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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가'를 열심히 피해다니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왠만하면 국가가 느껴지는 곳에 있고싶지 않아 하는 편이다.(여기서 국가란 제도나 법 등의 외적인 국가와 국가에 의해 훈육된 내적 의식을 다 아우르는 표현이다.) 국민의례를 해야 하는 학교도 끔찍했고, 보수적인 교리에 국가주의를 얹어놓고 신봉하는 교회도 불편했다. 앞으로도 왠만하면 국가가 좀 안 느껴지는 분야에 머물고 싶다.
대학 졸업하고 2년여간 자원활동했던 인권운동사랑방이나, 제작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여튼간에 국가가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공익근무를 하게 되면서 나는 종종 지치고 힘들다고 느꼈다. 그런데 통 이상했다. 나는 몸도 예전에 비해서 좋아졌고, 일도 사실 다른 일들에 비해서는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지치고 힘들까.
역시 국가다.
국가가 가까이 있다.
공익근무라는 제도 자체도 그렇지만, 일하는 학교도 관공서 못지않게(어쩌면 더하게) 국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역시 건강한 삶이란 건 혼자만의 노력으로 쟁취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이들과 함께 어떤 형식의 공통의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건강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는 확실히 가장 엉망인 상태는 아니지만 건강한 상태도 아니다.
국가가 가까이 있다. 그래서 조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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