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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미
상림의 봄
함양 상림을 지날 때는 언제나 겨울
잿빛 가지들만 보고 지나쳤다
그 오랜 숲은 지치고 우울해 보였다
길가 벚나무들 방글방글 꽃피울 때도
숲은 멀뚱하니 바라만 보았다
또 봄이야 우린 이제 지겨워
늙은 나무들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보름 만에 다시 상림을 지났다
아니, 지나지 못하고 거기 우뚝 섰다
아, 천년 묵은 그 숲이 첫날처럼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시커먼 고목 어디에 그렇게 연한 피를 숨겼는지
병아리 부리 같은 새잎들이 뾰족뾰족 각질을 뚫고 나왔다
작은 물방울 같은 것이 톡톡 터지는 소리도 들렸다
온 숲에서 달콤한, 솜털 뽀얀 아가 냄새가 났다
봄바람은 요람인듯 가지를 흔들고
새잎 아가들은 연한 입술로 옹알이를 한다
참, 그만 모든 것 내던지고 싶은 이 만신창이 별에서
숲은 무슨 배짱인지 또 거뜬히 봄을 시작한다
환장할 일이다
난 그저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힘차게 내 감정을 억누르기 시작했다.
두려운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생기게 된다면, 어떻게 할 수 없을것 같았다.
도자기를 만들어서, 정성스럽게 만드는 사람은 도자기가 맘에 안들면 부시거나 태우거나, 혹은 어떠한 방법을 써서 그 도자기의 존재를 허물수 있다. 그렇지만 도자기와 사람은 다르니까. 아마 그게 두려웠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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