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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딕 체니, 대북 주도권 장악?

"美 대북정책 다시 체니가 주도"
힐 방북 무산도 체니 때문…'영변원자로 폐기 이전엔 불가'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6 일 (월) 10 : 13   
 

  미 부시행정부는 최근 내부의 (강-온파 간) 정책 혼선으로 북핵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15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최신호(23일자)에서 이같이 보도하고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딕 체니 부통령이 대북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율사로 다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 잡지는 일례로 "미국측 6자회담 협상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지난해 9.19 공동성명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길 희망했으나 체니 부통령이 북한이 영변의 원자로를 폐기할 때까진 방북하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국무부의 고위관리는 " 차관보는 적어도 자신이 북한을 방문하는 동안에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으며, 체니 부통령으로부터 그런 압력이 있는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이어 "힐 차관보는 여전히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애를 쓰고 있으나 미 행정부의 분위기는 대북 압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이 같은 강경기류는 북한의 무기급 핵장비 거래 가능성 차단이라는 안보적 측면과 미 위폐 제조, 돈세탁, 마약 거래 등과 관련한 금융제재라는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등 미 강경파들은 부시 1기 행정부 당시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거부한 것은 물론, 대북 보상을 거부하고 북한의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듯한 정책을 취해 왔다.
  
  그러나 미 국무부 정책입안가들은 과거 북한과의 협상 로드맵을 마련, 북한에 대한 국제금융과 에너지 지원, 제재 해제 등의 조치를 통해 북한을 외교적으로 전면 인정하는 방안과, 양국 수도에 외교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었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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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멀어지는 북-미 관계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멀어진 北-美
제네바합의 후 마련된 채널 차례로 단절…교역량도 하락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7 일 (화) 15 : 03   
 

  9.19공동성명의 이행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서 불거진 위조 화폐 문제로 북미간 대립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핵·위폐 같은 핵심 쟁점 외에도 북미간 공식 접촉 채널이 차례차례 단절되고 교역량이 축소되는 등 양국의 관계가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일간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15일(현지시간) 한국전쟁중 사망한 미군의 유해 발굴·송환 작업이 중단되고 대북 식량 지원이 끊기는 등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이후 구축된 양국간의 공식 채널이 모두 막혀 북핵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레그 전 대사 "美, 韓·中에 부담 떠넘기려 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대화를 이끌었던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미가 한때는 이들 접촉선이 양국관계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 찼었으나, 이제는 양측 모두 "희망이 없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고립에 빠진 책임은 북한 스스로에게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무용성에 대한 북한의 이해가 빠르면 빠를수록 북한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관보는 북한이 금융 제재를 핑계로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협상하는 자리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며 "원칙을 만드는 단계에서 이행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늘 일이 어렵게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 물질과 시설들을 공개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과 중국이 북한에 식량과 자원을 공급하는 것과 관련해 힐 차관보는 그같은 "적선(handouts)"은 성공적인 경제를 만들 수 없다. 북한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힐 차관보가 최근 대화의 재개를 위해 한국, 중국, 일본에 다녀 왔다면서 힐의 그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중국과 한국에 협상 재개와 이행의 부담을 미루는 것 같다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의 지적을 소개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는 그레그 전 대사는 "북미간 공식 채널이 위축됐다"고 평했다.
  
  다음은 이 신문이 부시 행정부 들어 중단됐다고 소개한 북미간의 공식 채널이다.
  
  KEDO 경수로 건설 종료
  
  북한 경수로 건설 현장에 남아 있던 KEDO 인력이 이달 초 전원 철수했다.
  
  KEDO는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라 만들어져 그동안 북한에 경수로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해 왔으나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한 후 2003년 이래 사실상 작업이 중단됐다.
  
  찰스 카트먼 전 사무총장은 몇 개월 내에 모든 청산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 식량지원 중단
  
  북한이 세계식량계획(WFP)에 대해 구호원조 대신 개발원조가 필요하다며 WFP의 평양사무소 철수·감축을 요구함에 따라 식량 원조는 중단했다.
  
  미국은 북한이 대기근을 겪은 1990년대 중반부터 WFP를 통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 왔다.
  
  미군 유해 발굴·송환 중단
  
  미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북한내에서 활동하는 미군 유해발굴팀과 통신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안전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유해 발굴 작업의 중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북미는 1980년대말 이 문제를 두고 공식대화를 시작해 클린턴 임기 첫 해인 1993년 '미군 유해 문제와 관련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1996년부터 공동 발굴 활동을 벌였으며, 1999년부터는 판문점을 통하지 않고 북한에서 직접 미국으로 유해를 운구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의 우려와는 달리 발굴 작업을 진행했던 지난 10여 년간 유해발굴팀의 북한내 활동에서 별다른 문제가 보고되지는 않았다.
  

  양국 교역도 90년대 수준으로 뒷걸음질
  
  한편 북미 양국 간의 2005년 교역 규모도 지난해 10월 말을 기준으로 총 580만 달러를 기록해 2004년의 4분의 1로 줄었다.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나라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미 교역은 전체 규모가 작고 변동폭도 해마다 크지만 지난해의 실적은 2002년 이래 최저치로 기록했다.
  

출처 : 美 상무부 홈페이지

  북미간의 교역 규모는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0~01년 두 해 동안 급감했고 2002년 이후 다시 급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대북 제재 일부를 완화해 소비재 대부분에 대해서는 당국의 승인 없이도 대북 수출이 가능토록 했는데, 2002년 이후의 증가세는 이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핵과 관련해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기존의 공식 관계마저 위축되는 상황은 무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마침내 지난해의 무역량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2000년대 대북 수출 품목은 밀, 쌀, 옥수수, 채소, 식용유, 낙농제품이 주종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국 교역의 대부분은 미국의 대북 수출로 이뤄지고 북한의 대미 수출은 2004년 약재 150만 달러 어치를 제외하고는 10만-20만 달러 수준이고, 1990년대엔 실적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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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크리스토퍼 힐, 베이징 방문 미 입장 전달

김계관-힐 베이징서 전격 극비 회동
'김정일 메시지' 전달?…중국 중재로 열리는 듯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8 일 (수) 10 : 56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18일 중국의 베이징에서 극비 회동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의 내용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 만남을 위해 17일 밤 베이징을 다시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도쿄(10일)와 서울(11일), 베이징(12일)을 방문했던 차관보는 이날까지 귀국하지 않고 베트남에 머물고 있었다.
  
  이번 양자 접촉은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중재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힐 차관보의 아시아 순방 일정이 당초 18일 오전에 베이징을 다시 방문하는 것으로 돼있던 것으로 미뤄 북미 접촉에 대한 6자회담 관련국들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이미 그런 그림에 따라 움직인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간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별도의 양자 접촉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7박 8일간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한 직후 이뤄지는 것으로 북한과 중국의 정상이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위조 화폐 문제에 관한 모종의 해법에 합의하고 미국의 수용 의사를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전망된다.
  
  힐 차관보도 위폐 및 6자회담 재개에 관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한편 미국의 최종 입장을 북한측에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6자회담 우리측 수석 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수행해 참석하려던 일정을 돌연 취소해 회담 재개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행보가 급해지기 시작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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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김정일, 중국방문 마치고 내외에 개혁의지 천명

"미국과 중국을 향한 변화의 메시지"
김정일, 중국방문 마쳐…북한 안팎에 개혁의지 천명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8 일 (수) 15 : 27   
 

  7박8일 간 중국을 극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8일 평양으로 돌아갔다.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 이뤄져 방문지와 수행원, 접촉인사 등 모든 것이 가려졌고, 이에 따라 각종 추측보도와 혼선을 빚었다. 이번 방중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무엇을 노렸고, 어떤 성과를 얻었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이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북한 내부에 변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행보라고 입을 모았다.
  
  급속한 경제개혁 조치와 위조화폐 문제에 대한 해법 조율 등 단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내 강경파에 북한식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김 위원장 자신의 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것이다.
  

극도의 보안속에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끝났다. 일본의 는 지난 14일 김 위원장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경호원들에 에워싸인채 중국 선전의 한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 화면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미국을 향해 말하다
  
  우선 방문지는 중국이지만 정작 메시지를 보내는 대상은 미국이라는 분석이 있다. 위폐유통 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9.19 공동성명의 이행은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모든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 의향이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줬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변화모델로 선호하고 있다는 중국식 경제 개혁과 개방이 그 매개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경제의 개혁·개방을 과감하게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북미관계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풀어가려는 의도인 것 같다"며 "6자회담 등과 관련해서 북미관계가 경색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특히 "북한의 국가 이미지라든가 대외적 인식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는 개혁·개방 쪽으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 중국과 한국이 이를 근거로 미국을 설득할 여지가 넓어지도록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미국이 조금만 입장을 바꾸면 6자회담에도 나가고 경제개혁도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 게 진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개혁·개방의 과정과 6자회담에서 나오는 갖가지 문제들에서 중국을 끌어들이면 중국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며 "이를 부담으로 여긴 미국이 어떤 반응을 하도록 하는 전략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개혁 성과 인정하며 지원 요청
  
  김 위원장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거쳐 남부의 광둥성 광저우와 선전 등 이른바 '남순강화' 지역을 돌면서 첨단 산업단지와 기업, 심지어 대학가까지 시찰한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 모델을 중국에서 찾겠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강하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그동안 이룩한 개혁·개방의 성과를 북한이 받아들이겠으니 그에 대한 후원을 확실히 해달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전체에서 중국의 입지를 높여주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16일 저녁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두 정상은 후 주석의 지난해 방북 때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큰 틀의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에 따라 그동안 다양한 채널의 협의와 접촉을 통해 마련한 경제협력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후 주석은 북한에 상당한 규모의 경제원조를 제공하기로 하고 당정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중국 기업의 대북한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석탄 등 북한의 지하자원과 해양자원의 개발 협력과 중국기업 투자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
  
  피터 국제위기감시기구 한국사무소장은 "후 주석이 지난해 평양에서 북한에 20억 달러 정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걸 확실히 하고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욱 교수는 "북한 스스로의 힘으로 개혁을 한다기보다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후 주석과 중국 지도부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성 교수도 "북한 체제가 나름대로 정비됐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주면서 지원을 유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위폐문제 해법 제시 가능성…김계관-힐 회동 주목돼
  
  물론 북핵 6자회담과 위폐 문제에 있어 미국 편을 들지 말아달라는 사전 정지작업을 중국에게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미국은 '모종의 증거'를 제시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데, 중국이 이에 동의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우군'이 없어져 북한이 모든 오명을 뒤집어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증거가 맞지만 국가 차원에서 한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게 전달하고 이를 근거로 미국을 설득하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50일만에 다시 만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31일 평양을 방문하고 떠나는 후 주석과 악수하고 있는 김 위원장.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이번 방문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전병호 당비서 겸 국방위원이 베이징에 체류하면서 중국 외교 당국자들과 위폐문제 등에 대해 조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간 직후인 18일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베이징에서 전격 회동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 미국을 상대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한사코 거부하던 북한과의 양자 접촉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타협안을 중국이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 교수는 "위폐문제, 6자회담에서 북한의 입지가 좁아지는 문제, 중국이 위폐와 관련해서 미국과 가까워지는 경향 등 북한이 닥친 '엄중한 현실'에서 북한이 중국에 뭔가를 주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타협안을 받아들일지는 부정적"이라면서도 모종의 타협안을 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내 '개혁 걸림돌' 제거
  
  끝으로 혁명 원로들과 군부 인사 등 북한의 보수층 인사들이 이번 방문의 수행원에 대거 포함됐다는 것은 북한 내부를 설득해야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보수층 인사들로 하여금 중국식 개방의 현장을 '집단학습'하도록 함으로써 북한식 개혁정책을 가로막으려는 그들의 반대의견을 잠재우고 경제특구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개방의 속도를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최근 6자회담이나 위폐문제 등 안보 현안이 부각되면서 일부 강경 보수파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개혁·개방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과시해 이들을 설득하고자 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피터 벡 소장은 "김정일은 2001년 방중 때 군부 인사를 대거 대동했고 2004년에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등 누구와 함께 갔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번 방문에서 보수층 인사들을 데려간 것은 북한 내부의 강경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조치 이어질까…우리는 미국-중국 사이에 선택의 기로에 설 수도
  
  김 위원장이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는 말을 남겼던 2001년 방문 이후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처를 단행했던 전례로 보아 이번 방문 후에도 개혁·개방을 꾀하는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동만 교수는 "시장경제로의 개혁은 속성상 한번 시작했다가 방치하면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며 "현재 북한의 경제사정이 과감히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후속조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의 합의에 따라 중국의 기업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경제특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구 활성화는 북한 내부 경제에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면서도 정부의 수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인데, 중국의 지원 하에 신의주 접경지역 등 기존의 경제 특구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특구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문으로 중국의 위상이 제고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줄다리기의 틈바구니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할 때가 올 수 있다는 충고를 빼놓지 않고 있다.
  
  박순성 교수는 "동북아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전략이 시험대에 올라 있는 상황을 북한이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미국 주도의 질서에 끌려가 강화된 한미동맹으로 갈 건지, 균형을 잡을 건지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북중 우호 과시'를 이번 방문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이정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길이 갈라지면 한국에게 선택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며 그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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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김정일, 중국과 6자회담 난관 극복 강조

김정일, 中과 6자회담 난관 극복 강조
김 위원장 "비핵화, 평화적 해결 입장 불변"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9 일 (목) 11 : 20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7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난관을 지적하면서 회담 진전을 위한 방도를 찾기 위해 중국과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초청에 의해 김 위원장이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발표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6자회담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제도이고 대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며 "유관측과 공동으로 노력해 6자회담 과정이 계속 전진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제4차 6자회담에서 이룩된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우리(북)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지적한 난관은 최근 미국이 가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조치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은 북ㆍ중 정상회담과 관련, "두 나라 최고 영도자들께서 자기나라의 형편을 통보했다"며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중대한 국제 및 지역문제들에 대하여 깊이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쌍방은 여러차례 베이징 6자회담에서 이룩된 성과들을 충분히 긍정하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을 견지할 것에 동의했다"며 "6자회담 과정을 계속 공동으로 추진해 조선반도 핵문제의 궁극적인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기여할 데 대해 일치하게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양국간 경제협력과 관련, 김 위원장은 "조선 당과 정부는 경제영역에서의 양국간 협력 잠재력을 발굴하고 호혜 윈-윈의 원칙에 따라 협력을 전개할 것"이라며 "조중친선을 추동해 보다 발전을 이룩하게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국제방송이 18일 소개했다.
  
  이날 회담에는 북측에서 박봉주 내각총리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박남기ㆍ리광호 노동당 부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가 참석했으며 중국측에서는 쩡칭훙(曾慶紅) 부주석과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배석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후 주석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함께 17일 오후 중관춘(中關村)의 중국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원을 참관하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17일 밤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연회 연설에서 "우리는 이번 남방 참관에서 중국 공산당의 올바른 노선과 정책이 있어 중국의 앞날이 밝고 창창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말해 중국 서남부 지역 경제특구 시찰 사실을 확인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환영연회 연설에서 "지난해 10월 나는 조선을 방문하는 기간에 중조친선협조관계를 한층 더 깊이 발전시켜나가는 데 대해 중요한 합의를 이룩하고 방금 전에 우리는 이 중요한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 당과 정부는 중조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중조친선협조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을 우리의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으로 한다"고 분명히 했다.
  
  방문기간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7일 낮 김정일 위원장을 위해 오찬을 주최하고 후 주석은 베이징을 떠나는 김 위원장과 작별인사를 나누기도 했으며 17일 밤 베이징역에서는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류치(劉淇) 베이징시 당서기 등이 배웅해 이번 방문기간 중국측의 배려가 극진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 통신은 박봉주 총리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박남기.리광호 노동당 부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외에 군부 인물을 비롯한 다른 수행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발표문 요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박봉주 내각총리,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박남기ㆍ리광호 노동당 중앙위 부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의 수행하에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김 국방위원장을 열렬히 환영하고 최대의 성의를 다해 극진히 환대했다.
  
  김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은 베이징에서 상봉과 회담을 진행했다.
  
  상봉과 회담에서 중국측에서는 쩡칭훙(曾慶紅) 부주석과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배석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회담에서 현대화의 위업이 빛나게 실현되고 있는 중국의 중부와 남부 지방을 방문한데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양국 정상은 두 나라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대해서와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중대한 국제 및 지역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
  
  후 주석은 음력 설에 즈음해 중국공산당을 대표해 김 국방위원장과 조선인민들에게 새해인사를 했다.
  
  특히 후 주석은 지금과 같이 국제 및 지역정세에서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는 환경 속에서 북.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추동하여 깊이 있게 앞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두 나라의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발전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쌍방의 공동의 노력에 의해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새로운 진전을 이룩했으며 경제무역 분야에서 두 나라의 호혜적인 협조는 새로운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중.조 선린우호협조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후 주석의 초청과 환대에 사의를 표하고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조.중 친선을 강화.발전시키는 것은 두 당,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의 염원이라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의 영도 밑에 중국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건설에서 많은 성과들을 거두었다면서 중국이 이룩한 발전은 중국 공산당이 제기한 '세가지 대표'의 중요사상과 과학적 발전관, 조화로운 사회주의 건설 등 중국의 실정에 부합되는 노선과 방침, 정책에 의하여 이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쌍방은 또한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국제 및 지역문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쌍방은 베이징 6자회담에서 이룩된 적극적인 성과들을 충분히 긍정했다.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을 계속 견지할 것에 대해서와 6자회담 과정을 계속 추진함으로써 핵문제의 궁극적인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기여할 것에 대해 일치하게 동의했다.
  
  특히 김 국방위원장은 조선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제4차 6자회담에서 이룩된 공동성명을 이행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우리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6자회담 과정에 조성된 난관에 대해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6자회담의 난관을 극복하고 회담을 계속 진전시키기 위한 방도를 찾는데서 중국 동지들과 같이 노력할 데 대해 지적했다.
  
  조선반도 핵문제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측의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6자회담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제도이며 대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타당하게 처리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후 주석은 중국 측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조선을 포함한 각 유관측과 공동으로 노력해 6자회담 과정이 계속 전진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담화를 마친 후 김 국방위원장은 후 주석의 동행하에 중국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소를 참관했다.
  
  김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환영해 후 주석이 이날(17일) 저녁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한 연회를 차렸다.
  
  연회에는 박봉주 내각 총리,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최진수 주중 대사와 대사관 성원이 초대됐다.
  
  중국측에서는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쩡칭훙(曾慶紅) 중국 부주석, 류치(劉淇) 베이징시 당서기, 우이(吳儀) 국무원 부총리,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이 참석했다.
  
  연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으며 김 국방위원장과 후 주석이 연설을 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도 상봉하고 담화를 나눴다.
  
  우방궈 위원장은 중조 선린우호협조의 내용을 부단히 풍부히 함으로써 두 당,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높이에로 오르도록 전면적으로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김 국방위원장에게 중국의 경제 정세와 제11차 5개년 계획의 내용에 대해 소개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김 국방위원장을 환영해 오찬을 차렸다. 오찬에는 우관정(吳官正) 중앙규율검사위원회 서기, 뤄간(羅幹) 당 정치국 상무위원, 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가 참가했다.
  
  귀국하는 김 국방위원장을 베이징역에서 자칭린 정협 주석, 류치 베이징시 당서기를 비롯한 중국의 지도간부들이 배웅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방문 결과에 대해 만족을 표했으며 중국의 당과 정부 간부들의 극진한 환대에 충심으로 사의를 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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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 논란 확산

"한국 입장 배려" vs "사실상 전면 허용"
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논란 확산 불가피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0 일 (금) 16 : 49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한국과 미국이 한미동맹의 협상사안 중 최대 이슈였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기로 합의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미간 첫 장관급 전략대화를 가진 뒤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같은 합의내용을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0일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는 '일단락'되었다"고 말해 이번 공동성명이 이 문제에 관한 사실상의 최종 합의임을 확인했다.
  
  정부 "법적·조약적 성격보다 정책적·정치적 성격"
  
  전략대화에 참석했던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은 20일 "앞으로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입각해 한미 양국이 충분한 대화를 거쳐 상황별로 신속하고 긴밀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주한미군이 북한·대만 등 분쟁예상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김 국장은 "향후 분쟁상황이 국지적이고 세부적일 경우 군사적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비중과 범위가 큰 상황일 경우는 군사적 성격 외에 외교안보적 성격도 포함될 것"이라며 탄력적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 등의 반발이 예상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북아지역 분쟁에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에 합의한 사실을 감안하면 주변국들에게 추가적인 불안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에게도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조약 형식이 아니라 장관급 전략대화의 공동성명 형식으로 발표한 데 대해 "이 문제는 법적이고 조약적 성격이라기보다 정책적이고 정치적 성격이 강한 것"이라며 "기속력을 갖는 조약 형식을 취할 경우 전략적 유연성의 제도화라는 틀 속에 갇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입장 고려해 균형 맞춘 것"
  
  '전략적 유연성'이란 세계 어느 곳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을 포함해 전세계에 주둔 중인 미군이 특정 지역에 얽매이는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강력히 추진 중인 군사전략인 이 개념에 대해 한미 양국은 그간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의 회의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한다"(2005년 10월 21일 제37차 SCM)는 식으로만 언급하며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주한미군이 다른 분쟁지역으로 빠질 경우 대북(對北) 안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보수적 여론도 있었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미군의 한반도 주둔 목적에 어긋난다는 점 ▲한국이 미국의 군사 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된다는 점 ▲미군의 잠재적인 타깃이 되고 있는 중국·북한 등의 반발로 동북아 안보가 불안정해진다는 점 ▲한미연합전력구조 하에 있는 한국군도 전력 '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 등에서 우리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동선언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주한미군을 동북아 분쟁지역에 파견하려 할 경우 어떤 기준과 판단으로, 어떤 협의 채널을 통해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러나 "그동안 '전략적 유연성의 중요성 확인' 같은 말만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균형을 맞췄다"며 공동성명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특정 상황', 즉 주한미군을 뺄 수 있는 상황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있을 텐데 개연성이 극히 낮은 특정 상황에 대해 구체화시킬 필요도, 실익도 없다"면서 "설사 그런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말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나가는 건 기정사실"
  
  그러나 그간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점을 비판해 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공동선언에 담긴 내용이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 홍근수 문규현)'의 유영재 미군문제 팀장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말의 주어는 '한국', 즉 우리가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는 일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으로 주한미군의 활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주한미군은 언제나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팀장은 "이번 공동성명은 전략적 유연성을 전면 허용한 것으로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라면 심지어 한국군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유 팀장이 언급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는 지난해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제53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의 말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해석 사실상 변경"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이정희 변호사는 "과거에는 일종의 논의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양국 외무장관의 공동성명 형태로 합의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공동성명은) 법적이고 조약적 성격이라기보다 정책적이고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의 말에 대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해석을 사실상 변경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주한미군이 어딘가에 투입돼야 할 상황이 되면 사전협의를 하기로 한 건데 과거 미일간에 유사한 합의가 있었어도 한번도 써먹은 적이 없다"며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이 들고,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원칙을 인정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활용하겠다고 했을 때 통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이번 공동성명만 볼 때 한국군을 분쟁에 활용한다고 추론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팀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미 양국이 성공적인 공동의 노력을 통해 보여준 것과 같이 전세계에 개방되고 민주적인 제도와 인권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있어서의 협력과 조정'이라는 공동성명의 문구에도 전략적 유연성의 전면 허용에 버금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지난해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바꾸자는 합의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달리 말하면 이라크 침공 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에 계속 협력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을 침략동맹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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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미국, 전세계적인 레짐 체인지 가속화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민주화'를 돕겠다고?
외교 중심 亞-阿로 이동…원조도 대외 목표와 연계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0 일 (금) 19 : 42   
 

  '민주주의 전령사'를 자임하는 미국의 전세계적인 '체제 전환(regime change)'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8일 미국의 외교관 배치를 기존의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환 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19일 미국의 대외원조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의 개혁조치를 발표했다.
  
  '전환 외교'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 위한 정책
  
  라이스 장관은 18일 미국의 외교정책이 유럽 중심에서 인도나 레바논과 같이 민주주의 실현을 도와줘야 하는 국가들로 옮겨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의 조지타운 대학에서 한 연설을 통해 국무부의 외교 정책은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상을 '전환 외교'라고 정의했다.
  
  '전환 외교'는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국제적 힘의 분배보다는 (각 국가) 체제의 근본적인 성격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라이스 장관은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오늘날 가장 큰 위협은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며 외교관의 임무는 주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단순히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익명의 국무부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환 외교' 구상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외교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라이스 장관의 '전환 외교' 구상을 두고 미 국방부의 병력 재배치 계획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이번 계획은 민주주의의 전령사를 자처해 온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냉전시기 유럽에 집중배치돼 있던 미국의 군사력이 냉전 이후 중동와 중앙아시아 지역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외교역량도 이 지역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후 논리는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화될수록 미국에 대한 위협은 줄어든다는 것인데, 과연 미국 주도에 의한 민주주의 이식이 가능한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미국은 당초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나중에는 민주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라크는 아직도 반미투쟁과 종파간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 2차대전 이후 미국은 50년대의 이란, 과테말라, 70년대의 칠레, 니카라과 등에 대한 무력개입 등으로 민주정부를 전복시킨 사례는 무수히 많지만 외국의 민주화를 도운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친미적 정부를 세우기 위한 시도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찌 됐건 이번 계획에 따라 미국 외교관들의 인사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전환 외교의 첫 단계로 "올해 유럽과 워싱턴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100명을 중국ㆍ인도ㆍ나이지리아ㆍ레바논과 같은 나라들로 이동 배치할 것"이라며 "이 지역에 대한 인원 충원이 각 지역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한 관리는 올해 이동할 100명의 외교관들은 이번 여름 유럽의 수도와 같은 '알짜배기' 지역에 부임할 예정이었다며, 갑작스러운 이번 변화가 많은 문제점들을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리는 이어 이번 계획에 따라 향후 몇 년간 6400여 명의 국무부 직원들 중 1/3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근무지를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재편은 콜린 파월의 뒤를 이어 국무부를 책임지고 있는 라이스 장관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AP〉등 외신들이 분석했다.
  
  "단순 개발 원조 넘어서 민주화 정책과 연결시키자"
  
  다음 날인 19일 라이스 장관은 미국의 대외원조 활동을 총괄하게 될 국제개발처(USAID) 처장에 랜든 터바이어스 국무부 에이즈정책 조정관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대외원조 체제 개편안도 함께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몇 달 동안 해외 원조를 단순한 개발 원조의 차원을 넘어서 민주화를 비롯한 대외정책 목표와 조화시킬 방법을 모색해왔다.
  
  라이스 장관은 이번 개편에 대해 기존 대외원조 조직들이 국무부와 USAID에 산재돼 있어 일관성을 가지기 힘들었던 점을 지적하며 대외 원조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편에 따라 터바이어스 처장 지명자는 미국의 해외 원조 정책 전반을 다루는 폭넓은 권한을 가지게 되며, 국무부 부장관도 겸하게 될 예정이다.
  
  USAID는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 비군사적인 경제ㆍ인도 지원을 하는 기관으로, 터바이어스 부장관 겸 처장은 140억 달러에 이르는 USAID 예산과 인력은 물론 국무부 관련 예산과 조직까지 총괄하게 됨에 따라 미국의 대외원조 업무의 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터바이어스 처장 지명자는 미 상원의 인준을 거쳐 정식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국무부의 이 같은 대외 원조 체제 개혁에 대해 해외 원조가 정치적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내 165개의 비정부 원조단체들을 대표하는 '인터랙션(InetAction)'의 짐 비숍은 해외 원조는 "외교적ㆍ군사적 이해관계에 휘말리지 않는 장기적 목표 아래 진행되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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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1차 한미전략대화, 대미 백기투항 - 이철기 동국대교수

첫 한미 '전략대화', 결과는 '대미 백기투항'
〈기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대해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3 일 (월) 11 : 50   
 

  지난 20일 새벽 워싱턴으로부터 날아온 뉴스는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한미간 외교안보 분야의 최대현안이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 정부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작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기로 한 것을 외교적 성과로 자랑하더니, 첫 번째 열린 '전략대화'에서 한 일이 고작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해 준 것이다.
  
  '전략대화'의 첫 작품이 '전략적 유연성' 인정
  
  '전략대화'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마치 외교안보 분야의 '대미항복문서'를 보는 듯하다. 미국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인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해 왔던 것들을 모두 망라해서 합의해주고 있다.
  
  미국이 군사적 침략과 패권추구의 구실로 삼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의 협력 강화를 비롯해, 부시 2기에서 새로운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유의 확산'에의 협력,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하고 있다.
  
  그저 허무할 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함축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왔던 평화시민단체들과 의식 있는 전문가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다. 종속적인 대미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보다 균형적인 한미관계와 미래지향적인 외교안보정책을 갈망해온 국민들의 여망이 무너진 것이다. '균형외교'와 '자주국방'의 바람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한반도 안위와 직결되고 민족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공개적 논의와 국민적 여론수렴을 통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밀실에서 결정해서 미국의 요구를 덜컥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고 한 약속을 일년도 못돼 뒤엎은 것이다. 이럴걸 가지고 무엇 때문에 작년에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내 그 난리를 떨었는지 모를 일이다.
  
  협상책임자들 문책해야
  
  왜 이처럼 서둘러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주는 백기투항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동성명〉의 내용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고민하거나 공들여 협상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미국측에서 작성해준 문서에 체면상 몇 자 고쳐서 합의해준 것으로 보인다.
  
  협상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미래에 대한 비전 부족과 정세분석에 대한 통찰력 결여, 그리고 맹목적인 미국 추종과 무능,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더구나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보다도 미국에 더 코드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이라크 파병과 용산기지이전협상에서 보여준 협상태도의 재판이다.
  
  외교안보팀의 정세 인식과 협상전략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글로벌 이슈(global issue)'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것이 현 외교안보팀이 내세워 온 구상이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도 해주고 용산기지이전협상도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북한핵문제나 남북문제는 우리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진한 발상은 미국에 역으로 이용만 당해 왔다. 이라크 파병을 해주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과 북한핵 문제에 대한 입장이 온건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것도 최근 북한의 인권문제와 위폐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강경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꿔보려는 기대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에 당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미국이 한국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방법은 간단해졌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강경하게만 나가면, 한국정부가 알아서 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파와 온건파들은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한국정부를 어르면서 가지고 놀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봉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주고 비위를 맞춰주면 미국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도 시켜줄 것이라는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착각도 한 몫을 했는지 모른다.
  
  '전략적 유연성'의 직접적 목표는 중국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수용이 당장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정세에 몰고 올 부정적 파장이 걱정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이 지금처럼 한국에 붙박이처럼 고정배치되어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에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서의 다양한 군사적 목적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한다는 개념이다. 이제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 전쟁억제력의 역할보다는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전략 차원에서의 역할로 변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테러와의 전쟁' 등의 명분 아래 전세계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적 침략에 동원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는 주요한 배경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일차적 목표가 중국이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간에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 주한미군의 출동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주한미군의 전력적 유연성'의 적용은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의 주장대로, "미래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처럼 매우 당면하고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다. 미군의 '군사변혁(military transformation)'과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개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전략목표가 21세기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두어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전략의 중심이 중국에 대한 봉쇄 내지는 견제전략에 두어짐에 따라, 주한미군을 비롯해 아시아주둔 미군의 주요 역할이 중국견제역할로 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해ㆍ공군력 강화와 한국에서 해ㆍ공군기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고, 미국 입장은 전면 수용하고
  
  그런데 외교부는 〈공동성명〉에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단서문구를 포함시킨 것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균형을 맞춘 것이라며 외교적 성과인 것처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거나 정세 인식에 대한 무능을 드러낼 뿐이다.
  
  첫째, 외교부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정부가 기존 입장을 크게 후퇴시킨 것이거나 그동안 국민을 속여 온 것을 시인하는 꼴이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인정하되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같이 동북아에 적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외교부의 주장대로 이 단서문구를 해석하더라도 한국군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주한미군이 동북아지역에서 군사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왜 이처럼 입장을 크게 후퇴시켰는지 해명해야 한다.
  
  둘째, 설사 한국군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중국 군사행동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이 대중국 군사작전에 투입되거나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기지가 대중국 군사작전에 이용된다면, 이것만으로도 한국이 중국과 군사적 대결상태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중국봉쇄를 위한 미국의 '전진작전기지'로 활용되고, 주한미군은 '전진배치첨병'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이 동북아에서 미군을 따라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내세워 한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또 이 경우 한국이 미국의 요구와 압력을 물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는 주요한 목표가 중국이고 가장 큰 대상지역이 동북아임을 감안할 때, 동북아지역의 예외를 가정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이는 소도둑에게 소만은 훔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가 주목적인 아시아지역군으로 개편되고 있고, 주한미군기지는 중국 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2사단 감축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려는 110억 달러의 무기도 실은 대부분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은 미사일방어(MD)용과 대중국용 정보수집장비들이다. 미국은 오산공군기지내 패트리어트 PAC-3를 증강 배치하는 것은 물론 군산과 광주에도 PAC-3를 배치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종으로 PAC-3를 배치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지역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동전의 양면
  
  한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단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지역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가 그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이란 미명 아래 한반도 밖에서 행해지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군사적 필요에 우리군이 동원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이 치르는 침략전쟁마다 따라 다녀야 할 판이다.
  
  이미 〈공동성명〉의 곳곳에서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미동맹이 "지역 및 범세계적으로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는 것을 지향"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반기문 장관은 '전략대화' 참석에 앞서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이 '전략대화'를 가지게 된 것을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지역과 세계적 문제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전략 협의를 갖는 단계로 발전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자랑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2003년 5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해내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이미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바 있다.
  
  "한미동맹이 지역동맹으로 변화하고 있고, 한미연합군의 작전범위가 동북아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찰스 캠벨 미 8군사령관의 작년 5월 발언 역시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 국회 동의 거치지 않으면 무효
  
  이러한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조약의 발동사유(casus foederis)'를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리적 범위도 조약당사국의 "행정 지배 하에 있는 영토"로 사실상 한정하고 있다. 원래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이 규정한 목적상, 이처럼 한반도에 한정된 '방어동맹'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이 한반도에 한정된 '방어동맹'에 머물지 않고 적용지역과 역할의 확대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를 염두에 둔 '지역동맹'과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기여하는 '패권동맹' 내지 '침략동맹'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효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과 안보환경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한국군이 동원되어 중국과 전쟁을 치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안보환경의 악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규모 군대가 주둔해야만 동맹관계 유지되는 것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고, 또 그렇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미국의 말을 안 들어주면 정말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이 잘못한 신화에 대해 이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105개 주한미군기지들을 포기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인가. 연간 7억 달러의 직접분담금을 별 군말 없이 내주고, 30억 달러에 달하는 직간접분담금을 부담하는 한국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최첨단 기지로 새로 지어주는 단일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이며 대중국전진기지 역할을 할 평택미군기지를 포기하고, 또 중국을 겨냥해 미사일방어(MD)용으로 오산과 광주 등 서해안에 배치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거둬 가지고 나갈까.
  
  중국포위전략이 구체화될수록 주한미군기지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LA발언대로 "한반도는 전략적 위치상 미국이 속이 쓰려도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또 대규모 군대가 주둔해야만 동맹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미국과 군사동맹조약을 맺고 있는 태국과 필리핀에는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다. 뉴질랜드는 미국과 ANZUS조약을 맺고 있지만, 자국의 비핵정책을 내세워 핵을 탑재한 미국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의 기착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양국관계가 악화되고, 미국이 뉴질랜드에 대해 경제 보복을 했다는 말은 들어본 바 없다.
  
  사실 미국은 한국에 단 한 명의 미군이 주둔할 수 없게 된다하더라도 한국을 동맹관계에 묶어두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략적 이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거나 군사적으로 밀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미국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 진짜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엄청난 차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군사전략틀 탈피가 평화와 통일의 조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니는 가장 큰 위험성은 미국의 패권전략틀에 공고히 편입된다는 점이다.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보조축으로 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정책은 동북아에 대립과 편가르기를 강요하고, 신냉전질서를 가져오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동북아에 대립과 갈등의 질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지고 남북 분단은 고착화될 것이다.
  
  대미종속적인 안보정책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자기성찰 없이는 미래지향적인 안보정책이 나올 수 없다. 미국의 군사전략 및 정책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식을 바꾸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안보환경의 개선은 미국의 군사전략과 정책틀에서 벗어나 얼마나 독자적인 안보전략과 정책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동맹체제가 우리의 안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하고 안보환경을 악화시킨다면, 그러한 동맹체제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맹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안보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동맹체제가 아니라 동북아에 협력적인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동북아 질서가 다자화되고 균형화되고 협력적일 때만이 가능하다. 이는 결국 우리가 동북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철기/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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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한국, PSI 참여키로, 8개 중 5개 요구 수용

한국, PSI 참여 공식화…8개 요청사항 중 5개 수용
북한 반발 불가피…'전략적 유연성' 이어 논란 예고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4 일 (화) 17 : 04   
 

  정부가 남북 관계를 고려해 참여를 미뤄 왔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해 관련국들 간의 회의결과 브리핑을 청취하고 WMD 차단훈련에 참관단을 보내는 등 '부분적인 협력' 방침을 정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어느 정도 민감성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WMD 확산을 반대하는 입장과의 조화를 맞춰나가는 취지에서 사안별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이미 PSI의 목적이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했지만 현재 전면적인 참가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식 참여' 외엔 거의 모든 활동 함께 하기로
  
  미국이 요청한 PSI 8개 협력 방안 중 우리 정부가 협조키로 한 것은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방안, PSI 활동전반에 대한 브리핑 청취, PSI 차단훈련에 관한 브리핑 청취, 역내 차단훈련 참관, 역외 차단훈련 참관 등 5가지다.
  
  정부는 이들 5개 분야에 대한 협조 방침을 지난단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방안은 이미 시행해 오던 것이며 나머지 4개 항목은 이번에 새롭게 포함됐다. 미국측의 요청 사항 중 제외된 3가지 항목은 PSI 정식참여와 역내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역외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등 실질적인 참여에 관한 것들이다.
  
  정부는 이달 10일 이같은 결정을 미국에 통보했고, 그 첫 활동으로 올 4월 5∼6일 호주에서 개최되는 공중차단 훈련에 정부 참관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국 뜻대로…운신폭만 좁아져" 비판 거세질 듯
  

 
정부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를 공식화했다. 사진은 지난 2002년 12월 스커드 미사일 15개를 싣고 예멘으로 항해 중이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를 수색하는 스페인 해군의 모습 ⓒ연합뉴스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는 육상·해상·공중에서 핵·생화학 무기 및 미사일 등 WMD와 관련된 물질과 부품 등을 불법 수송하는 선박·차량·항공기에 대해 검문·검색을 통해 차단하자는 구상으로 2003년 5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의해 발표됐다.
  
  그 뒤 영국, 프링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 대부분이 이 계획에 참여해 13회에 걸쳐 해상훈련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만을 표명했을 뿐 참여를 미뤄 왔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미국은 2004년 10월 일본 도쿄만에서의 '팀 사무라이 2004' 훈련과 2005년 8월 싱가포르만 훈련 등을 실시하던 당시 우리 정부에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또 지난 2005년 8월 PSI를 총괄하는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차관도 한국을 방문해 NSC 등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동참을 요청하는 등 압박을 계속해 왔다.
  
  정부가 전적으로 미국의 주도 하에 있는 PSI에 일부나마 참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19일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것과 더불어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이 미국의 세계 전략으로 깊숙이 포섭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서산호 나포 유사 사건 재발로 분쟁 촉발 우려
  
  특히 미국이 2002년 12월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의 '서산호'를 나포했던 사례와 같이 정확히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PSI에 우리 정부가 본격 참여할 경우 북핵 문제를 비롯한 북미간의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적 운신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이미 PSI의 주요 타깃이 북한임을 명시적으로 밝혀 왔다.
  
  이와 관련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금융수단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로버트 조지프 차관의 2005년 12월 연설을 근거로 "WMD가 단순히 미사일 등 하드웨어적인 무기만을 지칭했던 것을 넘어, 넓게는 한 나라의 질서, 혹은 공정한 경제 질서를 해치는 것까지도 포함시키기로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최 의원은 "미국은 해상이나 공항 봉쇄를 통해 재래식 대량살상무기 수출의 차단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판단했다"며 "각종 위조나 밀매, 돈세탁 등은 물론 해외성 범죄의 '젖줄'인 금융을 제재하는 또다른 수단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 장관은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정부가 PSI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최 의원의 주장에 대해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에서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실무 레벨에서 충분히 논의해오고 있었다"고 답했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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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북한 인권문제와 미국의 이중 잣대 - 김재명 월드포커스

북한 인권문제와 미국의 이중 잣대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16〉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4 일 (화) 17 : 54   
 

  북한 인권을 둘러싼 논의는 거북스런 주제다. 매우 조심스레 다뤄져야 한다.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국제인권 상황을 재는 프리덤 하우스의 평가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자유국가'로 분류되지 못한 나라들이 절반에 이른다.
  
  민주국가냐, 자유국가냐도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미 국무부는 해마다 인권보고서를 펴내지만, 국제정치학자들로부터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 부시 행정부의 잣대로는 미국에 고분고분한 친미국가는 '자유국가'이고, 그렇지 못한 자주적 성향의 국가는 '독재국가'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이중 잣대다.
  
  문제는 우리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다. 한국에는 두 가지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북한 인권문제를 꺼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노리는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과 냉전수구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미련한 짓이라는 시각, 다른 하나는 북한인권문제가 심각한 게 사실인 만큼 짚고 넘어갈 대목은 짚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겠고 둘 다 맞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를 택하라면 필자는 전자의 입장에 서 있다.
  
  한국도 정부수립 40년만에 '자유국가'
  

 
2만 명의 정치범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회령 제22호 정치범수용소(미국 위성사진). ⓒ프레시안  

  돌이켜 보면, 인권에 관한 한 우리 한국도 투명하지 못한 지난 역사를 지녔다. 1970년대 유신체제 아래서나 1980년대의 5공화국 억압체제 아래에서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프리덤 하우스가 한국을 자유국가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1988년. 정부수립 40년만의 일이다. 그 뒤 이른바 '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한국의 인권상황은 갈수록 나아졌다는 평가다.
  
  결론부터 대놓고 말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체제 특성상 인권보다는 다른 가치(이를테면 국가안보, 체제유지)를 우선하는 북한에게 인권을 말한다는 것은 북핵 폐기를 비롯한 현안을 둘러싼 외교적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인권문제에서 자유로운가
  
  지난해 9월 6자회담에서 북핵폐기를 전격 합의하고도 후속회담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기에는 평양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미국의 비(非)외교적 발언이 한몫 해 왔다. "북한이 달러 위폐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비롯, "북한이 범죄정권"이라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의 발언은 북핵폐기라는 목표를 향해 막바지 달려가야 할 6자회담에 재를 뿌린 짓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은 "북핵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인권문제가 남아 있는 한 북미관계 정상화는 어렵다"고 토를 단다. 북한인권문제는 두고두고 뜨거움 감자가 될 듯한 분위기다.
  
  부시 행정부는 다른 나라에서의 인권을 체제변화의 명분으로 즐겨 삼아 왔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이 대표적인 보기다. 그렇다면 미국은 인권 문제에서 자유로운가. 결코 그렇지 않다.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저질러졌고 현재도 계속되는 인권침해 기록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우기 어렵다. 부시 대통령 퇴임 뒤로도 긴 그림자를 끌며 망령처럼 부시의 뒤를 따라다닐 것이다.
  
  "북한 돕기에 인권 연계 시켜선 곤란"
  
  미국 안에서도 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미 외교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민간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www.fpif.org)의 단골 기고자인 존 페퍼(John Feffer)의 글 '연계시킬거냐, 말거냐(To Link or Not to Link)'는 북한인권을 보는 미국 안의 다른 시각들을 보여준다. 페퍼의 의도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다 인권 문제를 연계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원문보기: http://www.fpif.org/fpiftxt/2998).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존 페퍼는 북한을 3번, 그리고 남한을 25회쯤 방문한 경력이 말해주듯, 한반도 전문가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2003년 겨울 뉴욕 시립대학원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심포지움에서 페퍼를 만난 적이 있다. 그로부터 '열린 시각에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의 양심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북핵 폐기를 둘러싸고 한반도와 미국 사이에서 벌어진 줄다리기를 다룬 『남한 북한: 위기시대의 미국 정책』(2003년)의 저자다. 이 책에서 페퍼는 이렇게 미국 역대 행정부들을 비판했다.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을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고립시키는 냉전정책을 유지했다. 또한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대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평양의 정권 교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신을 디딤돌로 삼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인 허식을 벗어던지고, 평양 정부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관점에 서서, 북한의 정권 교체를 미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인권을 무기화한다?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린 글에서 페퍼는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고 기본적 자유가 제한되고 있지만, 미 행정부에서조차 정책결정자에 따라 인권문제를 핵위기와 인도주의적 지원에 연계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싼 시각이 다르다"고 전한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9월 "인권을 무기로 삼는 것에는 관심 없다(We have no interest in weaponizing human rights)"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제이 레프코위츠 인권대사는 "인도적 지원은 인권 문제와 연계돼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었다.
  
  레프코위츠는 부시 행정부 내 보수강경파의 우두머리인 딕 체니에 선을 대고 있는 인물이다. 비교적 합리적 성향의 미 외교관들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과정에서 인권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북핵폐기 관련 합의를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럼에도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은 필요에 따라 전가의 보도처럼 북한 인권문제를 끄집어낼 태세다. 중국과 통상마찰을 빚을 때마다 천안문사태를 들먹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국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례들은 어디까지나 '비미국적인(UnAmerican)'인 1회적 사건이란 강변을 늘어놓으면서….

김재명/프레시안 기획위원,국제분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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