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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산업 몰락

[리뷰2005-5] 美 자동차 산업 몰락
 
이경호 기자  |  12/23 12:47  |  조회 9676
 
1909년 미국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포드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미국 자동차는 약 100여 년 동안 '세계 1위'라는 자존심을 싣고 세계를 질주했다.

그러나 그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100년 동안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미국 자동산 산업을 이끈 회사는 일명 빅3라 불리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다.

이 가운데 크라이슬러는 1998년 독일 다임러와 합작으로 살길을 모색했지만 일본 토요타에 의해 4위로 밀려났다. 지금은 5위인 일본 혼다자동차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역사의 문을 열었던 포드는 1930년대 GM에 의해 2인자로 밀려난 이후 토요타에게도 추월을 당해 3위로 물러났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1위 GM의 입지도 풍전등화다. 지금까지 GM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이면 토요타가 추월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토요타는 최근 의미심장한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생산량을 올해에 비해 10% 많은 906만대로 제시했다. 이는 GM의 올해 생산 추정치(908만대)에 못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도 GM의 생산량은 올해 추정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 GM이 북미 공장 3곳을 폐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토요타와 GM의 생산량 차이는 갈수록 격차가 벌어질 전망이다. 토요타는 현 차종은 물론 하이브리드(연료 전기 겸용)등 미래형 자동차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반면 GM은 앞으로 3년간 공장 및 서비스센터 12곳과 전 직원 가운데 9.2%에 해당하는 3만 명을 감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오는 2008년 GM의 생산량은 700만대로 떨어지는 반면 토요타는 10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이미 일본에게 추월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04년 회계연도 토요타의 순익은 110억 달러로 GM(28억5000만 달러)과 포드(34억8700만 달러), 다임러크라이슬러(31억7600만 달러) 등 3개사의 순익을 합한 금액(94억6800만 달러)보다 많다.

지난달 중순 기준 토요타 주식의 시가총액은 1768억 달러로 GM의 시총(120억 달러)에 비해 13배 많았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몰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기본(펀더멘털)'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인수 ㆍ합병(M&A)을 성장 전략으로 삼았다. 품질이 뒷전으로 밀린 것은 당연하다. 미 자동차가 리콜에 몸살을 앓는 사이 일본 자동차는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파고 들었다.

'도덕적 해이'는 몰락의 치명적인 원인이다. 미 자동차 회사들은 퇴직한 직원들의 의료비까지 대고 있다. 이로 인해 GM은 지난해 순익(28억 달러)의 배에 해당하는 52억 달러를 직원들의 의료비로 지출해야 했다.

올해 의료비 예상액도 56억 달러에 이른다. 의료비를 깎으려는 GM의 제안에 대해 노조가 계속 반대하면 손실은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도 외면하고 있다. GM의 주가는 2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23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서만 50% 가량 급락했다. 이로써 GM의 시총은 110억 달러로 토요타가 지난 한해 동안 장사를 해서 남긴 순익이면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 기회에 미국 블루칩의 대명사 다우존스 지수 종목에서 GM을 빼고 토요타를 집어 넣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우지수에서 80년간 미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던 GM의 입지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에 토요타는 55년간 무파업 신화 속에 품질을 높여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다 미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높이고 있는 한국 자동차까지 가세해 미 자동차 산업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제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제조업은 우주항공산업 뿐이다.
이 기사에 대한 URL
http://www.moneytoday.co.kr/view/2005/12/22/day20051222134654110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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