히 대도시의 대학들은 세미나에 들어가도 수십명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퐁경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독일에서 대학교육은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이 원칙을 입시를 도입한다던지, 수요자 원칙에 따라 등록금을 도입한다전지 하는 식으로 훼손할 길은 기본적으로, 혹은 대중의 저항에 의해 막혀 있다. 정원제한이 도입된 과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튼 독일 전역의 (평준화된) 대학 중 어디건 대입자격시험(아비투어)을 통과한 학생이 자리를 못잡을 일은 없다. 특히 기존의 산업이 튼튼해서 대학졸업장 여부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남독일 일부 주들 외에 북부, 동부 독일 지역에선 대학 진학률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06년 대연정 정부, 특히 기민당이 집권했던 주들의 압력에 의한 개헌을 통해 연방주의에 입각한 교육시스템이 기본법에 명시되어 버렷기 때문이다(91조 b). 독일에서 교육분야에서 강한 쪽은 사민당이 아니라 기민당인데, 이들은 연방에 의해 일률적으로 교육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재정을 내는 쪽이 결정을 하게 되는 법"이라며 연방이 각 주의 교육예산을 "지속적으로" 지출하는 길을 헌법으로 금지시켰던 것이다. 이 결정은 지속적으로 큰 비난을 받아왔고, 독일 의회와 각 주들은 기나긴 협상을 통해서 바로 얼마 전에서야 부분 개정안을 마련했고, 상원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튼, 지금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독일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듯 아무튼 간에 길을 결국 찾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모두가 앞서 말한 교육연방주의 외에도 볼로냐 협약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학제 구조조정이 이뤄진 뒤 계속해서 겪고 있는 "장기 과도기"의 혼돈 속에 있다. 특히 베를린 같이 학생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대도시의 대학에선 외국인이면 더더욱 제대로 지도를 받을 기회를 누리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 뿐 아니라 젊은 학자들의 생존권 역시 지금은 매우 위태위태하다. 수많은 학자들이 시간제 계약을 전전하면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은 되어야 대학 및 후속세대 학자들의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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