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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0
    이리(2)
    김강

이리

 

 

 

*스포일러 있음

 

 

<중경>과 <이리>는

사회와 개인, 혹은 역사와 개인이 어떤 식으로 관계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흘러가는 역사, 굴러가는 사회 속에서 고통의 기억을 가진, 그리고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의 일상.

 

하나의 결론처럼 제시된 것은 '진서'가 보여준 "보편적 환대"이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장면,  

<이리>의 마지막에서 진서가 <중경>의 주인공이었던 쑤이를 향해

중국어로 인사하던 그 장면에서

진서의 "환대"는 하나의 현실 불가능에 직면해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죽은 자이기 때문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보았다.)

 

그러나 쑤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안녕하세요. 쑤이 선생님. 제 이름은 진서에요."

어쩌면 그녀가 들은 진서의 인사는, 그래도 살아가려는,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건내는 유령이라는 '보편'의 환대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에 의해 죽임당한(현실불가능한) 존재이지만, 어디에나 있는 보편인 유령. 유령의 환대.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여러분. 다 제게로 오십시오.

제가 여러분을 쉬게 해 드리겠습니다." 마11:28

 

장률 감독은 배우 윤진서에게 "진서가 바보처럼 보이는지, 천사처럼 보이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나는.

진서에게서 천사도 바보도 아닌 그리스도를 보았다.

현실에 의해 죽임당한 존재이지만 어디에나 있는 보편인 그리스도.

 

그리고 이 그리스도는 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유령이 아닐까.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환대는 초월적인 존재자인 신의 받아들임 따위가 아니라,

역사와 사회 속에 짓눌린 개인, 그러나 살아가려는 자, 살고 있는 자에 대한

유령의 환대인 것은 아닐까.

현실 불가능하지만, 그러나 말을 건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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