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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이렇게 와버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새만금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핸드폰에 이 말만 써놓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다,

결국 희망이 있다는 둥, 보내놓고도 한심한 몇 글자 보내고 말았습니다.

 

지난 밤에는 가지말라 울다 웃다 욕지거릴 하다 애원을 하다가,

아침에는 담배물고 웃으며 농담인냥 가지 마라 차를 막고 앉아있던 그 모습이 목이 메어

진담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나도 웃고 와버렸습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저는 비겁합니다...

어찌됐든 저는 새만금을 도망쳐 왔습니다.

이곳에서 더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조직의 책임자에게, 

돌망태위에 드러눕기라도 해야지 않냐, 거기 사람이 살지 않느냐는 대책없는 말대꾸를 못해

차라리 입을 닫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갯벌은 다시 살겠지요. 죽어도 다시 살겠지요.

인간을 이기고 다시 살테고,

죽였던 인간이 다시 살리자고 돌무데기를 들어내고 지지고 볶고 지랄을 하겠지요.

 

그런데..그래도..갯벌살던 가난한 어민의 삶은, 삼월이 이대로 끝나면 사월이 저 뜻대로 가버리면 무너져버리고 말텐데.........무섭습니다. 맞닥뜨릴 용기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뭔갈 하겠다고 다 박차고 나올 용기도 없습니다.

내가 운동을 할 수나 있는 건지 물음도 고개를 듭니다.

 

새만금에서 거대한 숙제를 품고 돌아왔습니다.

생각이 수만갈래로 퍼져나가 도통 정리될 줄을 모릅니다.

당신이 기어코 눈물을 보였던 그 물음, 어차피 안되는 거면 나는 여기서 무얼하는 거냐고 그 물음이 저에게 되돌아옵니다. 술잔을 던지고 울음을 터트리는 당신에게, 믿음이 어쩌고 하는 구차한 말 차마 못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안될걸 생각하며 갯벌의 마지막 숨을 보러 간건 아니었습니다.

 

 

써놓고 보니 이런 구차한 변명을 뭐하러 하나 싶습니다.

그저...당신의 눈물이 너무 가슴 아파서입니다.

이렇게 그냥 남겨놓고 와버려서 정말이지 너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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