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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북, 핵포기 대신 체제보장과 경제실익 원해 - 박재규 전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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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포기 대신 체제보장 · 경제 실익 원해"
박재규 전 통일 미국 초청 강연…"북한 엘리트사회 세대교체 조짐"
“북한이 과연 핵무기를 완전히 그리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핵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라집니다. 저는 북한이 핵카드를 포기하는 대신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매우 진지하게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9월 6자회담 공동성명의 원칙은 북한의 진정한 필요와 욕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우드로 윌슨 국제 센터 초청강연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보다는 인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경제개혁과 체제안정을 바라고 있다"며 국제개발기금 승인 등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의 강력한 지원을 호소했다.

‘2000년 이후의 북한 : 남북한 관계 전망’이란 제목의 이날 강연회에서 그는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 관계는 질적·양적으로 변모했고, 북한이 불가피하게 변화의 길로 들어서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 총장은 이어 2002년 7월 1일 경제개혁조치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신의주 특구,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에 착수했으며, 신의주 특구를 제외하고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한국의 주도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수치를 통해 북한의 사회 변화상을 소개했다.

그는“작년 6월 금강산 관광객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고 금강산지역에 해변 휴양지, 골프코스, 이산가족상봉 센터 등이 건설 중이며, 개성공단 시범단지에는 당초 입주키로 했던 15개 업체 중 13개 업체가 입주해 11개 업체는 이미 북한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 한국 주도로 원활

박 총장은 북한이 자본주의적인 경제로 이행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이른바 ‘실용적인 사회주의’를 시도하고 있다며 평양에서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 수영, 볼링, 컴퓨터 게임, 24시간 운영되는 인터넷 카페, 150개의 바와 350개의 식당과 가라오께 바와 김일성 대학에서 판매되는 햄버거를 소개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북한 내에는 자본주의적 사고와 외국 문화가 유입됐으며, 집단주의와 이데올로기 우선의 사조가 퇴색하고, 개인주의와 경제적 합리주의가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지만 북한 정부, 군, 국영기업의 최고위층에 40대와 50대 계층의 진출이 두르러지고 있는 것을 보아 북한의 엘리트 사이에는 분명히 세대교체의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외교 전략의 중점과제는 정통성·안보·개발에 있지만 전술적인 차원에서 변화의 기류가 엿보인다면서 2002년 9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시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에 대해 사과했다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속히 진전되어 조명록의 미국방문, 올브라이트의 북한 방문으로 이어졌고, 북·미 정상회담 일보 직전까지 진전됐지만, 2001년 1월 부시 행정부의 출현으로 반목과 불협화음이 일어나더니 2002년 10월에는 북핵문제가 불거지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햇볕정책 확대 발전 남북 교류·협력 물결 이어져

박 총장은 남북한 관계와 관련, “남북한 간의 인적교류는 2005년 11개월간 7만8000명이 넘으며, 정상회담이후 각료급 회담이 17차례나 개최됐고, 최근에는 한달에 평균 두 차례 꼴로 회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남북한 교역은 지난해 10억 달러를 넘었다”며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더욱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한반도에는 교류와 협력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지난해 9월 북경에서의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데에는 이러한 지원과 교류가 큰 기여를 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북한은 민족을 내세워 한·미 간의 협력보다 남북한 간의 협력이 우선시하도록 대한민국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전략적인 시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남북한간의 교류와 협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 한·미동맹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를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20대 젊은이들의 절반이 우리 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가로 미국을 꼽고 있으며, 북한은  10%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사상적으로 미국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실용적으로 되어가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우호동맹관계와 관련 박 총장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일부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작년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정체 상태에 있는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공동성명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는 북한 측이 현재의 상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편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확산방지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제제조치나 북한 선박에 대한 저지 등은 중대한 갈등, 심지어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 인권 거론, 주민 고통 경감에 도움 안돼

박 총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의 악명 높은(flagrant) 인권 침해를 잘 알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북한 당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는 유엔 결의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있었던 6자회담을 200만 kW 전력지원이라는 카드로 돌려놓았듯이 대한민국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정부에 대해 반대하고, 공개적으로 북한 편을 드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막후에서 이견들을 해결해나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한의 경제난을 해소시키는데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북·일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일본은 다른 당사국들의 지원을 무색하게 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무엇보다도 한국과 북한이 국제개발기금 승인과 같은 긴요한 지원을 미국정부로부터 얻어내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박 총장은 한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과 기타 원조의 선두주자로서의 역할을 잘만 수행한다면, 다른 당사국들의 협력과 건설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전망도 눈에 띠게 개선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목적에 대해 질문이 모아졌다. 박 총장은 북한으로서는 지난 수년간 중국에 요청한 경제지원을 빠른 시일 내에 이행해주도록 요청할 것이며, 중국으로서는 중단된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도록 북한 측에 요구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그는 몇 년 전 김정일이 상해를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의주를 IT위주의 특구로 만들려고 지시했으나 여의치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번에는 중국 측의 협조를 얻어 이 문제를 잘 풀어 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정일 위원장, 핵 협상 의지 확실히 가지고 있어

또한 북한의 핵협상의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박 총장은 “김 위원장을 몇 차례 만나면서 그가 협상의지를 확실히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지난해 6월 김 위원장과의 면담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김 위원장은 김일성의 유훈을 얘기하면서 “북한이 경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체제 안전 보장도 받아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6자회담의 재개에 관한 질의에 대해 박 총장은 “중국이 모든 준비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큰 차질 없이 금년 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위폐 문제는 6자회담과는 다른 문제이며,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도 어느 정도 연루되어 있으므로 세 나라 간에 해결되어야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내외신 기자 20여 명과 미국정부인사, 씽크탱크 한국전문가, 학자 등 100여 명이 모여 북한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워싱턴=이현표 주미대사관 참사관>
등록일 : 200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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