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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출판에 대한 갈등..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4/11/22 00:45
  • 수정일
    2004/11/22 00:45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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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rabbit님의 [논문 출판하기] 에 관련된 글입니다.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연구자들이 뉴욕에서 회의를 하게 되어 다녀온 소감.

새벽 5시25분 기차를 타고 가기 위해 4시반 집에서 나설때는 참 기대도 컸었다. 하바드에서는 연륜이 쌓인 간호학자를 만나기 어려운 탓에 학교 홈피상에 화려한 경력을 게시한 K교수를 만나면 뭔가 배울 점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이들은 보스톤, 뉴욕, 시카고, LA에 떨어져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하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특히 병원의 구조조정이 간호사의 건강과 환자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분석해 보겠다는 연구목적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호의적인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9시반부터 시작된 연구회의, 점심식사하기 전까지 한 이야기들은 고작 각 변수별 outlier를 어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소소한 논의들. 워싱턴파크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떼우고 다시 시작된 오후 회의에서는 다음 번 회의일정을 잡기 위한 논의를 1시간 가량 더 한 후에 갑자기 authorship에 관한 이야기로 전환하였다.

뉴욕대학 간호학과의 K교수는 본인은 이제 정년보장 교수임을 자랑하며 자신의 제자이며 연구보조원이었던 박사과정생을 저자에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동시에 연구계획서 제출당시 연구자로 포함된 사람이외에는 수집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논문을 써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합의할 것을 강조하였고. 함께 간 하바드 E교수는 자신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앞으로도 학생들이나 포닥에게 이 데이터를 주고 새로운 연구문제를 도출해서 논문을 쓰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반대하였을 뿐, 다른 사람들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회의가 끝날 때까지 논의가 공전되었다. 유일한 남성 연구자이면서 보건경제학자인 N이 우선 우리가 중요하게 발표한 논문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 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선에서 합의한 후 서둘러 회의를 마쳤다.

논의를 지켜보면서 참 황당했고 씁쓸했다. 정작 그토록 중요한 연구분석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고, 누군가 잘 할 것이라고 서로에게 미루면서 업적을 챙기는데는 재빨리 의견을 내세우는 원로교수의 태도는 흔히 한국에서도 보아온 낯익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연구가 한국 같이 미국식 간호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수많은 간호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더라도, 해가 갈수록 병들고 다치는 미국 간호사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널리 알려져야 할 결과라는 시급성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는 듯한 태도.

도대체 왜 연구를 했을까? 오로지 tenure가 되기 위해 논문을 쓰는 것인가?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드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나역시 과연 앞으로 이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를 할 것인지, 논문이라도 하나 건질 수 있는 것인지를 재빠르게 계산해 보았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업적을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한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연구로 생존을 해결하는 자리에 있는 한 이런 이중적 태도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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